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로마 세계의 그리스도교화에 관하여)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로마 세계의 그리스도교화에 관하여)

$17.00
Description
그리스도교는 어떻게 로마를 바꾸었는가?
역사학의 거장 피터 브라운이 제시하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이야기
'로마의 그리스도교화'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학계에서는 그 학자의 종교 여부, 신학 감수성, 역사관, 정치적 시선이 은연중에 드러나곤 한다. 회의적인 세속학자들은 '로마의 그리스도교화'라는 현상 자체가 사실은 허상이었다고 말하거나, 찬란한 로마 문명이 쇠락하는 과정이라 이야기한다. 어떤 로마 가톨릭 학자들은 찬란한 중세 문명으로 향하는 부드러운 전환으로 보기도 하고, 주님의 승리를 보여주는 과정으로 보기도 하며, 어떤 개신교 학자들은 순전했던 신앙이 제국과 야합해 타락해 가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이런 관점들은 하나같이 지나치게 깔끔하다.
고대 후기 연구를 사실상 개척한 역사가로 평가받는 피터 브라운은 이 문제 앞에서, 특정 해석 진영을 선택하기보다는 문제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택한다.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는 바로 그런 그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 저작이다. 1993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진행된 세 차례의 강연을 바탕으로 한,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사유의 밀도는 그의 대표작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으며 그의 방대한 연구물로 들어가게 해주는 입문서로 적절하다.
이 책에서 브라운은 한편으로 회의적인 세속학자들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로마의 그리스도교화가 실제로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스도교 학자들의 추정과는 달리 그리스도교화라는 과정은 결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가 보기에 이 현상은 단지 다신교에서 일신교의 전환, 혹은 이교에서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전환이 아니라 사회에서 권위 개념, 권력의 작동 방식, 성스러움과 세속을 상상하는 방식을 새롭게 배열한 일종의 문화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흐름에서 교회, 그리고 그리스도교인들은 (흔히 생각하듯) 기존 질서(및 종교)를 단순히 배척하거나 분쇄하지 않았으며 그 요소들을 재배치하고, 재해석하는 중재자 역할을 했다. 교회는 제국을 허물어 뜨리는 방식이 아닌, 기존의 정치적 상상력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고, 더 나아가 세계를 상상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미묘하고, 복잡다단했다. 이른바 그리스도교 세계는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십자가는 신전을 박살내고, 콜로세움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만 세워지지 않았음을 피터 브라운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브라운은 종교와 정치, 신앙과 사회, 권위와 신비가 분리되지 않았던 시대를 살피며 질문한다. '권위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신성은 어떻게 사회적 에너지가 되는가?', 그리고 '종교는 어떻게 기억되고, 재배열되는가?' 이 물음은 다양한 일들을 통해 교회와 국가, 시민과 신자의 관계, 다원화된 사회 속 교회의 역할에 대해 숙고해야 할 그리스도교인들도 마주해야 하는 문제다. 그리스도교화에 대한 단순한 승인도, 냉소적 해체도 아닌, 의미의 궤적을 탐구하는 이 책은 종교와 사회가 맺는 복잡한 관계에 관심이 있는 인문 독자와 그리스도교 독자 모두에게 좋은 사유의 자극제이자 지적 지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우리 시대와 신앙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

피터브라운

저자:피터브라운PeterBrownFBA
1935년생.아일랜드출신역사가.옥스퍼드대학교뉴칼리지에서고전학을공부한뒤올소울스칼리지프라이즈펠로우PrizeFellow로선출되어박사과정없이곧바로연구자로서활동을시작했다.이후로열홀러웨이칼리지,UCLA를거쳐1986년부터2011년까지프린스턴대학교역사학과필립과베울라롤린스석좌교수로활동했으며현재는같은칭호의명예교수로활동중이다.1971년에는영국학술원,1989년에는미국인문·과학학술원회원이되었으며하버드대학교,예일대학교,옥스퍼드대학교,케임브리지대학교,시카고대학교등에서명예박사학위를받고2008년미국의회도서관이수여하는존W.클러지상을받았다.후기로마시기를단순한쇠퇴의시기가아니라,새로운종교적상상력과사회질서가형성된창조의시기로재정의함으로써후기고대사연구라는새로운지평을연역사가로평가받는다.종교사학자엘리자베스클라크는“오늘날고대후기연구는그가만들어놓은지적지도위에서움직인다”고말했으며역사가피터새리스는“피터브라운은후기고대라는시대에대한인식뿐만아니라역사를어떻게이해하고,어떻게읽어야하는가에대한감수성자체를바꿔놓았다”고평가했다.
주요저서로『후기고대세계』TheWorldofLateAntiquity,『몸과사회』TheBodyandSociety,『보물을하늘에』TreasureinHeaven,『기독교세계의등장』TheRiseofWesternChristendom(새물결)등이있으며,『아우구스티누스』(새물결),『성인숭배』(새물결)등이한국에소개된바있다.

역자:양세규
대학교에서신학을공부했고대학원에서교회사를공부하고있다.『아씨시프란치스코』(사이먼콕세지),『성서,역사와만나다』(야로슬라프펠리칸,공역),『질문과답변』(이안S.마컴,C.K.로버트슨),『과거의의미』(로완윌리엄스),『그리스도교,역사와만나다』(데이비드벤틀리하트,공역),『그리고로마는그들을보았다』(로버트루이스윌켄,이상비아)를한국어로옮겼다.

목차


들어가며
1.그리스도교화
-서사와과정
2.불관용의한계
3.거룩함의중재자
-고대후기그리스도교의성자
부록:배우는삶
인물색인및소개

출판사 서평

그리스도교는어떻게로마를바꾸었는가?
역사학의거장피터브라운이제시하는복잡하고도미묘한이야기

'로마의그리스도교화'는일종의리트머스시험지다.이현상을어떻게보느냐에따라학계에서는그학자의종교여부,신학감수성,역사관,정치적시선이은연중에드러나곤한다.회의적인세속학자들은'로마의그리스도교화'라는현상자체가사실은허상이었다고말하거나,찬란한로마문명이쇠락하는과정이라이야기한다.어떤로마가톨릭학자들은찬란한중세문명으로향하는부드러운전환으로보기도하고,주님의승리를보여주는과정으로보기도하며,어떤개신교학자들은순전했던신앙이제국과야합해타락해가는과정으로보기도한다.모두일리가있지만,이런관점들은하나같이지나치게깔끔하다.
고대후기연구를사실상개척한역사가로평가받는피터브라운은이문제앞에서,특정해석진영을선택하기보다는문제자체를해체하고재구성하는택한다.『마침내그들이로마를바꾸어갈때』는바로그런그의문제의식이잘드러난저작이다.1993년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진행된세차례의강연을바탕으로한,그리두껍지않은책이지만사유의밀도는그의대표작들과견주어도손색이없으며그의방대한연구물로들어가게해주는입문서로적절하다.

이책에서브라운은한편으로회의적인세속학자들과는분명하게선을그으며로마의그리스도교화가실제로일어났음을보여준다.또다른한편으로는그리스도교학자들의추정과는달리그리스도교화라는과정은결코순식간에일어난일이아님을보여준다.그가보기에이현상은단지다신교에서일신교의전환,혹은이교에서그리스도교의종교적전환이아니라사회에서권위개념,권력의작동방식,성스러움과세속을상상하는방식을새롭게배열한일종의문화적사건이었다.그리고이흐름에서교회,그리고그리스도교인들은(흔히생각하듯)기존질서(및종교)를단순히배척하거나분쇄하지않았으며그요소들을재배치하고,재해석하는중재자역할을했다.교회는제국을허물어뜨리는방식이아닌,기존의정치적상상력에새로운숨결을불어넣었고,더나아가세계를상상하는방식을변화시켰다.그과정은생각보다훨씬더미묘하고,복잡다단했다.이른바그리스도교세계는결코하루아침에이루어지지도않았고,십자가는신전을박살내고,콜로세움을무너뜨리는방식으로만세워지지않았음을피터브라운은다양한사례를통해이야기한다.브라운은종교와정치,신앙과사회,권위와신비가분리되지않았던시대를살피며질문한다.'권위는어떻게정당화되는가?','신성은어떻게사회적에너지가되는가?',그리고'종교는어떻게기억되고,재배열되는가?'이물음은다양한일들을통해교회와국가,시민과신자의관계,다원화된사회속교회의역할에대해숙고해야할그리스도교인들도마주해야하는문제다.그리스도교화에대한단순한승인도,냉소적해체도아닌,의미의궤적을탐구하는이책은종교와사회가맺는복잡한관계에관심이있는인문독자와그리스도교독자모두에게좋은사유의자극제이자지적지도가될것이다.그리고누군가에게는우리시대와신앙을돌아보게하는거울이될지도모른다.

책속에서

로마세계에서그리스도교의발흥을연구하는현대역사가는당대그과정을경험했던이들이남긴단순한해석,문제를간편하게만드는해석을그대로따를필요가없습니다.312년,콘스탄티누스Constantine의개종과이후급격한변화에직면하여,그리스도교인들과이교도모두는상황을설명하는서사를만들어야했습니다.그리스도교인들은성공을설명해야했고,이교도들은몰락을변명해야했습니다.이책의첫장은4세기와5세기여러그리스도교공동체를지배하던그리스도교화서사를다룹니다.그리고사회상황들과사람들의심성이서서히변화하는과정을살펴봅니다.이러한변화를통해라틴세계에서는기존의승리서사가아닌훨씬더냉정한관점에바탕을둔서사가등장하게되었습니다.이새로운관점은그리스도의초자연적승리에만족하기보다는,그리스도교세계에여전히깊이뿌리내리고있으며,영향력을행사하던과거이교의영향에주목했습니다.---p.11

우리에게익숙한주류역사서술에따르면비교적짧은기간,즉콘스탄티누스가개종한312년부터테오도시우스2세TheodosiusII가세상을떠난450년사이에고대다신교사회는종말을고했으며,이종말은오랜시간에걸쳐준비된‘유일신교의승리’에따른결과였습니다.4세기를그리스도교와고대다신교의대결로점철된시대로보는것도같은선상에있다고할수있지요.사실이러한이해는5세기초에등장한탁월한그리스도교역사가와논객,설교자들이구성한종교사를‘재현’representation한것입니다.2이들은이러한묘사를통해피에르쉬뱅PierreChuvin이잘표현했듯실제로는“휘청대는세기”WaveringCentury였던4세기를확고하고단호한서사로정리해냈습니다.우리는이사실을못마땅하게여기기보다는왜이토록명백히그리스도교중심의관점이당대역사를바라보는방식으로채택되었는지를묻고살펴보아야합니다.---p.19-20

당시그리스도교저자들은다른종교및신앙에대한불관용을거리낌없이,열정적으로수용했습니다.이불관용은교회의승리를서술하는그리스도교서사들에서도중요한역할을차지했고,자유주의적성향을지닌근대역사가들은이를보고충격을받기도했습니다.그러나이러한모습은가능한한더넓은역사적배경에놓고조망해야합니다.다른종교,다른신앙에대한불관용은고대후기사회가권력을행사하는방식의일부였습니다.극도로노골적인형태뿐아니라,헤아릴수없이많고거의기록되지도않은소리없는규제라는형태를통해서도말이지요.이런움직임은황제의법령이나주교들의고압적인발언,수도사들의과격한행동으로만결정되지않았습니다.오히려좀더근본적인차원에서이움직임을좌우한건자신들이지배하는세계를계속통제하려했던후기로마사회평균적인권력자들의권력의지였습니다.---p.10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