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의 마음으로 우린 무엇을 쓸까 - 이um 기획시선 1

상처투성이의 마음으로 우린 무엇을 쓸까 - 이um 기획시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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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홍성표 시집의 시편들은 한 인간의 삶을 기록한 서정적 회고를 기억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증언하는 언어이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영웅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가 타자의 희생 위에 세워져 있음을 고백하며, 그 기억을 잊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고백은 자기 연민이 아니라, 존재의 진실을 직시하려는 윤리적 태도이다. 기억은 사라진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시인은 기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이해하고 기억은 시인의 삶을 넘어, 고통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 온 모든 존재에 대한 기록이 된다. 결국 이 시집은 한 순례자의 기록이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 따뜻함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 시집의 시편들은 바로 그 기억의 언어이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존재로 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저자

홍성표

저자:홍성표
전북김제출생
시와문화등단
신학박사
한신대학,동대학원졸업(TH.D.M)
한국기독교장로회목회(전)
_해남심산서부장로교회
_쌍치중앙장로교회
_한신교회
_미국장로교회(PCUSA)
NGO생명누리상임이사(전)
서울YMCA통일위원회이사(전)
한신대연구외래겸임교수(전)
통일평화누리대표(현)

저서『민족민중의목자강희남평전』
『한국교회흐밍을향한타는목마름』
『만남이통일이다』

목차


1부아련한사진들이스치듯지나간다
12·마로니에공원에서
14·강물처럼흐른다
16·치과가는날
18·한새벽
20·겨울밤단상
22·혜화역2번출구에서
23·사람처럼사는풍경
24·황금차를찾으러가는길
26·고향집
29·어머니
32·길
34·봄을먹는다
35·당산나무
36·누에고치
39·내가아는한사람
42·어머니가머리를풀어헤친이유는따로있었다45·말뚝
48·꽃마차
50·뜰레미도한철이다
52·완행열차
55·배고픈허수아비
57·허상이라는묘비
59·다시오지않을잔상

2부보이다가,보이지않다가
62·역사의부활
64·놀부심보
66·반복
68·벼이삭에게배운다
70·폭우
72·불꽃놀이
74·역사의카이로스가임한그새벽에76·경계선
78·밥통
82·부활의봄
83·소녀의기도
85·역사
87·어둠은새벽을몰고오지않는다90·지금우리가서있는곳은
94·그날을기다린다
98·그냥살아보는거다
99·민중을생각한다
102·불꽃
103·시월
105·영원의길

3부만남과이별은동전의양면이다
108·빨간딱지
110·가을은남자의계절
111·정상
112·무엇이지
114·순례자의길
115·마지막선물
116·잠이넘치면좋겠다
118·동백나무숲을걸어갑니다
120·이민의삶
122·먹는게힘이다
124·마지막잎새
126·흔들리는갈대
128·지친새들의안식처는어디에있을까130·개발
131·해저녁
132·눈내리는밤
134·날꽃
136·고요
137·살아야지

4부기다리다지친지오래되었습니다
140·기름짜는동산에서
142·전쟁과평화
146·기다림
149·동지
152·두개의얼굴
156·디아스포라
159·피리부는청년이있었다
162·어디에도안전한나라는없다
167·이건아니지
170·뚜껑이열린다
172·질문
176·두동강난허리

┃발문┃
180·기억위에세워진존재_증언으로서의시주선미

출판사 서평

발문_기억위에세워진존재_증언으로서의시/주선미(시인)
해설중에서

이러한의미는시의마지막구절에서더욱분명해진다.
“그래서나도가야만하는길”
이구절은앞서언급된모든존재들의여정이궁극적으로화자자신의여정으로이어짐을보여준다.화자는자신이걸어가야할길이이미수많은존재들이통과해온길이며,동시에자신에게도주어진필연적운명임을자각한다.
특히‘순례자의길’이라는제목은이러한의미를더욱심화시킨다.순례자는단순히이동하는존재가아니라,목적을지닌채고통을감수하며의미를향해나아가는존재이다.순례의본질은목적지에도달하는것자체보다,그과정속에서자신의존재를인식하고수용하는데있다.따라서이시에서‘길’은단순한삶의비유가아니라,존재의소명이며윤리적·신앙적사명으로이해된다.
이러한인식은시인의생애와도깊이연결된다.목회와노동운동,통일운동의길은편안한선택의결과라기보다,고통과희생을감수해야하는길이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시인은그길을멈출수없는길,곧자신에게주어진사명의길로받아들인다.
결국이시에서‘순례자의길’은단순한이동의경로가아니라,고통과상실을통과하면서도끝까지걸어갈수밖에없는존재의운명이며,동시에자신의존재의미를실현하는소명의길을상징한다.이시는삶을선택가능한경로로제시하기보다,존재자체에내재된필연적여정으로인식하며,그길을받아들이는순례자의실존적자각을형상화한시이다.

시인의말

나는분단의시간위에놓인한존재로살아왔다.
부르지못한이름들과사라진시간들이내안에남아있다.
시는그침묵속에서나를다시세우는작은불빛이었다.
시는적어도고독한홀로의존재가아닌,
나와너의소통과공감,
그리고사회적교제를이루는사람들사이의관계성,
혹은역사성을지니고있다고본다.
이말들은나혼자의것이아니라함께건너는시간의기록이다.
앞으로도내가쓰는시는분단극복과한반도평화
공존의시대를열어가는시적대화이기를바란다.
그래서오늘도,서로를살게하는한줄의기도를쓰고자한다.

2026년봄홍성표

책속에서

창문에가을비흩뿌리는소리들린다

가슴밑바닥에서부터
설움이올라온다

설움의자국은어디서찍혔을까

예리한칼끝이가슴을저민다

당신은이제그만하고오라하는데
아이들은자꾸눈에밟히고
---「섬진강」중에서

무슨일이든빈틈이있으면
좀벌레가기생하는법이다

좀벌레는한나라도들었다놓았다한다

뿌리깊은나무는모진바람에도
흔들리지않는다고했는데

작은벌레하나가
내몸을바닥까지흔들어놓다니
발바닥을들여다본다
---「치과가는날」중에서

우산도없는나는
사람에치여이리저리밀린다

작은발들이빠르게움직인다
저발들은모두어디로가는것일까

저작은발들틈으로들어가면
빌딩숲을벗어날수있을까

소년으로돌아가끝없이걷고싶다
---「혜화역2번출구에서」중에서

집안은항상우글거렸고
시끄럽고북적거렸다

제비처럼입벌리는새끼들을
먹이고입히기위하여
어머니는큰비단보따리머리에이고지고
몇십리오일장을걸어다니기도했다

머리에인짐보다
기다리는새끼들의입이
더무거웠을서른아홉나이
---「어머니」중에서

고치속누에처럼세상밖으로나와
첫울음을터뜨린우리는

상처받고
아프고
고달픈삶을살아간다

누에고치의역사가
매끄러운실크속에짜여있는데
어찌가볍게입을수있으랴

흰옷한벌입고떠나는
우리는모두누에고치다
---「누에고치」중에서

내인생도
우리나라의역사도
모두파도가부딪쳐만든
돌뱀이다

제자리를지키려고해도
바람이달려들어잡고흔든다
---「무엇이지」중에서

힘없이두손펼치며
바람도서러워허공을맴돈다

마지막허공일지라도
슬퍼하지말고
서러워마라

봄은배달주소를잊지않는다
---「마지막잎새」중에서

인간이인간을속이고
죽이는탐욕의현장에서
우리는어떤시를쓸까

생로병사
이별과슬픔
상처투성이에서
우리는무엇을쓸까
---「흔들리는갈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