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 타이피스트 시인선 5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 타이피스트 시인선 5

$12.00
Description
독립 문예지로 활동을 시작한 최민우의 첫 시집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5번으로 출간되었다. 최민우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청년 세대의 현실을 독특한 유머로 비틀면서, 인디 문화와 결합된 시편들이 겹겹의 모순과 괴리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경쾌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최민우의 시는 슬픔에 쉽게 매몰되지 않는다. 나와 타자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소시민적 믿음으로써 슬픔을 벗어나게 하고 우리를 다음 장면으로 나아가게 한다.

최민우는 마침내 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자신과 세상을 동일화시키지 않고 몇 걸음 떨어져 관찰한다.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비닐우산을 챙길 적에 그리스와 리비아는 폭우가 덮쳐 사람들이 떠내려”(「정체성」)가고 있었던 것처럼, 일상에서 수행하는 행위들에서 모종의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하루하루를 감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해설을 쓴 최선교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여기에서 신의 구원이나 회심은 찾기 어렵다. 신 역시 이런 세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이행하지 않는 자의 죄를 가진 것이다. 신과 우리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그렇게 시인은 신의 세계를 비틀어 유머를 연마하며 사랑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자이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최민우

저자:최민우
2021년웹진《아는사람》에서에세이「20세기아는사람」을발표하며활동을시작했다.전자양을즐겨듣는다.

목차

1부양지바른곳에묻혀풍경이되는게낫다
소시민/폭설여름/정체성/첫인상페스티벌/롱숏/고라니특공대/페퍼로니/길티플레저/얼룩말이비틀즈를듣는상상/X맨이분명합니다/풍경을500자이내로서술하시오/2021지하철시민창작詩공모전/날씨좋을때꺼내보는메모/스테인리스비누/정결

2부이상한다큐멘터리들을너무오랫동안보았다
타로카드/팝콘좀비/남긴우유들만가는천국/튤립축제/폐건물서커스/화목원/딱지펭귄/디지털방충망세계/발레는불타지않는다/테라포밍/행렬을앞지르는키링/안드로이드이카루스/플라타너스잎으로만든튀김/창백한푸른점

3부물방울처럼맑게터진다면좋겠다
태움/자기혐오자/아트시네마/몸으로말해요/메모리얼스톤/물총놀이/맑게터지기/겨울팔레트/동화만드는법/오늘의뉴스/입맞춤으로밀봉한편지/부재중/신청곡은ShugoTokumaru(トクマルシュコ)―Hora/달빛으로자란검은나무

4부당신의기분을책임져드립니다
산타가울면서말해서/찾아가는라디오/우아한쇠퇴/큐레이터/겟세마네/낙엽을쥔사람들/나는너를잊지아니할것이라/재활용품재활용위원/두상교정헬멧/이어서쓴시/망치를들고있으면모든것이못으로보인다/음악작업방송/누가너를내게보내주었지?/태풍과카레

해설_다음장면으로넘어가기(최선교)

출판사 서평

모순과괴리로가득한세계속에서
슬픔에매몰되지않고유머를연마하는방법

독립문예지로활동을시작한최민우의첫시집『학교를그만두고유머를연마했다』가타이피스트시인선005번으로출간되었다.최민우시인은이번시집출간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하는신인이다.청년세대의현실을독특한유머로비틀면서,인디문화와결합된시편들이겹겹의모순과괴리로가득한세계속에서경쾌한상상의세계를만들어낸다.최민우의시는슬픔에쉽게매몰되지않는다.‘나’를타자처럼바라보며그사이를오가며하나의소시민적믿음으로써슬픔을벗어나게한다.최민우의시는우리를다음장면으로나아가게한다.

‘그래제길나이렇게살았어’
농담과진담을구분하지않아도웃음을나누며

동사무소거울앞에항상행복하세요라고쓰여있길래
이건물이내게무리한요구를한다고민원넣었다―「소시민」중에서

축제가열리는공원이었다.발아래일렬로배치된튤립들.온통복제된밭이었다.가장자리에있는꽃들은이미어떤사람의발에밟혀축늘어져있었다.죽은걸까.나고자란것이아닌심고세운것들.나는그것을예쁘다고말하고있다.―「튤립축제」중에서

시인은이시대를살아가는이십대를핍진하게그려내면서‘나’와세상이겹겹이감싸고있는그무언가에대해묻는다.자연스러운것보다인위적이고즉흥적인삶의풍경에서자신이느끼는이정체모를괴리감과죄의식,그럼에도그삶에녹아든자신의모습에서시인은새로운질문들을발명하고있다.“그래제길나이렇게살았어.”그럼에도오래보아온사람의눈은더세밀하고더멀리볼수있게된다.최민우는자신이지금껏관찰해온세상의풍경들에서옳은것과옳지않은것사이를횡단하는사람들을본다.그런세상을기괴하다고생각하지만,그것을바라보는관찰자인최민우역시자신을기괴하다고느낀다.이런기행들로가득한하루의일상에서“동사무소거울앞에항상행복하세요라고쓰여있길래/이건물이내게무리한요구를한다고민원”을넣기도한다.

마침내사랑이되기위해
애도와보은으로바라보는세계

돌아오는길에문앞에서죽은새를보았다가지런히누워있길래무심코애도했는데동시에고양이의보은일까생각했다―「소시민」중에서

사람들의통성기도가하품으로멈춘다
손은떠는데아무도흐느끼지않았다

남자는왠지그것도사랑이라고생각했다―「타로카드」중에서

이세계는행복을노래하면서불행을선사한다.이런사회의시스템속에서우리는안전하지않고매번상처받으며,누군가에게보금자리를빼앗기기도하고,직장을잃기도한다.이런사회속에서‘나’를온전히보호받지못하고,세상의불의에대해알수없는죄책감을느끼기도한다.내가누리는어떤안전함이누군가의것을빼앗음으로해서가능했던것이아닐까라는.이렇듯행복이면서불행이기도한,애도가보은이되기도하는세계의이중성에대해최민우는예민하게감각하는시인이다.

시인은마침내해야하는‘단하나의이야기’를시작하기위해자신과세상을동일화시키지않고몇걸음떨어져관찰한다.누구에게무엇을잘못했는지알수없지만,“내가비닐우산을챙길적에그리스와리비아는폭우가덮쳐사람들이떠내려”(「정체성」)가고있었던것처럼,일상에서수행하는행위들에서모종의죄책감을느낄수밖에없는현실속에서우리는또다시하루하루를감내하며살아갈수밖에없음을이야기한다.해설을쓴최선교문학평론가의말처럼,여기에서신의구원이나회심은찾기어렵다.신역시이런세계에서자신이해야할책임이있지만,이행하지않는자의죄를가진것이다.신과우리의입장이다르지않다.그렇게시인은신의세계를비틀어유머를연마하며사랑으로세상을관찰하는자이다.

시인의말

마음자체가이물감이든다.
2024년9월최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