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의 무늬 (김성훈 소설집)

길목의 무늬 (김성훈 소설집)

$16.00
Description
시대의 어둠을 관통하는 연대와 치유의 힘
김성훈 소설집 『길목의 무늬』 출간
2022년 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 수상으로 등단한 김성훈 소설가의 첫 소설집 『길목의 무늬』(문학들 刊)가 출간됐다.
첫 번째 작품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사람」인데 그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책을 통해 울어 본 사람은 책을 쓰게 되어 있다.” 마치 김성훈 작가가 자신이 어째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지를 말하는 것처럼. 이 소설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우수 문학잡지에서 인터뷰를 하고자 수없이 문의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는 소설가 김종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해남으로 출장을 가게 된 주화가 화자다. 주화는 김종수의 대학교 2년 후배였기에 인터뷰를 위해 해남으로 내려가는 과정 동안 대학교에서 만났던 선배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만났을 때 어떤 질문을 해야 좋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가 등단까지의 그의 삶과 아직 등단하지 못한 자신의 삶을 비교한다.
작가 김종수는 고아였다. 가정교회 골목에서 생을 시작했고, 교회의 터를 잡고 벽돌을 쌓아올린 장로들과 버림받은 아이를 발견한 목사 사모님이 그의 의부모와 마찬가지였다. 친부모에게서 부정당하고 유기되었다는 사실 속에서 김종수는 소설 쓰기를 통해 꿈을 이루고 스스로를 구원한다. 그리고 아직 등단하지 못한, 출판사에서 편집자 일을 하고 있는 주화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유산된 아기를 제거하는 소파 수술을 받았다. 의붓아버지의 씨앗이었으며, 그녀의 아이이자, 그녀의 동생이기도 했다. 그녀는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갔다. 이제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같은 대학교 출신이라는 것뿐만이 아니다. “세계의 그늘을 바라보는 작가의 일관된 시선은 제 몫을 부여받지 못하고, 제 이름을 얻지 못하고, 경제와 사회의 셈법에서 뺄셈의 대상이 된 채 쓰이고 버려지는 삶들을 향해 있다.”(김영삼 문학평론가)
저자

김성훈

1984년전남해남에서태어났다.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과,목포대학교국어교육대학원(석사)을졸업하고현재전남대학교문화재학협동과정(박사과정)을공부하고있다.2022년목포문학상남도작가상에단편소설「길목의무늬」가당선되었다.현재해남군사회적공동체지원센터(중간지원조직)에서주민자치업무를맡고있다.

목차

소설을쓰기시작한사람 9
길목의무늬 31
정오의끝자리,빛 57
홍콩빠이모 77
내자녀들은어디에있는가 105
곁 127
거룩한고사 149
약속의그늘 173
환대의모든것 195

해설  버려진아이들과연대의출구 김영삼 222
작가의말 240

출판사 서평

김성훈작가의등단작이자첫소설집의표제작인「길목의무늬」는전라남도목포의“가난을머리에이고지고사는동네”‘다순구미’가배경이다.현재재개발지역으로규정된폐허의공간이다.이곳에서태어난화자역시버려진아이다.그러나김성훈이소설이버려진아이의비극적삶만을언급하진않는다.분명‘파시’에서몸을팔던어머니의직업과실종은화자에게주홍글씨이자지울수없는트라우마다.그러나그는“우짜든지너랑나는잘살아야해.”라고말한아버지,“휴학,복학,취업,명예퇴직,재입학의단어가빚어낸내세월을흉금없이”털어놓을수있었던달순엄마가있었기에외로움과자기비하를이겨낼수있었다.김성훈소설가는다순구미와같은버려진장소와얽힌비극적서사에머물지않고새로운“삶의지층을쌓는”과정으로이야기를확장한다.
여수를배경으로쓰인「정오의끝자리,빛」이나마산을배경으로쓴「홍콩빠이모」또한버려진아이들의서사와한국사회의국가폭력에대한혐오를생산한대표사례들이다.「정오의끝자리,빛」에서는‘빨갱이의자식’이라는꼬리표로부터평생자유롭지못했던10·19여순사건의희생자이야기를담았다.「홍콩빠이모」는이승만독재정권이저지른부정선거에항거한마산3·15의거와관련된이야기다.소설이생략한홍콩빠이모김명자씨의아들은훗날부마항쟁과5·18민주화운동으로기록된한국현대사의어두운비극으로귀결된가능성이농후하다는점에서씁쓸할수밖에없다.

“불끄입시더.우리!아,저…우리아,얼굴별빛에도비추면안되입니더.불끄입시더.이모들이요.이야,어린것맨상부터가리입시더.퍼뜩안하고뭐하십니꺼.불꺼!”
김명자는기운을뻗쳐소리쳤다.홍콩빠의불빛이하나,둘소등됐다.이윽고마산시내야경이아름답기로소문난홍콩빠거리가칠흑처럼깜깜해졌다.비에젖은사람들의수선스러운움직임이육손이를향해동심원을그리며모여들었다.하늘에서구름에가린조약돌같은별이바다에떨어져파문을일으키는것처럼사람들은스크럼을짰다.
-「홍콩빠이모」,101쪽

그러나소설의막바지에서보이는홍콩빠사람들의스크럼이라는연대,버려진아이를보호하는일을자기삶의“사역의완성”이라여겼던김종수의의부모,또한달순엄마의무조건적인환대에서우리는시대의어둠과좌절감을관통하는강력한치유의힘을볼수있다.세월호사건의생존학생및교사들이겪는트라우마와이들의상처를치유하기위해노력하는심리상담사의이야기인「곁」또한타인의상처와주체의상처가서로마주하는것이치유의시작점이라는사실을알려준다.이렇듯버려진아이들의구조요청에기꺼이응답하는환대와연대의힘,국가폭력이후유예되고미완된애도작업이바로김성훈의소설쓰기다.
김성훈은1984년전라남도해남에서태어났다.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과,목포대학교국어교육대학원(석사)을졸업하고현재전남대학교문화재학협동과정(박사과정)을공부하고있다.2022년목포문학상남도작가상을수상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고현재해남군사회적공동체지원센터에서주민자치업무를맡으며여전히소설을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