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도가지마,곁에있어
그리고견뎌
이런우리를끝끝내견디란말이야”
사랑의기표뒤에숨은
사납게포효하는가학과피학의세계
오영미시인의두번째시집『모두가예쁜비치』가타이피스트시인선010번으로출간되었다.2017년『시와사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한이후첫시집『닳지않는사탕을주세요』에서세계의불의와폭력성을고발하고,새로운여성적발화의가능성을제시했다면,이번시집에서는“호명되는순간사라지는존재들”이세계에서살아남는방법론을“날것의물질성”으로보여주며,세계의기표뒤에감춰진가학과피학을직면한다.
“너여자애랑그렇고그런사이라며?그래서학교그만두는거라며?”“여자는달린것도없는데어떻게섹스해?”응그래,네들인생망가지는꼴내눈으로보기전까지는결코죽을수없다
―「헬로키티6공다이어리」중에서
이세계에적응할수없는존재들의리허설
혹은살아있는시체들의독백
"마냐,그년만이세상에서사라지면내가최고가될수있는데!"물론마냐가사라진자리는바냐가아닌사샤가차지할테고사샤가사라진자리는다름아닌리타가차지할테지만좁고꽉막힌바냐에게는소용없는말이란걸우리는너무나도잘안다.
―「메데타시메데타시」중에서
『모두가예쁜비치』는연극적인구성,혹은몽타주처럼흩어진단면들을통해전체를구성한다.정해진서사없이,각시는마치짧은무언극처럼감정의순간을고스란히펼쳐보인다.“레아와크리스틴”,“마냐와바냐”,“프란체스카와시씨”등,이시집의인물들은일종의서사적장치이자감정의상징이다.이들은특정한상황속에서사랑하거나,상처입히거나,폭력을주고받는다.하지만그서사에는언제나비틀림이존재한다.사랑은늘어긋나있고,관계는언제나균열을전제로한다.이모든문장들은자기파괴와혐오,생존과기만의경계에서말하는‘여성화자’들의독백이다.살아있으나말할수없고,말할수있지만들리지않는목소리들이끝내페이지마다쌓인다.
비명이되지못한고통의파편들
여하튼최고급설탕과향신료,그외에깨끗하고연약한것들로이루어진퇴레게네는이토록지리멸렬하고폭력적인세계에서결코살아남지못할것이다.
―「카렐차펙스트로베리티」중에서
내가팅커벨을죽이기위해노력하는사이우유니소금사막같았던그계집애는훌쩍자라남자친구와함께롱베케이션을떠나버렸다나는길가에흩뿌려진전단지처럼나를방치했고저명하신의사선생님은오이알레르기가있는내게자꾸만오이를먹이며“누구나한번쯤앓는병으로엄살떨기는!”
―「헬로키티6공다이어리」중에서
욕설과선언사이,그어딘가에서“모두가예쁜비치”라는제목은이중적으로읽힌다.‘비치(beach)’라는말이담고있는청량한감각과,‘bitch’라는욕설의어감이겹쳐지며이시집의세계관은시작된다.오영미는“예쁨”이라는사회적수사를해체한다.여성의몸,여성의관계,여성의감정에붙여지는단정적인언어를그녀는끝까지밀고나가,그것이얼마나폭력적일수있는지를폭로한다.예쁨이라는말은이시집에서가장불온한말이다.시인은그불온함으로부터한발도물러서지않는다.그리고바로그지점에서,이시집은‘여성됨’을사유하는하나의선언으로다가온다.
이세계에남겨진가장치열한언어“비치”
그자리에서뒈져버려라,중얼거리고싶은데이미뒈져버렸으니그럴수도없군요.
―「안녕히계세요.여러분!」중에서
『모두가예쁜비치』는고통의서정이아니다.이시집은고통의실체와감정의붕괴,언어의소멸직전에서살아남은감각들이어떻게다시‘시’라는형식을얻을수있는지를집요하게탐색한다.감정을노래하지않고,감정을견디지않고,감정자체를직면하며무화되는언어.난무하는가학과피학의언어,그것은저항의기표이며,무너진세계에서여성화자들이끝내자신을지키기위해사용한마지막발성이다.이시집은애도와사랑,욕망과공포,혐오와자기파괴사이에있는감정의국경을넘나들며,말이가닿을수없는곳에서비명을남긴다.그비명은고통이아니라,고통을넘어선본능의문장이다.이언어의끝에서시인은새로운생존의형식을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