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른 냄새 (후각이라는 터널로 더욱 선명해진 풍경)

나를 기른 냄새 (후각이라는 터널로 더욱 선명해진 풍경)

$18.08
Description
다른 어떤 감각보다 쉽게 흩어지고 또 스며들어 금방 잊히고 마는 냄새는 돌이켜보면 늘 기억의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다. 코끝을 스친 어느 향에 불현듯 지나간 추억을 상기하게 만드는 이 후각의 언어는 잊힌 듯 잊히지 않음으로써 경계 언저리에서 서성이는 감각이다. 오랜 시간 냄새라는 감각에 관심을 두고 《나를 기른 냄새》를 집필한 저자는 이러한 냄새의 속성을 섬세한 관찰력으로 파악하곤, 자신을 몰래 길러온 것이 다름 아닌 냄새임을 깨닫는다. 저자가 안전하다고 느낄 땐 언제나 냄새가 감지됐다. 문틈으로 들어오던 가족들의 아침 식사 냄새, 엄마의 손가락 사이에서 나던 야쿠르트 냄새와 동네 호프집의 나무바닥 냄새.... 이러한 냄새들을 맡으며 저자는 한뼘 자라났다.

냄새로 인해 새삼 소환된 개인사는 저자를 거기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사회문화에 담긴 후각의 언어마저 탐험하게 한다. 그가운데서 발견한 세상의 여러 모순과 폐허는 마냥 아름답지도 순하지도 않기에 저자 스스로의 모순된 얼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모순 앞에 자신을 숨기기엔 너무 많은 냄새를 감지한 저자는 차라리 고개를 들어 저 멀리서 나는 어느 존재의 냄새를 맡고자 한다. 아빠의 페인트 냄새에서, 동네 학의천의 아카시아 나무에서, 그리스의 이드라섬과 이탈리아의 오렌지꽃나무에서, 그리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쇠구두 주걱을 팔던 양복 입은 할아버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해하며. 아는 만큼 부디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저자는 그렇게 후각이라는 터널로 더욱 선명해진 풍경을 만난다. 《나를 기른 냄새》 속 후각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한다.
저자

이혜인

경기도안양에서나고자랐다.
10년간라이프스타일지에서피처에디터로일했고,지금은브랜드커뮤니케이션에디터로일하고있다.독일에잠시머물때,오랜시간마음속기저에놓여있던후각에대한관심을재발견한후한국에돌아와바로글을쓰기시작했다.냄새를비롯해기억이나신의존재처럼보이지않지만우리삶에흡착되어있는것들에관심이많다.

목차

두번째작가의말

1장스트레인저
-좋아해서투명해진
-여행지에서나를두고오는법
-공동묘지의쓰레기통은아름답다
-이드라에서

2장홈타운
-경기도라면가족
-당신의반찬통냄새
-내안의에바
-학의천에서학난다
-섬유유연제와흰운동화

3장대면
-아이워스필링언더더웨더
-숨을쉴것
-콧속요가
-허수경시인에대한착각

코로작품읽기

4장코끝의자각
-죽음의실루엣
-창틈사이로
-사람냄새

5장망각과혐오
-인간의닳은지문
-피톤치드적사유
-스무스한혐오

6장상흔과희망
-냄새의실종
-기억의수식
-환상의섬,제주

출판사 서평

《별것아닌선의》이소영교수추천,《6》《아네모네》성동혁시인추천

냄새라는잊힌감각으로
보다선명하게세상을인식하는방법

오랜시간불면증을앓아온저자에게냄새는치유의형태로먼저찾아왔다.친구가관자놀이에찍어발라준패출리오일의냄새를맡으며저자는처음으로치유받는느낌을받는다.콧속에스미는서늘한흙내음에몸을맡긴채한바탕위안을얻은저자는그때의경험을통해나의마음이안전하다고느낄땐언제나냄새가있었음을깨닫는다.아파트복도를가득채우던생선굽는냄새,서울에서하루의절반이상을생활하지만결국홈타운은안양임을인정하게만드는동네어귀의따스한냄새등자신의기억속냄새를이책에하나둘풀어냈다.개인적인냄새임에도보통사람들의평범한일상속냄새이기에모두에게그리운어느시절을떠올리게만든다.

그러나《나를기른냄새》는저자의개인사만을담진않는다.냄새라는사라져가는감각을기민하게관찰해온저자인만큼후각에담긴사회문화적언어를탐구하고,그속에서여러모순과두려움을발견하기도한다.자신의몸과살냄새를제대로들여다보지못한지난날의나를떠올리고,엄마와의복잡한관계성과애증을넘나드는가족과의관계에배인냄새에선사회에부여된가정과가장,여성과엄마가가진대표성은무엇인지,그역할을다시묻는계기를마련한다.허수경시인의시들을추억하던중‘자신과허수경시인이비슷한운명을가지고태어났다’고착각한다며귀엽게시인하는저자는,결국과거로향하는사람들은냄새에발묶일수밖에없음을,시인을향한그리움과애도를담아이야기한다.

책은가장동물적인본능이기도한‘맡는행위’를통해이땅에깊게자리한혐오와차별을돌아보기도한다.누군가가내앞에서코를막는행위혹은그러한행위를스스로경계해본자라면,자신의품을파고들어코를박아본자일것이라고저자는말한다.“그때의나는마늘의알싸한향같은것이내피부어딘가에깊숙이배어있을거라생각했다.(…)주변아시아인들이겪은후각적혐오경험들이나를움츠리게했다.(…)나는내몸에코를묻은채물을수밖에없었다.정말내게서냄새가나나?나를탈취하고또탈취했다.”저자의경험은냄새(후각)가혐오와차별의속성과얼마나밀접한관련이있는지를보여주는일례로,이러한사례는책에여러차례등장한다.유대인의악취를핑계로한나치의유대인소각,흔히쓰이는‘사람냄새’에담긴역차별적행위등익히알고있는상식이라는말이무색하게저자가예리하게포착해낸순간들에흠칫거릴수밖에없다.그렇기에저자는“평범한나같은사람들”속에일찍감치자신을포함시키곤무지속에서행하는차별앞에아닌척하지않는다.그부끄러운마음을꺼내놓는다.“애초에선한마음이타고나면좋겠지만그렇지못한나는바닥의얼룩을청소하듯차별과편견의선을문지르고또문지른다.”

왜냄새를기억해야하는가?
그것에무슨힘이있다고

상처를입은자들은말이없다.그들의냄새역시사라지고없다.긴내전끝에실종된콜럼비아시민들의신발(도리스살세도의〈Atrabiliarios〉),양신하할아버지의일기장에기록된제주4.3사건속이름모를고인의뼈(노르웨이출신후각연구자시셀톨라스는이일기장을냄새로변환했다).저자는끝내냄새를드러내지않음으로써자신들의존재를드러낸이들을애도한다.“어느책에서봤는지는모르지만문장하나를기억한다.‘언어에감정을담으면고통이없어진다.’개인이후각의언어를취득하는방법은냄새를기억하는일뿐이다.그렇다면이작품들에서고통이사라지지않는이유는,이것의주인이현존하지않아서,기억할냄새가없어서,결국엔감정을담을언어가없기때문이아닐까.”특정냄새엔인간을멈칫거리게하는힘이있다.결국냄새를기억하는건지나간재난을기억하기위해서,미래의재난을방지하기위해서“결국우리가해야하는건앎의노력,기억뿐이라고.”냄새를잃은이작품들이알려준것들이다.

그리고팬데믹시대.코로나19의가장큰증상인후각의잃음은밥냄새,자연냄새,누군가의체취등좋아하는냄새를언제든맡을수없다는공포와함께그들을향한그리움을더욱쌓아올렸다.저자는미국의사진작가찰리잉그만의AI시리즈에서팬데믹시대의후각이시사하는바를발견한다.껴안다못해서로붙어버린듯한작품속주인공들의모습은마치그리운냄새를찾아파고들고파고들다하나가된모습과도같다.역설적이게도그렇게우리는“상실끝에희망을발견한다.”

고개를들어어느존재의냄새를맡다보면,
잠수끝에눈부신세상을발견할지도

불면증을앓던저자의냄새탐구는자신을기른것들에대한개인적추억을,사회구성원이자인간,그리고사람으로서의감각과책임을,마지막으로불완전하게살던저자의몸과마음을비로소돌보게만들었다.계절마다숙제처럼자신을산책시키고,고개를뻗어때죽나무,아까시나무,서양수수꽃다리에열심히코를킁킁거리며,그렇게계절의변화를냄새로익혔다.여름의물비린내,가을의건조한낙엽냄새,겨울스웨터의창백한먼지냄새를맡으며원인불명의목이시린증상도어느덧사라졌다.저자는이제는어떤날씨여도,어떤상황이라도괜찮다고말하며자신의기울어진갑판에서나와알린다.“잠수끝에발견한세상이눈부시게아름답다.”

냄새가일러준것들이다.


성동혁시인(《6》《아네모네》저자)
후각은호흡과같다.들숨과함께몸깊은곳까지다다른다.그의글이그렇다.코로맡지만폐까지다다르는문장들이다.들숨과함께베를린의공동묘지까지,그리스의작은섬이드라까지,학의천의아카시아나무와가족들의아침식사냄새가들어오는문틈까지다다르게된다.
“우리가마주하는풍경엔그것과조응하는냄새”가있다는말을들은후지척에있는것들의냄새를맡기시작했다.놓치고있는풍경이많단걸깨닫고이내애달파졌다.
‘죽음의거주지에서생명’의냄새를맡는그의성정을,감각을사랑하지않을수없을것이다.그의문장이인쇄된책에선어떤냄새가날까.식물같은그처럼,숲을지키던나무의굳건한냄새가있을것을믿는다.그것이우리의세계에뿌리를내리고자랄것을믿는다.

이소영제주대사회교육학과교수(《별것아닌선의》저자)
저자는일상에스며들었다휘발되는냄새를섬세하게포착하고,그로부터후각의개인사만이아닌사회정치적함의를끌어낸다.가족의일원으로서그리고사회공동체의구성원으로서유년기부터현재까지저자를길러낸냄새들에관한스물세편의에피소드를읽어가는도중부지불식간에그간잊고지낸무수한냄새들을복기했다.정답고향그러운,때론매캐하고아린,지겹고또그리운,‘내가나일수있게한’그것들이페이지를넘길때마다코끝에닿는경험을했다.그것만으로이책은잊기어려운독서체험을독자에게선사하는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