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유연 시집)

집밥 (유연 시집)

$12.00
저자

유연

경남창녕출생
2018년_마산대학교사회복지학과졸업
마산대학교평생교육원시창작반에서다년간수강이수
2023년_계간문예지〈시와반시〉신인상수상

목차

1부

사라진목선
가파도
집밥
만학
목련
가방
이제조금웃어도될까요?
고구마꽃이피었습니다
만조
꽃그늘
누에
봄날
간보는저녁
감자
나무가있어


2부

일흔
천변풍경-노산서18길장미
천변풍경-자목련
통각
수련과청개구리
주월리낮달
주월리여름밤
불현듯
역마
숲에서
달의수정
바람머리
바람을수선하다


3부

장마
능가사
미로
달아달아
발치

배추흰나비
어머니
양미리
회식
폭염
친구고막내
찔레꽃
질경이


4부

진공청소기
저녁에걷는노래
재난문자
유월
오미가미김밥집진희

수양매화
속천
서울깍두기
뻐꾸기
버려진냉장고
물이있어서
집밥2
사랑
동그라미

해설

출판사 서평

2025년늦봄.우리시대에시란무엇인가.여전히정치권은혼란의극에달해있고사회엔공정과상식은낡은저잣거리의불량식품이되어버린듯부조리가만연하다.한국의민주주의는퇴색했다가전국민의노력으로겨우회복했다가,를반복중이다.한국의시단은오랜출판불황으로스타작가에의존하고있다.독자들에게철저히맞는대중시인들이냐,유수한등단절차를마친젊은시인이냐,를두고나눠진모양새다.이에따라전반적으로예술장르의첨탑꼭대기에올라앉아있는시의높이와깊이는낮아지고얕아진느낌을지울수없다.
그러나이러한시대적풍경에도요란하게담장너머화려한꽃밭에달려가기보다는쓸쓸한풍경에서제자리를지키며어떤운명처럼부단하게시작을이어가는일군의시인들이있다.
유연시인도제자리에서제자리를지키며부단히시를써온시인이다.창원에사는일흔넷유연시인의첫시집〈집밥〉이도서출판사유악부에서나왔다.
시인은60이넘어대학에진학해서졸업했으며,칠십이넘어계간문예지신인상을받고등단했고등단한이후백편의시를쓰고시집원고를완성했다는심상치않은이력을가졌다.일찍사별하고만학도로서아들과딸을키우며끝끝내시작을놓지않았다는점에서그리고한권의시집,이라는아름다운결실을맺었다는점에서무섭도록시린고통을이긴한인간의내력을본듯하다.
전체적으로유연의시들은모두개별적인정서를표현하면서도보편적인인간의경험,기억,그리고관계에대한반짝이는통찰을보여준다.굳이유연시인의시세계를지시한다면
‘극서정시’해도무방한일이다.서정에시인의서사가조화롭게안착할때나타나는시가‘극서정시’다.

시집의서시격인‘사라진목선’을먼저읽어보자.

자신의무게를얼마만큼물위에풀어놓은물버들이
지상의쓸쓸한이야기를바람에들려주어
수초곁에서잠시아픈몸을쉬어가는목선

먼섬의약도를쥐여준소금쟁이가
바람을흔들어
자이제그만떠나야지

돌아올수있을까
다시만날수있을까
끼룩대는저괭이갈매기들과
하염없이수평선을바라보는여자

아기사슴같은여자를
아기사슴섬에버려두고
홀로돌아온젊은사내의텅빈눈은
겉돌거나떠돌거나

빼곡히
물풀로채워비워놓은
마지막행간

-사라진목선전문


이시는일종의상실과떠남에대한이야기를함축적으로담고있다."목선"과"소금쟁이"등자연물들이화자의정서를전달하는주요상징으로작용한다.또한돌아올수있을지알수없는여정을표현하며,인간의불확실성과외로움,그리고다시만나길바라는희망을동시에드러낸다.목선한척이섬을바라보며해안가에놓여있다.시인은문득‘자신의무게를얼마만큼물위에풀어놓은물버들이’라는유화적이고서정이충만한시적언어를얻는다.이문장은‘먼섬의약도를쥐어준소금쟁이가’로이어지다가‘빼곡히물풀로채워비워놓은마지막행간’이라는문장으로마무리한다.목선이행간으로변모하면서생의쓸쓸한감정을성공적으로치환하고있다.마지막부분에서빈행간에배어있는함축적인여운이독자의상상력을자극하는데성공하고있다.마치솜씨좋은화가의그림이액자에걸려있는듯한감동을준다.
유연시인의특징은현대시의주요흐름인분절된문장의흐름으로해석을거부하는쪽을쳐다보지않고자신의경험을수준높은서정시를지속적으로추구하는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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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딸이늙은엄마를
청보리밭에세워놓고
딸없는딸이오래오래기억하겠다고
엄마사진만찍는딸

각도는사십오도딱좋은데
엄마!
나한테무슨감정있어?
좀웃어봐

엄마는원래
가파른곳에선웃지않는다

훗날딸없는딸의외로움이
당신의외로움될까
너도가파른길
부축해줄딸하나있으면좋을텐데

엄마제발
내나이서른하고도아홉이다
딸이딸잇기가팔라점점
멀어만지는가파도파도소리길

-가파도전문

모녀의관계를배경으로,세대를잇는사랑과외로움을섬세하게표현한작품이다.가파도는제주도에있는섬.해마다청보리축제가열린다.시인은장성한딸과의여행에서한편의울림이큰시한편을가졌다.특히“가파른곳”에서있는엄마와딸의대화는물리적공간과감정적간극의상징처럼느껴진다.딸없는딸이라는표현이강렬하게다가오며,가까이있으면서도먼거리감을느끼는현대적가족구조의단면을드러낸다.시적화자의통찰이깊이와닿는데,그중에서도‘엄마는가파른곳에선웃지않는다’라는진술은시인의오랜세월삶에서나온진솔하면서도강렬한인식의깊이를엿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