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오늘은 바다를 이야기하자
깊은 밤 현玄의 시간
정박한 배들의 나라
고성 맥전포항
살아있는 모든 소리 잠들고
배들의 숨소리도 멈췄다
물고기가 오지 않는 낚싯대에는
바람도 잔다
잠든 바다를 깨우는
우리의 저문 이야기가
덥석 미끼를 물고
하이탁주 술잔 속에 넘실거린다
그러나 오늘은 바다 이야기를 하자
그래 오늘은 바다 이야기만 해도 되지
아버지의 숨결도 느껴지는데
슬프고 실패한 이야기는
통발처럼 바다에 던져두고
오늘은 그리운 바다에 왔으니까.
아침 바다에서
은빛 물결이 찬란한 아침 바다에는 푸른 바다의 색이 보이지 않는다 푸른 물빛은 은빛 햇살이 사그라졌을 때 비로소 푸른 숨을 뿜어낸다 그러니 늘 빛나는 것들도 가끔은 구석을 채워도 좋으리 아직 빛난다는 것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미약한 것들이 타오를 수 있도록 아침 바다의 은빛 햇살 같은 것들도 한 번쯤 숨죽여 볼 일이다.
갯벌
강렬한 태양이 펼쳐놓은 갯벌 속 구멍들은
무한한 생명의 집인가
뻘을 뒤집어쓴 채 칠게 짱뚱어 갯지렁이들은
먹이와 집을 두고도 다투지 않고
집이 길인 줄 알고 뱅뱅 제 집에서 산다
그런 집은 얼마나 깊어 안전한 것인지
타오르는 햇빛 속에서
아직 떠나지 못하는 슬픔이 갯벌에 눕는다
바다를 비우고 들이며
두 개의 몸을 가진 갯벌에
무한정 생명이 일어나는 것은
구멍과 구멍 사이 아름다운 간격 때문이리라
푸른 이상을 좇아 한 생을 밖으로 내달렸던
아버지
한 개의 깃발만 줄창 흔드셨지
집은 고달프고, 가팔랐던 우리들
자꾸만 생겨나던 슬픔 애끓는 숨을 붙잡고
희망의 씨를 뿌렸던,
목숨을 다하고서야 집을 떠난 엄마는
경이로운 갯벌이었네.
깊은 밤 현玄의 시간
정박한 배들의 나라
고성 맥전포항
살아있는 모든 소리 잠들고
배들의 숨소리도 멈췄다
물고기가 오지 않는 낚싯대에는
바람도 잔다
잠든 바다를 깨우는
우리의 저문 이야기가
덥석 미끼를 물고
하이탁주 술잔 속에 넘실거린다
그러나 오늘은 바다 이야기를 하자
그래 오늘은 바다 이야기만 해도 되지
아버지의 숨결도 느껴지는데
슬프고 실패한 이야기는
통발처럼 바다에 던져두고
오늘은 그리운 바다에 왔으니까.
아침 바다에서
은빛 물결이 찬란한 아침 바다에는 푸른 바다의 색이 보이지 않는다 푸른 물빛은 은빛 햇살이 사그라졌을 때 비로소 푸른 숨을 뿜어낸다 그러니 늘 빛나는 것들도 가끔은 구석을 채워도 좋으리 아직 빛난다는 것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미약한 것들이 타오를 수 있도록 아침 바다의 은빛 햇살 같은 것들도 한 번쯤 숨죽여 볼 일이다.
갯벌
강렬한 태양이 펼쳐놓은 갯벌 속 구멍들은
무한한 생명의 집인가
뻘을 뒤집어쓴 채 칠게 짱뚱어 갯지렁이들은
먹이와 집을 두고도 다투지 않고
집이 길인 줄 알고 뱅뱅 제 집에서 산다
그런 집은 얼마나 깊어 안전한 것인지
타오르는 햇빛 속에서
아직 떠나지 못하는 슬픔이 갯벌에 눕는다
바다를 비우고 들이며
두 개의 몸을 가진 갯벌에
무한정 생명이 일어나는 것은
구멍과 구멍 사이 아름다운 간격 때문이리라
푸른 이상을 좇아 한 생을 밖으로 내달렸던
아버지
한 개의 깃발만 줄창 흔드셨지
집은 고달프고, 가팔랐던 우리들
자꾸만 생겨나던 슬픔 애끓는 숨을 붙잡고
희망의 씨를 뿌렸던,
목숨을 다하고서야 집을 떠난 엄마는
경이로운 갯벌이었네.
남아 있는 날들은 그림자도 떼어 놓고 (노진화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