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는, 내가 나무 심은 걸 알고 (김치호의 악양 귀촌 이야기)

봄비는, 내가 나무 심은 걸 알고 (김치호의 악양 귀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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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꽃은 피기 마련이지요.”
은퇴 후 지리산 자락으로 귀촌해 살고 있는 한 촌부(村夫)의 에세이이다. 지은이는 “백면서생이 익숙지 않은 자연으로 돌아가 흙을 밟고 흙을 만지며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이 책을 소개한다. 낯선 땅에 새로 집을 짓는 이야기, 찻잎을 따서 시들키고 매실청을 담는 이야기, 꽃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꾸는 이야기, 진돗개 한 마리와 일상을 나누는 이야기 등을 담담하게 털어 놓는다. 귀촌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삶에 정착해야 하는 일이다. 낯설고 두려운 일이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런 어려움보다 먼저, “초목과 대화하고 바람의 흐름을 가늠하면서” 생명의 기운을 느낀다고 말한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꽃은 피기 마련이지요.” 문득 만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범상하지 않다. 종종 깊고 고요한, 한 편의 시로 독자의 가슴을 울린다.
저자

김치호

저자:김치호
1954년경상남도밀양에서나고자랐다.연세대학교를졸업했고,미국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경제학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은행수석연구역,정리금융공사사장,숭실대학교경제학과교수등을지냈다.경제학자로서<한국의거시경제패러다임>을비롯해60여편에이르는책과논문을발표했다.본업인경제학의경계를넘어인문학적글쓰기를통해서도세상과교감해왔다.<고미술의유혹><오래된아름다움><창령사오백나한의미소앞에서>등과같은책을냈다.현재는경상남도하동군악양면지리산자락에귀촌하여글쓰고텃밭농사짓는촌부로살고있다.

목차

1귀촌
“악양에한번살아봐요”12
악양속으로한걸음더16
5일장나들이20
귀촌,그로망과욕망의변주23
고유제(告由祭)산행25
섬진강모래톱에서27
농가창고를짓기까지28
건축허가가떨어졌습니다30
칡덩굴로뒤덮인황무지가집터로31

2집짓기
단순하고거칠게36
새벽단상36
쪽빛하늘,주홍빛대봉감37
벽체가서고지붕이덮이니38
매화한가지에봄이열리고40
“잘가요,압둘라”41
매화는절정인데,집짓는일은더디고42
땀방울에서봄냄새가피어오릅니다44
고사리한자루꺾으려면삼천배를해야46
‘입석길90-○○○’48
모종심고더덕씨뿌리고52
처음으로택배가도착했습니다53
드디어집의사용승인이떨어졌습니다54
거친산촌생활에도조금씩윤기가돌고55
이집에는창이많습니다56
“다제눈에안경일뿐”58
분명멧돼지의소행일텐데요61

3지리산둘레길
꽃무릇이피었습니다64
재선충감염에는백약이무효라고하나66
지리산둘레길67
섬진강물색에도가을빛이섞여들고69
마루는어찌되었을까요?70

4텃밭
생명가꾸기의즐거움74
매화가지하나꺾어다관에꽂았습니다77
대봉감나무묘목쉰그루79
매화향기산을넘고강을건너81
화원이나농원앞을그냥지나치지못합니다81
마당잔디까는데꼬박사흘84
고추15,토마토15,가지6,오이6,여주285
찻잎시들키기좋은날86
차한잔에마음을담고봄을담아88
“죽순수확기념으로곡차한잔합시다”89
오디따먹는산비둘기떼소리에90
바랭이,개비름,도둑놈가시92
“사라바(さらぱ)!!”93

5자미산방
자연의시간속으로98
벌떼의습격,119의출동100
가을은도둑처럼찾아들고102
가을이익어가고있습니다106
형제봉자락에서맞는두번째가을106
사람도자연도잠시쉬어가는날110
표고목을들여왔습니다110
집이름을‘자미산방(紫薇山房)’으로112
“낙부천명부해의(樂夫天命復奚疑)”116
식구가하나늘었습니다119

6소소한일상
기다림의시간,설렘의시간122
‘거침’과‘야생’의아름다움123
아침에눈뜨면창밖의초목이인사하고126
“잠든뿌리를봄비로깨운다”129
3월이갑니다134
할미꽃134
자미산방에밤이찾아들면136
꽃이지면잎이돋아납니다137
층층나무꽃이피면139
산촌의봄날오후141
날이밝으면저절로눈이떠지고142
열살소년이감꽃을줍고있습니다145

7선돌이
우리강생이‘선돌이’148
유박(油粕)을아십니까?150
1년의시간이빚어낸풍경들152
“하늘의그물은성긴듯하나…”156
녹차한잔앞에놓고158
장마가길어질징조일까요?162
선돌이는지금어디에있을까요?162
어린생명이죽음의문턱을넘어164
자미화가피기시작합니다166
자연의질서는한치어그러짐이없어169

8가을악양
자고나니가을174
“꽃무릇피고지면밤줍기가시작된다”176
“꽃보다단풍”179
1년의기다림,첫수확181
조만간서리가내릴텐데…183
계곡바람맞으며감말랭이는맛을더해가고185
거두지못한텃밭의무배추188
또한해가저물어가고있습니다191

9한걸음더자연속으로
새해에는적당히건강하고적당히행복하길198
선돌이는자주마실을갑니다199
“기다림은내평생의업(業)이었습니다”201
비도잦고기온도들쑥날쑥203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205
금낭화는계곡물에휩쓸려간것일까요?207
찻잎따는동안속진(俗塵)의잡념다사라지고208
사람이하는일은여기까지210
개망초꽃211
그들은산촌의고요와평화로움을부러워하고213

출판사 서평

자연으로돌아가흙을밟고살아가는
백면서생귀촌인의에세이

이책은지리산형제봉자락에귀촌하여집짓고살아가는촌부(村夫)의이야기이다.

적지않은나이에고향도아니고그렇다고특별한연고가있는곳도아닌곳에집을짓고삶의거처를옮기는것은쉽지않은일이다.지은이는“흙한줌,풀한포기없는도회지아파트에서반평생을산것도부족해서그곳에서생을마감해야한다면그건너무슬픈일이아닌가.앞으로살아갈날이얼마인가….그남은시간만이라도흙밟으며생명을가꾸고,생의마지막순간에는산과들,나무와풀꽃의배웅을받고싶다”는간절함을가졌다고말한다.지은이는이러한간절함으로귀촌의뜻을이루었고,섬진강이바라보이는형제봉자락에서나름의건강한삶을꾸려가고있다.

온전히자연에내맡겨지는산촌의일상은거칠수밖에없다.그러나지은이는그거친일상속에서인간의몸과마음을정화시키는생명의기운같은걸느낀다.“초목과대화하고공기속의물기와바람의흐름을가늠하는것”도어쩌면그런기운을느끼고체화(體化)시키는방편이라할수있을것이다.지은이는“백면서생(白面書生)이익숙지않은자연으로돌아가흙을밟고흙을만지며살아가는행간의얘기가독자들에게어떤의미로다가갈지모른다”고말한다.다만거친시공간에의탁된한영혼이그기운에힘입어정화되고자유로워져가는과정을담담하게기록하고자했다고한다.

책속에서

처음이땅을보러왔을때의인상과느낌은지금도눈과머릿속에선명합니다.비록야생의거친땅이지만양명(陽明)하여따뜻해보였고남동쪽으로흘러내린지세가포근하고아늑했습니다.-13쪽

우리삶이그렇듯건축은되돌릴수없는과정입니다.머릿속에그렸던공간이생각과다른모습으로실체화될때는아쉬움을넘어고통으로다가오고되돌아갈수없음에절망하기도합니다.-60쪽

걷다보면언젠가출발점으로되돌아오는길,시작도끝도없는길이바로지리산둘레길입니다.화엄의세계로가는“행행도처지지발처(行行到處至至發處)”의길일지도모릅니다.“걸어도걸어도그자리,가도가도떠난자리”입니다.출발한곳이끝나는곳이고끝나는곳이출발하는곳이니그건바로경계가없는무애(無碍)의길,자유의길일것입니다.-68쪽

한차례비내린뒤녹차나무잎은한층윤기를더하고,연둣빛새순이아침햇살받아윤슬처럼반짝입니다.비오는날맞추어텃밭에채소모종을심었습니다.-85쪽

그동안마음속으로이이름저이름썼다지웠다를반복해온집이름을‘자미산방(紫薇山房)’으로정했습니다.자미화를심고집이름을자미산방으로짓게된의미나이유라면,붉은색으로오래피어변하지않는단심(丹心)을무겁게생각하고,매화와더불어예로부터문인사대부들이사랑한꽃이기때문입니다.-115쪽

요즘은꽃나무심기에좋은때라계속뭔가심고있습니다.오늘처럼비오는날은몸이더근질거립니다.그저께도꽃나무몇종을심었습니다.멀리파주에서온능소화와강원도지인이챙겨보낸수국작약등입니다.-132쪽

표고목에서드디어버섯이자라나기시작했고오늘첫수확의기쁨을맛보았습니다.-181쪽

돌아보면아쉽고황망한일이많았던한해였습니다.개인적으로는번다한사회적인연을멀리하고자연에조금더가까이다가갈수있었던한해였고요.자미산방은그흔들리는마음을무착(無着)과평정심으로이끌어준끈무언의힘이자하심처(下心處)였습니다.-193쪽

갓딴찻잎을거실에펼쳐놓고첫물차한잔에망중한을담아봅니다.집안은싱그러운찻잎냄새가득한데,창밖으로무심한연둣빛봄빛이무한으로펼쳐지고있습니다.-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