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에는 우물이 없고 당산에는 당신이 없다

합정에는 우물이 없고 당산에는 당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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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결핍과 고통을 섬세한 시적 언어로 끌어안는 치유의 미학
2016년 《문학나무》 신인상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남하 시인이 첫 번째 시집 『합정에는 우물이 없고 당산에는 당신이 없다』를 더푸른시인선 005번으로 발간했다. 황남하는 등단 이래 대상과 화자가 가진 결핍과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면서 그것을 섬세하게 읽어내고 따뜻하게 보듬는 작업을 해 왔다. 결핍과 고통 앞에 황남하 시 속 화자는 흥분하거나 분노하거나 자학하거나 자책도 하지 않는다. 격양된 목소리로 결핍과 고통을 바라본다고 해서 그것들이 사라지거나 달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핍과 고통이 가져온 상황을 예리한 눈으로 직시하고, 그것이 갖는 본질성을 간파한 후 어린애 달래듯이 조곤조곤 본질성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황남하의 시 쓰기 방식이다. ‘흥분하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감응력이 뛰어난 화자가 직면한 상황을 침착하게 언술한다.

그러한 특징을 간파한 신수진 평론가는 “상실이라는 사건에 직면한 자아가 시적 언어로써 대상과 교섭하고 나아가 세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지점의 시 쓰기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지향적 태도에는 시인이 가진 모성적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상처에서 새살이 돋듯이 언 땅을 뚫고 새잎이 나오듯이 시적 자아는 모성성을 통해 생명의 경이를 깨닫”고 직면한 상황을 큰 품에 안아 아우른다.

황남하 시는 근원적으로 따뜻하다. 그런데 무작정 따뜻한 시가 아니라 결핍과 고통이 갖는 실상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이 갖는 몸짓과 양태를 섬세한 시선으로 읽어내서, 모성성이 가득한 언어로 끌어안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그냥 잊으라고 말하는 건 임시방편일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함께 아파하고 들어주며 쏟아내게 한 후 펑펑 우는 마음까지도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어야 치유가 된다. 그러한 감응력과 따뜻함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 황남하의 시의 본질이다.
저자

황남하

1996년《아동문학연구소》신인상으로동시등단.
2016년《문학나무》신인상으로시등단.
제3회문학나무숲詩상수상.

목차

■시인의말3

1부상처를발라낸다며자꾸상처를뜯어내요9

상추혹은상처10
언덕을잡아당기고끌어당겼다12
말스프링카를타고훨훨,둥둥14
모자가나를벗으면불안해요16
왜가리는외다리로서있고18
합정에는우물이없고당산에는당신이없다20
화상22
남겨진말24
눈사람26
고양이와달28
번아웃30
사과를연체하다32
반성34
1분36
산본리그집38
수근관증후군40


2부새벽의감정이내심장을물들인거야41

사월초하루42
달술44
비비추46
8월1일47
인형들의식단48
여름감기50
초승달51
두부를먹다보면52
봉숭아감정54
백일홍56
명랑레시피58
술래60
저녁을두고오다62
오류역64
수차66
안목眼目을조율하다68
먼곳에그방이있다70


3부웅얼거리는꽃의말71

누웠던자리72
난분분화火화㕦화吙74
집시기타76
그대는새로운정원이된다78
살구는살구대로80
멈춘시간이끝말잇기를해요82
꽃집에드는여자84
민들레86
고립孤立을수습하다88
후식90
오후세시를지나는풍경92


4부입들이쳐놓은그물93

접시위에퍼즐놀이94
구름이부르는노래96
말위의말98
웃는꿈100
빈집과흙담과꽃102
물의문장104
은빛문체106
일기극장108
달빛산책110
극지와나무112
감자들이있는저녁114
구름역에서떠나는기차는급행이없어요116
난산118

■해설_신수진
상처의성역에서만개하는꽃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