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 타이피스트 시인선 7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 타이피스트 시인선 7

$12.00
Description
김이듬의 아홉 번째 시집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7번으로 출간되었다. 2001년 데뷔 이후 한국 시단에서 기성의 부조리에 저항하면서도 명랑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변방의 존재들을 위무하는 시 세계를 구축해 왔던 시인은 매 시집마다 불손한 감각과 아름다운 언어로 독창적이고 유려한 세계를 선보였다. 김이듬 시인은 김춘수시문학상 외 다수의 국내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 『히스테리아』의 영미 번역본이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번역상을 동시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파쇄한 백지가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길 위에 서 있다. 안전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얼어붙은 길목 앞에서 비애와 불운의 배낭을 메고 길을 떠나는 자이다. 이 고독은 세상과 엇물리는 자의 일방통행로이다. 그 일방통행로 안에서 시인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새로운 시와 사랑을 발견해 나간다. 제자리도 기원도 없이, 누구에게도 사랑받거나 이해받지 못했던 이들이 영원의 동행을 하듯, 까마득히 모를 곳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지금껏 그가 걸어온 매혹과 참혹을 끝내 사랑을 위한 설계도로 남기며.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김이듬

저자:김이듬

2001년『포에지』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별모양의얼룩』『명랑하라팜파탈』『말할수없는애인』『베를린,달렘의노래』『히스테리아』『표류하는흑발』『마르지않은티셔츠를입고』『투명한것과없는것』이있다.시와세계작품상,김달진창원문학상,22세기시인작품상,올해의좋은시상,김춘수시문학상,샤롯데문학상등을수상했다.『히스테리아』의영미번역본이전미번역상과루시엔스트릭번역상을동시수상했다.

목차


1부너에게미래를부칠수있다면
블랙아이스/키스앤드라이드/여름양림동/밤엔명작을쓰지/상강/빗물의연속/내가새였을때/인사하러왔어/나는영원히누구의것도아니고/일방통행로/마지막으로/봉골레파스타먹으러와

2부꿰맨흉터가리려고소매를잡아늘리는습관을고치지않는다
나의정원에는불타는나무가있었고/박사들의세계/유자/달에서더멀리/이편한세상/하인리히,하임리히/오이도,생말로/북극한파/한번다녀온세계/시골도둑/크래시랜딩

3부넌네생각보다선량해
바이바이블랙버드/목동의밤/특성없는여자/가둔물밑에서/온몸으로밀고나가는/모자라서씁니다/여름에애인이있다면/러시아형식주의자아니었나/너의일루셔니스트/렌틸콩과러닝크루

4부나보다더멀리가는사람
약간의이안류/어중간한인간/키싱포인트/기획자의말/밤산책/이민자의말/코카투아일랜드/나는사랑했을까/얄팍하고먼지투성이인/막간극과분리불안/포플러나무아래

산문_키스앤드라이드

출판사 서평

“나에게서가장멀리떠나온거기에서
그극지의눈보라속에서너에게미래를부칠수있다면”

파쇄한백지가눈보라처럼흩날리는책상위에서
매혹과참혹을끝내사랑을위한설계도로남기며

김이듬의아홉번째시집『누구나밤엔명작을쓰잖아요』가타이피스트시인선007번으로출간되었다.2001년데뷔이후한국시단에서기성의부조리에저항하면서도명랑하고날카로운시선으로변방의존재들을위무하는시세계를구축해왔던시인은매시집마다불손한감각과아름다운언어로독창적이고유려한세계를선보였다.김이듬시인은김춘수시문학상외다수의국내문학상을수상했으며,2020년『히스테리아』의영미번역본이전미번역상과루시엔스트릭번역상을동시수상하며한국을대표하는시인으로자리매김했다.

김이듬의시는‘내’게허락된안식처는없다는것,하루의일과를마치고나서돌아갈스위트홈의불빛이안보인다는것,지금쓰고있는이시도단하나의책상위에서태어나지는않았다는것,이런것이김이듬의시를낳는근본감정이다.“내겐제자리도기원도없다.”(「크래시랜딩」)면서도그기원을찾아까마득히모를곳으로시인은떠나는중이다.

이친구는포틀랜드에서입양기록갖고
엄마찾으러한국에왔다

어제는에밀리가내민지번주소들고그의부모댁을찾아갔지만
삼미시장으로변한거리만확인했을뿐
우리는40여년전의시간을찾을수없었다
-「블랙아이스」중에서

김이듬의시속에서우리가만나는사람들도그러하다.40년만에한국을찾은에밀리가찾아간옛집은흔적도없이사라졌고,을씨년스러운세월을따라변한장소만확인했을뿐이다.그리고‘나’에게도이와비슷한일이일어난다.

철이들어나의엄마를찾아갔을때
엄마는새엄마보다낯선사람이되어있었다
아니면원래그런사람이었을까
딸을버리고도그리움이나죄책감이라곤찾아볼수없는
-「블랙아이스」중에서

에밀리의옛집이사라졌듯내기억속의엄마도사라졌다.내앞에있는저이는내가알던엄마가아니다.집은‘나’가태어나는장소다.집을잃었다는것은내가나라는것을보증하는본원적인느낌을잃었다는것을뜻한다.이낯선느낌,마치이인증(異人症)을겪는것처럼내가아니라는느낌,나아가나의시는내바깥에서태어난다는느낌.바로그것이김이듬의시가태어나는느낌이기도하다.“미안하지만당신을위로하러글을쓰진않아요이어링을만지작거리며명작을써요누구나밤엔명작을쓰잖아요”.(「밤엔명작을쓰지」)파쇄한백지가흩날리는책상위에서밤마다시를쓰지만“내몸은투명하며싸늘하다”.김이듬의시가가진매혹과참혹은여기서비롯된다.“문을박차고나가극지쪽으로달음박질치듯”시인의시는아름답고비통하다.

날것그대로의희고따뜻한
알의탄생,끝났다는정착감

김이듬의시에서우리가처음만나는것은비천하고아름다운삶의자리다.그다음자리에우리가이르게된사연이쓰이고,마지막으로우리앞에예비된것이무엇인가가밝혀진다.발견-회상-예견으로이어지는흐름이이시집의흐름이다.

이조류는태초부터날지않았을지,지상의먹이들놔두고굳이날필요없으니까서서히날개가퇴화하여날수없게된건지,쓸수없는날개는왜생겨난건지……내가새였을때,나는고난이오면도피했다.스트레스받지않았다.멀리날아가버렸다.-「내가새였을때」중에서

「내가새였을때」에서시인은“나는사육장안에든새”라고말한다.처음에는“나”는사육장안의닭에게모이를주는사람이었다가,그렇게“닭들”에게포위을당하는사람이었다가,마침내새였던전생을기억해낸다.“나는고난이오면도피했다.스트레스받지않았다.멀리날아가버렸다”.하지만지금,나는여기에묶여있다,그러다가이런발견을한다.

나는짧게날지도않는다.산만하고무질서하게이자리에있는것은없다.날것그대로의희고따뜻한알을발견한다.모든것이끝났다는정착감이든다.
-「내가새였을때」중에서

닭장속에서발견한이“희고따뜻한알”이야말로시인의시가아닐까.이난장같은세상에서도저렇게날것의희고따뜻한탄생이있다.

비운과불운을모두챙겨떠나는시

어둠이없는데가지옥이죠
밤에도불을꺼주지않는곳이감옥입니다

70여년만에무죄선고를받아명예를회복한할머니
수감생활을말씀하신다

우리는머리맞대고뉴스를본다
밥먹으며휴대폰보는습관을나는못고쳤고
너는스스로만든손목흉터가리려고소매잡아늘리는습관을고치지않는다
-「나의정원에는불타는나무가있었고」중에서

이세상에는“70년만에무죄선고를받아명예를회복한할머니”가있고,“스스로만든손목흉터가리려고소매잡아늘리는습관”을가진“너”가있으며(「나의정원에는불타는나무가있었고」),의사들이파업하여자리를비운병원6인실에서“자신의유방을꺼내물수건으로닦는환자”가있다.그리고이사연들을받아쓰는,“수술하다가죽는다면이게마지막메모”가된다고쓰는시인이있다.(「목동의밤」)세상은비루하고비참한일투성이고‘나’의삶역시그러하다.그러나시인은이모순된삶속에서소외되고불편한기류들을외면하지않고시적체험으로확장시켜나간다.비록지금흐릿하고얼어붙고더러워졌다할지라도,시인은한순간빛났던한구절때문에한평생다정하게기다림을사는이들을노래한다.

안녕안녕검은새여
여기있는그누구도날사랑하거나이해하지못했죠
비애와불운을모두챙겨나는떠납니다
오늘밤늦게도착할거예요
-「바이바이블랙버드」중에서

이번시집에서시인은파쇄한백지가눈보라처럼흩날리는길위에서있다.안전하지도아름답지도않은,얼어붙은길목앞에서비애와불운의배낭을메고길을떠나는자이다.이고독은세상과엇물리는자의일방통행로이다.그일방통행로안에서시인은자신만의방식대로새로운시와사랑을발견해나간다.제자리도기원도없이,누구에게도사랑받거나이해받지못했던이들이영원의동행을하듯,까마득히모를곳으로다시발걸음을옮긴다.지금껏그가걸어온매혹과참혹을끝내사랑을위한설계도로남기며.

시인의말

계절이바뀌니
좋은것도있다

여행은틀렸다고
말할수없는것
그렇게끝나지않는것

그러니친구여,
길게가보자

2024년12월
김이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