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

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

$12.00
Description
이제야 난 기도해
아버지의 바람이
반짝이기를
세상을 비추기를

“세상은 식어 가지만 우리는 불이 될 거예요”
탄광촌 소녀의 성장기를 담은 정지민 시인의 청소년 시집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여덟 번째 작품으로 정지민 시인의 『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가 출간되었다. 이번 신간은 계간 『문학 나무』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석탄』을 출간한 정지민 시인의 첫 청소년 시집으로,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탄광촌에서 광부의 딸로 자란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청소년 독자에게 닿기를 바라는 따뜻하고 단단한 언어로, 한 시대를 지탱했던 탄광촌의 모습을 세밀하게 포착한 것이다.
정지민의 시 세계는 탄광촌에서 보낸 청소년기의 기억을 아우르는 애틋함으로 가득하다. 이 시집은 탄광이 곧 “국가 경제 동맥”(「이것은 국가 경제 동맥이었다」)이었던 시절에 자라난 한 소녀의 성장담인 동시에, 근현대 산업화 시대를 살아 낸 이들의 이야기까지도 내포한다. 시인은 “세상이 얼어붙어도 따뜻”할 수 있고, “가난해도 나눌 수 있다는”(「희망 사택」) 사실을 배우며,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한 소녀의 성장을 그려 낸다. 시인이 회상하는 그 시절은 가난하여 불편하기는 하여도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기에 춥고 어둡지만은 않았다. “구름을 찢는 발파 소리”(「풋이별」) 가 울려 퍼지던 나날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온기가 희망의 불씨가 되어 삶을 지탱해 준 것이다. 우리는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가난이 단지 결핍의 근원이 아니라 사랑과 존엄을 지켜 낸 사람들의 삶의 흔적임을, 바로 그 속에서 하나의 시 세계가 태어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곁을 지켜 준 이들이 있기에, 공포의 대상이었던 다이너마이트 소리는 곧 세상을 깨우는 신호로 변모한다. 이에 화자는 “언젠가 나도 어른이 되면/세상 어둠 깨는/다이너마이트 하나 들겠다”(「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라고 다짐하며 불꽃 같은 각오를 새긴다. 이는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이 되려는 존재의 자기 선언인 동시에, 오늘을 힘겹게 버텨 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가 된다.
애석하게도 삶은 우리에게 행복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힘들 때마다 내리는/함박눈”은 여전히 “녹지 않는”(「함박눈」) 상태로 마음 한편에 상흔을 남기지만, 우리는 각자의 고난을 조금씩 끌어안은 채로도 살아갈 수 있다. 시인은 살아 있다는 것이 끝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오늘도 우리에게 다정한 물음을 건넨다. “어떻게 살고 있니?”(「시인의 산문」). 이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사려 깊은 인사말이 된다.
“세상의 낮은 곳에서 여리고 작은 것들을 품어 내는 따듯한 위로와 연민”(한명숙, 추천사)이 가득한 이 시집은, 한 사람의 기록을 넘어 각자의 아픔 속에서 인내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힘든 기억은 오래 잠들더라도 언젠가 더 큰 빛을 내뿜을 수 있음을, 시인 자신이 그러했듯이 ‘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와 함께 어디서든 희망을 터트릴 수 있기를 응원하는 격려의 마음이 따뜻하다.
이 책을 펼친다면, 어둠을 품은 탄광촌에서 자란 소녀가 삶의 불꽃으로 피워 낸 희망의 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정지민

저자:정지민
1971년강원도삼척시도계읍에서광부의딸로태어나탄광촌에서성장했다.2024년계간『문학나무』신인상으로등단하여이름을알렸으며,첫시집『석탄』을출간했다.현재춘천시에서특수교육지도사로활동하고있으며,이번시집은탄광촌에서의경험을담은시들이주를이룬다.

목차


1부엄마는얼마일까
함박눈
봉화
폐석
회중전등
원기소
풋이별
나는행복합니다
극락에업혀온날
망우리돌리기
청이
연화언니
착한도둑님
황도간주메
우야든동살아야된대이
국경일
엄마는얼마일까
나의소원
못다한숙제

2부첫눈은멀었고첫사랑은시작도전
보물찾기
규폐증
무개화차
장래희망
이른하교
검은무지개
다이얼비누
장날
배꼽수술
사랑의매
연탄집게포청천
비닐비료푸대
새마을운동
가을운동회
첫사랑
광부나비

3부언젠가나도어른이되면
희망사택
계엄령
비루빡
연탄오던날
서울아이
조개탄
조개탄2
삼청교육대
다이너마이트를든소녀
이사
안성탕면
크리스마스선물
탄광말
정부미
박꽃

4부택택택자로끝나는이름
천장
사자와해님
절교
나의유레카
주디
나를힘들게하는질문들
아버지없는사람
우식라면
짜파게티
대통령각하하사품
박꽃2
두부보다애국
얼음
멸공방첩
이것은국가경제동맥이었다

글뤽아우프
택택택자로끝나는이름
개밥바라기
파독광부

시인의산문
아홉살부터열여덟살의내게쓰는편지

독서활동지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하늘에서탄이쏟아지는마을도계에서나고자랐습니다.
아버지는매일시커먼흥전항굴속으로출근하시고
엄마는마교리와흥전리철로를따라
낙탄을주워이고오셨습니다.
아버지가광부여서우리가족은탄광촌에서살았고,
가난하여불편하기는했지만
한번도불행하다고생각해본적은없습니다.
두칸짜리광산사택은따뜻한보금자리였고,
두분은태백산맥처럼굳건했으니까요.
이제는저도두아이를키우며출근합니다.
언제나다정했던부모님을떠올리면,
나는무서운게없는다이너마이트를든소녀가됩니다.

추천사

눈을가만감으면석탄에서나온,“눈이초롱한소녀”(「봉화」)가보인다.가난했지만나눌수있었던두칸짜리광산사택5호방,산비탈이웃들에게김장김치와동지팥죽을들고“씩씩거리며씩씩하게”(「서울아이」)오르내리는소녀의봉숭아꽃물들인손톱도보인다.
시집을읽는내내,한시절국가경제의동맥이었건만이제는교과서밖다른세계가되어버린‘탄광말’에서린뭉클한기억과경험들이애틋한울림으로겹쳐온다.세상에는여전히“가난하고힘겹게살아가는”(「시인의산문」)사람들이있기때문일까.
식어가는세상에서끝내는“불”이되어태백산천제단의“봉화”로,“꽃밭”(「봉화」)으로피어나겠다는소녀의꿈은굽이굽이지나온삶의곡절을따라더없이당차고애잔하다.급기야세상의낮은곳에서여리고작은것들을품어내는따듯한위로와연민으로시의씨앗을싹틔워시집을읽는저마다의가슴속에민들레홀씨되어훨훨퍼트려지리라믿는다.

책속에서

아버지해고당하고
광부사택에서이사나가던날

문짝하나떨어져나간장롱한편
켜켜이쌓인
누런월급봉투와
주택복권을보았지

내가힘들때마다내리는
함박눈
창을지우고
내가슴에쌓이는
누런월급봉투들

녹지않는그날의함박눈
―「함박눈」전문

세상은식어가지만
우리는불이될거예요
태백산으로올라
천제단에봉화가오르면
온나라가빨갛게피어나지요
천지가꽃밭이될거예요
―「봉화」부분

그러다선생님이내게물으셨다
넌왜연탄이라고했니?

죽어서도빙판길덮는
연탄처럼타오르고싶어요
―「장래희망」부분

이유도없이일찍가라고할때
우리는그이유를안다
선생님은우셨고,우리들도따라울었다

(…)

조등단대문앞
삼베옷입고서있는친구
울지도웃지도않던
처음보는얼굴이너무낯설어슬펐던날
―「이른하교」부분

아픈것이사랑이라면
사랑따위받고싶지않아
방학만기다렸다
―「사랑의매」부분

첫눈은멀었고첫사랑은시작도전
이루어질수없는사랑이되었다
―「첫사랑」부분

첫날잠을자려누웠지만
잠은안오고
방바닥아래에선쾅쾅소리가들렸다

무서워이불을똘똘말다깬아침
갱도에서다이너마이트터트리는소리라했다

(…)

언젠가나도어른이되면
세상어둠깨는
다이너마이트하나들겠다
다짐했다
―「다이너마이트를든소녀」부분

선생님도엄마있어요?
어디있어요?

(…)

천장은위험하니
어서내려오시라하세요
내려와서얼른
아픈사람안아달라하세요
―「천장」부분

―한명숙(전국학교도서관모임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