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 (반양장)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 (반양장)

$12.00
Description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7
권민경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 출간
한 마리
한 마리
조심스럽게 킁킁거리고 멀찍이서 내 손 냄새를 맡는
사나워 보이지만 실은 겁 많은 강아지

그러니까 날 닮은

“할퀴지 않고 해치지 않는 사랑을 어떻게 익혀 갔을까”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권민경 시인의 청소년 시집
저자

권민경

저자:권민경
학교공부는싫어했지만,늘호기심은넘쳤다.우주의비밀보다나에관한게더큰수수께끼이다.자주틀리는일기예보처럼변화무쌍한내기분.평생에걸친나의사춘기를연구하며시인이되었다.다정한독자들이이문제를함께풀어주기를바라는마음으로글을쓴다.그흔적으로시집『베개는얼마나많은꿈을견뎌냈나요』『꿈을꾸지않기로했고그렇게되었다』『온갖열망이온갖실수가』,산문집『등고선없는지도를쥐고』『울고나서다시만나』를남겼다.고양시에서고양이와살고있다.

목차

1부사나워보이지만실은겁많은강아지
최선의낯가리기
짝사랑진행중
동물과는대화대신사랑을나누기에
편식왕
시에눈이있다면
꿈의파수꾼
아는친구
산책과추모
울지마세요
나와개의밤

2부내마음도누군가의방일수있다면
무지개다리

내비게이션오류
암사자사순이
쓸개와담즙
Home1
식탁예절
도도한도도새
Home2
인간멸망10년후

3부초등학생땐어기면큰일나는줄알았던것들
LoveYourself
쉬는시간도때에따라
착각
눈물부자
11
패션의완성은검정비닐봉다리
소풍과풍선
아름다운뚝딱이
세수중멍때리기
여행의계획
손님이다내린줄알았던버스기사아저씨의놀라움
새벽5시24분
흔한동음이의어
금환일식
혼난다음날
어린이기도서
선함에대해
감기와몸살과결석과

4부멸종은끝이없고영원은어림없지

나의해변
틴틴
나와나의룰루랄라
멍멍개교집합
배드민턴강도단
무모한산책
바람의말
아파트
반팔
가을
개성
밤에오는비의유니콘적성질
두명의열두시
우리들은자란다
자연―환절기
에브리싱글데이

5부작가의말:어리던어느날
풍선껌이터지기까지
열에들뜬밤

시인의산문
서로를키우는사랑

독서활동지

출판사 서평

『고양이가사료를아드득까드득』속시편들은인간과동물사이의사랑이어떻게형성되는지,또그것이우리삶에어떤변화를불러오는지를천천히보여준다.고양이와개처럼가까운동물뿐아니라,곰,거위,사자처럼직접적인접점이없을수도있는존재들에대한애정어린시선은,사랑이반드시소유나지배를전제로하지않는다는점을되새긴다.이시집에서동물은단순한상징이나배경이아니라,시인과감정을주고받는동등한존재로등장한다.시집의제목속고양이는,단지귀여운반려동물그이상으로서로를돌보며살아가는관계의표상으로다가온다.권민경시인은이시집을통해존재간의연결속에서발견되는사랑의다채로운결을조용하고단단하게포착한다.

『고양이가사료를아드득까드득』은그렇게사랑이멈추지않도록,멈추지않기위해흘려보낸시들의모음이다.시집곳곳에는작은생명들을향한다정한관찰과그로인해생겨난사랑의여운이스며있다.“사랑을나누지않으면,우리는오갈데없는마음에질식할것”(산문「서로를키우는사랑」)이라는고백처럼,시인은끝내사랑을흘려보내고자한다.그리고그사랑이다시누군가의마음에서샘처럼솟아나길바란다.그것이결국우리모두를키우는힘이라는걸,이시집은조용하고단단하게이야기한다.반려동물과의생활에서비롯된수많은질문들,멀리있는존재를향한사랑,그리고함께자라나는마음까지.이시집을통해우리는‘서로를키우는사랑’이무엇인지,슬픔과기쁨이어떻게한문장안에서사이좋게머무는지배우게된다.『고양이가사료를아드득까드득』에는그런마음이담겨있다.계속자랄수있길바라는마음,때때로쪼그라드는마음을다시펴보려는의지,그리고그곁을지키는모든생명에대한깊은애정이.

사랑은한정없는데삶은한정되어있다.그래서마음깊은곳에서샘솟는사랑을다못나눌것같아아쉽다.어릴때부터눈물과콧물이왜끝도없이샘솟는지궁금했었다.사랑도살아있는한그렇게샘솟는다는것을철수와살며깨달았다.
우주공간에서는눈물이나콧물이흐르지않고고인다고들었다.중력이없기때문이다.눈물을흘리면자연스럽게콧물도나오는데,이체액들이고이면스스로질식할위험이있으니조심해야한다고.
사랑도마찬가지다.샘솟는사랑을나누지않으면,우리는오갈데없는마음과사랑에질식해죽을것이다.사랑을자꾸흘려보내고싶은데상처받기쉬운세상,마음주는것이힘들다.
그런어리석고겁이많은나의애정을너그러이받아주는동물친구들에게고맙고또고맙다.더불어너그러운사람친구들에게도그렇다.
(산문「서로를키우는사랑」)

시인의말

말이통하지않기에서로더많이노력하고있다.
난이게사랑이아니면뭘까싶어.

2025년4월
권민경

책속에서

나는개를좋아하는데고양일키우지
나는개를좋아하고단체로있는개는피하지
개를데리고모임을갖는사람들개들이뛰어노는애견놀이터
그런데말고그런거말고

그러니까개인적인개를좋아한다네

한마리
한마리
조심스럽게킁킁거리고멀찍이서내손냄새를맡는
사나워보이지만실은겁많은강아지

그러니까날닮은

개를좋아한다네꼬리를다리사이에숨겼지만
아주조금씩흔들고있는

낯가려도최선을다해친해지고싶어하는
밥배와빵배가따로있는것처럼사랑도여러종류가있으니
우리집고양이와는별개로내가사랑하는그런개
―「최선의낯가리기」전문

어떤동물은사람과살도록진화했지
말도안통하는데참신기하다어떻게처음친해졌을까
할퀴지않고해치지않는사랑을어떻게익혀갔을까

동물에게도애정이있다사람도동물이기에똑같은거겠지만

널사랑해사랑해
자꾸말해도정확한뜻을모를너
너를사랑해사랑해
자꾸외쳐도못알아듣는나
―「동물과는대화대신사랑을나누기에」부분

초코는형이회사를가면내내울고슬퍼했어요형은어쩔수없이회사주변에초코를맡겨두고무서운상사들이없는날에만초코를회사에데려왔어요
나야좋았죠귀여운슈나우저강아지할아버지처럼흰수염이난초코

모든슬픔에는원인이있고초코의슬픔은이별때문이었습니다초코랑살던누나가세상을떠나자다른가족들은혼자남은초코를어찌할바를몰라화장실에가두었습니다
사람이죽고사는일이더급했으니그럴수있죠그럴수있지만
초코는슬펐고좁은화장실안에서울었습니다아마내내울었을겁니다

죽은누나의친구였던형이초코를데려왔어요형도슬펐을테지만누군가가초코의가족이되어야했으니까
그때초코가어떤생각을했을지우린모릅니다
초코는누나가없어져슬펐을수도,바뀐세상이어리둥절했을수도있어요모를수밖에요우린화장실에갇혀본적도없으니

확실한건누나가사라진이후자신을맡아준형이보이지않으면슬퍼했다는것모든슬픔엔이유가있고
우리는슬픔과슬픔을넘어매일을살아갑니다
즐거움만있으면얼마나좋겠느냐마는사는게다그렇잖아요?

그래도나는슬픈소식을피하지않고계속세상을떠난사람들과동물을생각합니다
추모는좁은화장실문을열어주고안아주는것마음을산책시키고들판을뛰게하는일
삶은추모의연속이지만계속해야하죠,식사나산책처럼필수적인일이지요
―「산책과추모」전문

어떻게한번도만난적없는대상에게
사랑을느낄까?

사랑해사랑해

멀리떨어져있는내가수에게마음을주듯
나는곰들에게마음을주고있다

곁에있어주지못하지만늘행복하길바라는마음

마음이심장에있다고하는까닭을이해한다
나도모르는새뛰고있는심장
돌고도는피처럼

내사랑도모르는사이내안을한바퀴돈다
두바퀴돈다
자꾸돈다

멀리서널응원해항상잘되길기원해
곰들이모두집을찾길바라
집은아프지않은곳

집은따듯해야하고

심장엔우심실도있고좌심실도있다
실(室)은방이란뜻

내마음도누군가의방일수있다면

―「Home1」전문

학생이라면무조건쉬는시간을좋아할거라고착각하지마세요.
새학년학기초엔안그래요.반에제대로친해진친구가없을때,쉬는시간에멍하니있으려면뻘쭘해요.내짝은다른반에더친한친구가있다고가버리고.그렇다고친하지않은애들한테말걸정도로뻔뻔하진않아요.아니,뻔뻔하다기보다,자신없어요.넌어디서굴러먹던애니?라는눈빛을보내면어떻게해요?사람마다친구를사귀는데걸리는시간은제각각,나는남보다오래걸리는기분인데,결국엔친구가생길거라는걸경험했는데,새학년새학기엔좀뻘쭘,아니많이뻘쭘.세상엔E만있는건아니니까,학기초쉬는시간은마냥즐겁지만은않아요.
―「쉬는시간도때에따라」전문

착한게뭔지모르겠어요
확실히난좀삐뚜름하긴해요
착하지?이거해야착한거야
그러면하기싫거든요
좀반항도해보는데

실은뭐가좋고나쁘다는것쯤은알죠

내입장도모르면서
내마음도모르면서
자기생각좀강요하지말았으면하고생각하지만

괜한분란일으키기싫으니까가만히있기

엄마아빠한테효도하고
쓰레기버리지말기
초등학생땐어기면큰일나는줄알았던것들
나너무순진했지요?
―「선함에대해」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