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찻잎의 향 (차남옥 시집)

마른 찻잎의 향 (차남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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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젊은 날에는 꽃처럼 활짝 피고 싶었지만,
삶은 오히려 나를 말리고 비우고 기다리게 했습니다.
어느 날, 지인들과 함께 찻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국화차를 주문했습니다. 마른 꽃과 찻잎이 뜨거운 물을 만나 천천히 피어나며 향기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찻물 위로 나의 지나온 시간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젊은 날에는 꽃처럼 활짝 피고 싶었지만, 삶은 오히려 나를 말리고 비우고 기다리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뜨거운 물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꽃차가 말하고 있었습니다.

마른 찻잎이 뜨거운 물을 만나 비로소 깊은 향을 내어주듯, 사람도 눈물과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며 자신의 향기를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흙 속 깊이 묻힌 씨앗이 싹을 틔우듯, 옹이진 나무가 더 깊은 결을 품듯,
찢어진 옷을 한 땀 한 땀 꿰매어 이어 가듯,
삶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조금씩 빚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내 삶의 어느 한순간도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동행해 주신 하나님, 어머니의 구부러진 손가락, 긴 세월 곁을 지켜 준 남편과 내 삶에 귀한 선물로 허락된 두 아들, 사랑하는 며느리, 그리고 내 삶의 늦은 봄으로 찾아온 손자의 웃음, 그리고 평생 선교의 길을 걸어온 하나뿐인 여동생과 그 귀한 가족까지, 그 모든 사랑이 오늘의 나를 이루어 왔습니다.

이 시집을 위해 귀한 감상 평설을 써 주신 송인 목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시편들을 정성껏 읽어 주시고 시 속에 숨겨진 상처와 기다림의 의미까지 따뜻하게 헤아려 주셨습니다. 목사님의 글은 내가 미처 말로 다 전하지 못한 시의 속마음까지 밝혀 주는 귀한 빛이 되었습니다.

각 부를 여는 그림을 허락해 주신 서(배)강일 화가 권사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구순의 연세에도 예술로 하나님을 찬양하시는 모습은 제게 큰 배움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 시집에 따뜻한 추천의 글을 써 주신 박은성, 강태광, 강순영 목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사랑과 기도로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버려진 줄 알았던 자리마다, 메마른 줄 알았던 시간마다 하나님의 은혜가 스며있었습니다. 그 은혜가 오늘 이 시집의 향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작은 시집이 저마다의 시간을 건너고 있는 누군가의 곁에 잠시 머물러, 따뜻한 차 한 잔 같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 삶의 마른 잎에서도 향을 우려내신 하나님께 이 시집을 올려 드립니다.
(저자 서문)
저자

차남옥

World Mission University에서 기독교 상담학을 전공했다. 제22회 미주한인기독문인협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 제17회 『재미수필』 수필 신인상, 제47회 『시와정신』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상처 위에 피어난 초록』을 출간했으며, 기독일보와 미주 조선일보, 나성영락교회 『한마음』 매거진 등에 꾸준히 글을 발표하고 있다.

목차

〈 추천의 글 〉
ㆍ향기로 남는 삶_박은성 목사
ㆍ미우라 아야꼬 같은 작가가 되기를_강순영 목사
ㆍ삶의 고백이 빗어낸 맑은 영혼의 노래_강태광 목사

〈 시인의 말 〉

〈 1부. 그림자가 지나간 자리 〉
ㆍ극장 안에서
ㆍ도망자
ㆍ고래 뱃속에서
ㆍ얄궂은 스위치
ㆍ실어증 걸린 지구
ㆍ절대 무능
ㆍ백스페이스
ㆍ흘려보낸 밤
ㆍ두려움이 끝난 자리에

〈 2부. 나이테가 되는 시간 〉
ㆍ남겨진 나무
ㆍ고목
ㆍ은빛 옹이의 노래
ㆍ울림 이전
ㆍ보이지 않는 봄을 품고
ㆍ고요 속 씨앗
ㆍ물드는 이유
ㆍ가을빛이 머문 자리
ㆍ허공을 베어 물며
ㆍ가지 끝에 걸린 겨울 열매
ㆍ때 이른 낙화의 말
ㆍ따뜻한 겨울
ㆍ마른 찻잎의 향

〈 3부. 흙과 바늘의 시간 〉
ㆍ뜯고 박고
ㆍ거름망
ㆍ양념
ㆍ처음 텃밭
ㆍ행복한 오이
ㆍ우산을 접으며
ㆍ도시의 민들레
ㆍ보라 별 피우는 집
ㆍ도라지
ㆍ늦가을 석류화
ㆍ꽃 모닥불
ㆍ빛을 심는 꽃
ㆍ하늘에 뿌리내린 나팔들
ㆍ여름 송별식
ㆍ낙엽의 마지막 사명
ㆍ저물기 전
ㆍ어떤 꽃을 피울까

〈 4부. 우리는 서로의 계절이었다 〉
ㆍ엄마가 왜 미안해
ㆍ얼룩진 베개
ㆍ퍼즐 놀이
ㆍ바위와 소나무
ㆍ개울물 소리
ㆍ한 입만
ㆍ할머니의 짝사랑
ㆍ웃음꽃
ㆍ손자 생각
ㆍ줌 정원
ㆍ그 한마디
ㆍ무궁화
ㆍ모르지요

〈 5부. 그분 향기 머무는 자리 〉
ㆍ떨어지지 못한 눈물
ㆍ흉가의 문패
ㆍ흘려보낸 밤
ㆍ하늘 세탁소
ㆍ짧은 혀로
ㆍ주님의 눈물로
ㆍ무대
ㆍ하늘 향해 흐르도록
ㆍ밤을 주신 이유
ㆍ내 꿈 너머 주의 꿈
ㆍ천국을 꿈꾸며
ㆍ한 아기의 울음소리
ㆍ축복은 사명입니다
ㆍ사슴이 되어

*감상 평설; 상처가 향기가 되기까지 _ 송인(시인 미주기독문인회 회장)

출판사 서평

- “향기로 남는 삶” -

마른 찻잎은 푸른빛도, 처음의 모양도 잃은 듯 보입니다. 그러나 뜨거운 물을 만나는 순간, 그 안에 오래 품고 있던 향기를 비로소 내어놓습니다. 시인 차남옥 권사님의 아름다운 시집 “마른 찻잎의 향”을 읽으며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시집에는 오랜 세월을 살아내며 만난 상처와 기다림, 외로움과 사랑,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며 깊어진 한 신앙인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때로는 꺾이고, 비워지고, 말라가는 것처럼 보였던 순간들이 지나고 보니 삶의 나이테가 되고, 누군가를 품을 수 있는 따뜻함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시인은 일상의 작은 것들을 통해 아름다움을 바라봅니다. 나무와 씨앗, 꽃과 낙엽, 바늘과 실, 부엌과 텃밭 같은 평범한 풍경 속에서 지나온 시간과 자리를 돌아보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의미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자신의 아픔에 머물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 어머니와 남편, 자녀와 손자, 함께 삶을 걸어온 이들을 향한 감사와 사랑으로 넓어집니다.
무엇보다 시들을 따라가다 보면 삶의 마지막 해석은 결국 그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의 상처는 단지 흉터로 남지 않고, 우리의 기다림은 결코 허망함이 되지 않으며, 그분께 받은 은혜와 사랑은 다시 누군가에게 흘려 보내야 할 축복이 됩니다. 그래서 “마른 찻잎의 향”은 한 사람의 지나온 세월에 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그 모든 계절의 순간을 함께 걸어오신 하나님을 향한 잔잔하지만 분명한 신앙고백이 됩니다.
여기에 오랜 세월 그림을 그려 오신 화백 배강일 권사님의 붓이 더해졌다는 것도 참 뜻깊습니다. 신앙 공동체 안에서 맺어진 귀한 만남이 한 사람의 시어와 또 한 사람의 색채로 만나 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삶의 시공간이 만나 또 하나의 아름다운 향기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삶의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든, 이 시집을 펼쳐 드는 이들이 따뜻한 차 한 잔을 받아 든 것 같은 위로를 얻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지나온 시간 속에도 이미 하나님께서 빚어 오신 향기가 있음을 발견하기를 소망하며 이 시집을 영락의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
마른 시간이 있어서 깊어진 향
받은 은혜가 덧이어 흐르는 길
많은 생명이 더불어 누리는 삶
영원한 기쁨의 공동체에서 박은성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