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예쁜 비치

모두가 예쁜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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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영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모두가 예쁜 비치』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10번으로 출간되었다. 2017년 『시와사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첫 시집 『닳지 않는 사탕을 주세요』에서 세계의 불의와 폭력성을 고발하고, 새로운 여성적 발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호명되는 순간 사라지는 존재들”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론을 “날것의 물질성”으로 보여 주며, 세계의 기표 뒤에 감춰진 가학과 피학을 직면한다.

『모두가 예쁜 비치』는 고통의 서정이 아니다. 이 시집은 고통의 실체와 감정의 붕괴, 언어의 소멸 직전에서 살아남은 감각들이 어떻게 다시 ‘시’라는 형식을 얻을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감정을 노래하지 않고, 감정을 견디지 않고, 감정 자체를 직면하며 무화되는 언어, 난무하는 가학과 피학의 언어, 그것은 저항의 기표이며, 무너진 세계에서 여성 화자들이 끝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 마지막 발성이다. 이 시집은 애도와 사랑, 욕망과 공포, 혐오와 자기 파괴 사이에 있는 감정의 국경을 넘나들며, 말이 가닿을 수 없는 곳에서 비명을 남긴다. 그 비명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을 넘어선 본능의 문장이다. 이 언어의 끝에서 시인은 새로운 생존의 형식을 발견한다.
저자

오영미

저자:오영미
2017년『시와사상』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닳지않는사탕을주세요』가있다.

목차

1부이상적이고관념적인연인들적이고관념적인연인들
침착한매시트포테이토/바몬드카레는의외로바몬트주와는관련이없다/하지않으면나갈수없는방/카렐차펙스트로베리티/메데타시메데타시/아무것도모르는위스키봉봉/메리배드엔딩/그리고내일의연애/펑펑펑펑/2020원더키디이후의사랑/사각사각/영혼을위한굴라쉬수프/[playlist]세일러복과문학소녀

2부너는나없으면아무것도못쓰지?
고란노스폰사노테-쿄-데오오쿠리시마스/몽블랑마이스터스튁145/블루라이트요코하마/플래쉬앤본/절대로죽을수없고죽어서도안되는/관능소설가로성공하는방법/변기에이물질을버리지마십시오/흐르는맥주처럼콸콸콸/젠틀한질드레씨의바로크풍최후/안녕히계세요여러분!/리추얼

3부이런이야기하지말까
그런데내게는딸이있다/자두정말맛있다/라이크어프릭쇼/사바소바/명랑마법소녀/괴산/?어른의소꿉놀이/놀러와!미미이층집/21세기의포크로어/한겨울의수박/순간의맛/빵과햇살,하이볼과함께하기좋은날

4부모두가다예쁜B**ch
하늘에서내리는일억개의찌그러진맥주캔/알코올홀릭원더랜드/너는나없으면아무것도못하지?/지구와혜성이충돌해서우리를제외하고다죽었어/죽고싶으니까떡볶이먹자/#여름이었다/아내가쏟아졌으면좋겠다/육즙이사방으로터지는낭독회/유통기한지난괴담/헬로키티6공다이어리/놀라울만큼아무도관심을주지않았다

산문_이이야기는명백히픽션이며,등장하는인물·사건모두가공된것입니다

출판사 서평

“아무데도가지마,곁에있어
그리고견뎌
이런우리를끝끝내견디란말이야”

사랑의기표뒤에숨은
사납게포효하는가학과피학의세계

오영미시인의두번째시집『모두가예쁜비치』가타이피스트시인선010번으로출간되었다.2017년『시와사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한이후첫시집『닳지않는사탕을주세요』에서세계의불의와폭력성을고발하고,새로운여성적발화의가능성을제시했다면,이번시집에서는“호명되는순간사라지는존재들”이세계에서살아남는방법론을“날것의물질성”으로보여주며,세계의기표뒤에감춰진가학과피학을직면한다.

“너여자애랑그렇고그런사이라며?그래서학교그만두는거라며?”“여자는달린것도없는데어떻게섹스해?”응그래,네들인생망가지는꼴내눈으로보기전까지는결코죽을수없다
―「헬로키티6공다이어리」중에서

이세계에적응할수없는존재들의리허설
혹은살아있는시체들의독백

"마냐,그년만이세상에서사라지면내가최고가될수있는데!"물론마냐가사라진자리는바냐가아닌사샤가차지할테고사샤가사라진자리는다름아닌리타가차지할테지만좁고꽉막힌바냐에게는소용없는말이란걸우리는너무나도잘안다.
―「메데타시메데타시」중에서
『모두가예쁜비치』는연극적인구성,혹은몽타주처럼흩어진단면들을통해전체를구성한다.정해진서사없이,각시는마치짧은무언극처럼감정의순간을고스란히펼쳐보인다.“레아와크리스틴”,“마냐와바냐”,“프란체스카와시씨”등,이시집의인물들은일종의서사적장치이자감정의상징이다.이들은특정한상황속에서사랑하거나,상처입히거나,폭력을주고받는다.하지만그서사에는언제나비틀림이존재한다.사랑은늘어긋나있고,관계는언제나균열을전제로한다.이모든문장들은자기파괴와혐오,생존과기만의경계에서말하는‘여성화자’들의독백이다.살아있으나말할수없고,말할수있지만들리지않는목소리들이끝내페이지마다쌓인다.

비명이되지못한고통의파편들

여하튼최고급설탕과향신료,그외에깨끗하고연약한것들로이루어진퇴레게네는이토록지리멸렬하고폭력적인세계에서결코살아남지못할것이다.
―「카렐차펙스트로베리티」중에서
내가팅커벨을죽이기위해노력하는사이우유니소금사막같았던그계집애는훌쩍자라남자친구와함께롱베케이션을떠나버렸다나는길가에흩뿌려진전단지처럼나를방치했고저명하신의사선생님은오이알레르기가있는내게자꾸만오이를먹이며“누구나한번쯤앓는병으로엄살떨기는!”
―「헬로키티6공다이어리」중에서
욕설과선언사이,그어딘가에서“모두가예쁜비치”라는제목은이중적으로읽힌다.‘비치(beach)’라는말이담고있는청량한감각과,‘bitch’라는욕설의어감이겹쳐지며이시집의세계관은시작된다.오영미는“예쁨”이라는사회적수사를해체한다.여성의몸,여성의관계,여성의감정에붙여지는단정적인언어를그녀는끝까지밀고나가,그것이얼마나폭력적일수있는지를폭로한다.예쁨이라는말은이시집에서가장불온한말이다.시인은그불온함으로부터한발도물러서지않는다.그리고바로그지점에서,이시집은‘여성됨’을사유하는하나의선언으로다가온다.

이세계에남겨진가장치열한언어“비치”

그자리에서뒈져버려라,중얼거리고싶은데이미뒈져버렸으니그럴수도없군요.
―「안녕히계세요.여러분!」중에서
『모두가예쁜비치』는고통의서정이아니다.이시집은고통의실체와감정의붕괴,언어의소멸직전에서살아남은감각들이어떻게다시‘시’라는형식을얻을수있는지를집요하게탐색한다.감정을노래하지않고,감정을견디지않고,감정자체를직면하며무화되는언어.난무하는가학과피학의언어,그것은저항의기표이며,무너진세계에서여성화자들이끝내자신을지키기위해사용한마지막발성이다.이시집은애도와사랑,욕망과공포,혐오와자기파괴사이에있는감정의국경을넘나들며,말이가닿을수없는곳에서비명을남긴다.그비명은고통이아니라,고통을넘어선본능의문장이다.이언어의끝에서시인은새로운생존의형식을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