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소멸 (한동일 소설)

청춘의 소멸 (한동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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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동일의 소설집 『청춘의 소멸』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기를 선택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작 『불 꺼진 나의 집』에서 삶의 경계에 선 인물들의 내면을 절제된 문장으로 포착해 “낱낱의 사실보다 보편적 진실을 중시한다” “한 시대의 지도”라는 평가를 받았던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그 질문을 한층 더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으로 확장한다.
이 소설집에서 청춘은 열정이나 가능성의 이름이 아니다. 떠날 수 있었음에도 떠나지 않고, 저항할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를 단속하는 태도 속에서 청춘은 서서히 소모되는 상태로 존재한다. 표제작 「청춘의 소멸」에서 도시는 탈출의 대상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무대이며, 고독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구류 3일」은 성범죄 사건이라는 첨예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진실의 판별이나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대신 한 인물이 여론과 제도, 윤리의 언어 속에서 소비되고 처벌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판단을 유예한 채 책임을 감당하는 태도를 그린다. 또 다른 작품 「책」에서는 창작자가 세계를 통제하려는 욕망 끝에, 끝내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작업과 마주하며 스스로 붕괴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청춘의 소멸』은 위로나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묻는다. 도망치지 않는 대신 스스로를 깎아 나가는 선택은 패배인가, 존엄인가. 이 소설집은 그 질문을 단정하지 않은 채, 오래 남겨두는 서사로 독자 앞에 놓인다.
저자

한동일

대학에서심리학과국문학을전공했다.2024년소설『불꺼진나의집』을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청춘의소멸
구류3일


작가인터뷰
축하의말-나태주시인

출판사 서평

나민애교수·이병률시인추천!

도망치지않는대신,스스로를깎아나간사람들
한동일신작소설집『청춘의소멸』

한동일작가의신작『청춘의소멸』이출간되었다.작가는전작『불꺼진나의집』에서삶의경계에놓인인물들과개인의기억이남기는잔상을조용하고절제된문장으로포착한바있다.“낱낱의사실(fact)보다보편적진실(truth)을중시한다”는평가와함께,“한시대의지도(地圖)”가되어주는작품이라는평을받기도했다.
『청춘의소멸』은그연장선에서,기억이후의선택,선택이후의책임이라는질문을더사회적이고구조적인차원으로확장한다.전작이삶의경계에선인물들의정서를응시했다면,이번신작소설집은그경계이후의선택과책임을더욱날카롭게묻는다.
『청춘의소멸』은실패한청춘의이야기라기보다,실패를감정적으로소비하지않으려는인물들의선택을끝까지따라가는소설집이다.이책의인물들은무너지기직전의순간마다도망치거나저항하는대신,오히려자신에게더엄격해지는길을택한다.그선택은외부의폭력보다더조용하고,더지속적인방식으로이들을소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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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사라지는방식들
표제작「청춘의소멸」에서도시는탈출해야할공간이아니다.떠날수있었음에도주인공은끝내도시를벗어나지않는다.이도시는인물을가두는감옥이기보다,자신이누구였는지를마지막까지증명해야만하는무대에가깝다.떠나는대신남는선택,저항하는대신견디는태도속에서고독은극복의대상이아니라삶의일부로받아들여진다.청춘은이작품에서폭발하거나좌절하지않는다.그것은불타사라지기보다,매일의선택속에서조금씩닳아없어지는상태로그려진다.
이러한소진의윤리는「구류3일」에서도다른형태로반복된다.성범죄사건이라는첨예한소재를다루고있음에도,소설은진실을판별하거나결론을내리는데도달하지않는다.대신한인물이의혹과여론,제도와도덕의언어속에서어떻게소비되고처벌되는지를집요하게따라간다.끝까지‘그리지않는자’로남는화가의반복되는자화상은타인을대상화하지않으려는회피이자,동시에자기자신에게서조차빠져나오지않겠다는윤리적고집으로읽힌다.여기서청춘은억울함을외치거나결백을증명하는대신,판단을유예한채그자리에남아책임의무게를감당한다.
또다른소설「책」에서는통제의욕망이보다내밀한차원에서파국으로이어진다.창작자는세계를정밀하게설계하고장악하려하지만,끝내통제하지못하는것은타인도제도도아닌‘자신의책’이다.출판과편집,정확성과인정이라는문제를통과하는과정에서,소설은창작자내부의윤리가어떻게스스로를압박하고붕괴시키는지를섬세하게드러낸다.이작품에서청춘은더이상미완의가능성이아니라,완벽을요구하는윤리앞에서스스로를깎아내는태도로나타난다.

소멸을판단하지않는서사
『청춘의소멸』에실린세편의소설은모두다른사건과인물을다루지만,공통적으로하나의질문을향해수렴한다.‘무너지지않기위해무엇을포기할것인가’그리고‘그선택을끝까지감당할수있는가’라는질문이다.이소설집에서청춘은열정이나가능성의이름이아니라,스스로에게부과한윤리를끝까지수행하려는태도로존재한다.
한동일의소설은언제나쉽게공감되는감정을앞세우지않는다.대신인물들이선택한태도와그이후의상태를오래응시하게만든다.그것은독자에게위로나해답을건네기보다,판단을유예한채같은자리에머무르게하는방식의서사다.

『청춘의소멸』은청춘을잃은이후의이야기가아니다.아직떠날수있었음에도떠나지않기로한순간,저항할수있었음에도스스로를더엄격하게다루기로한순간부터이미시작된소멸의과정에대한기록이다.이책은그과정이패배인지,존엄인지,혹은그둘이분리될수없는상태인지를끝내단정하지않는다.
다만분명한것은,이소설집이청춘을소비하지않는다는점이다.대신그소멸의시간을하나의상태로놓아두며,지금이시대를살아가는독자에게묻는다.
“도망치지않는대신스스로를깎아나가는선택을우리는어떻게받아들여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