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 (김명순 소설집)

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 (김명순 소설집)

$22.00
Description
김명순의 뜨거운 문장,
거대한 사랑의 이야기

자유롭고자 했으나 다만 외로웠던 예술가 김명순,
심연을 뒤흔드는 14편이 수록된 단 하나의 소설집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이자 시대를 앞서간 여성 예술가 김명순의 소설이 시인 박소란의 편역을 거쳐 백 년 만에 되살아난다. 이는 김명순이 1918년부터 1936년까지 발표한 에세이를 묶어 선구적인 작가 김명순의 진면목을 새롭게 알린 『사랑은 무한대이외다』(핀드, 2023)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김명순은 국내 서지 기록에 등록된 단행본으로서 한국 여성 최초의 창작 작품집인 『생명의 과실』(한성도서주식회사, 1925)을 펴낸바, 첫 책 출간 이후 백 년 만에 그의 작품세계를 한 권으로 조망할 수 있는 소설집이 묶였다는 것도 이 출간의 의미를 더한다. 지금 김명순을 읽는다는 것은 한국문학의 계보를 되짚는 중요한 과업이며, 자유롭고자 했으나 다만 외로웠던 한 예술가의 정신이 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공명하는 경이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박소란 시인은 근대 한글로 쓰인 김명순의 작품을 현대어로 번역하며 김명순이 지닌 특유의 문체를 지키면서도 김명순의 깊은 사유와 선구적인 통찰이 지금의 독자들의 마음에 최대한 가깝게 가닿을 수 있도록 단어와 문장을 섬세하게 매만졌다. 박소란 시인은 미완성작을 제하고 김명순이 신문과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을 살펴 13편의 소설과 1편의 희곡을 선별했으며, 김명순이 생전에 펴낸 두 권의 창작집 『생명의 과실』과 『애인의 선물』(회동서관, 1929 추정)에 수록된 소설은 모두 포함했다. 고심해 고른 14편의 작품은 『사랑은 무한대이외다』 편역 작업의 원칙을 이어 역시 일일이 원문을 대조해 완성도와 사료적 가치를 높였다.
저자

김명순

저자:김명순
1896년1월20일평안남도평양에서태어났다.1917년단편소설「의심의소녀」가『청춘』의현상공모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한국최초의여성근대소설가로불린다.등단이후김명순,김탄실,망양초,망양생,별그림같은필명으로시,소설,산문,평론,희곡등다양한장르의글을발표했다.에드거앨런포의소설을국내에최초로소개하고보들레르의시를번역하는등외국어에능통했던것으로전해진다.피아노를잘치고독일어로곡을만들만큼음악에도조예가깊었다고한다.여성작가최초로창작집『생명의과실』(1925)『애인의선물』(1929추정)을펴냈으며,신문기자,영화배우로도활동했다.조선과일본을오가며공부와집필에힘썼으나모욕적인소문의희생자가되어결국글쓰기를중단했다.생의마지막에는생활고에시달리다1951년도쿄에서사망한것으로추정된다.

엮음:박소란
시인.시집『심장에가까운말』『한사람의닫힌문』『있다』『수옥』,산문집『빌딩과시』등을냈다.

목차


젊은날
나는사랑한다
분수령
일요일
꿈묻는날밤
의붓자식(희곡)
의심의소녀
조모의묘전에
해저문때
손님
돌아다볼때
모르는사람같이
외로운사람들
인생행로난

엮은이의말

출판사 서평

한국여성최초의단행본『생명의과실』출간100주년기념작업
결락된부분보완해사료적가치높여

수록된소설중「의심의소녀」는김명순이1917년월간잡지『청춘』의문예작품현상공모에당선한단편소설로,김명순에게‘한국최초의여성근대소설가’라는타이틀을쥐여준작품이다.1926년8월17일부터9월3일까지동아일보에연재한김명순의대표작「나는사랑한다」는연재중순서가엉기는일련의편집사고가있었는데이번작업을통해박소란시인이작품의내용을살펴순서를바로잡았다.김명순이오래천착해온주제인‘사랑’을절규하는마지막장면은한창작품활동을하던당시자유로운사상으로세상과싸워야했던작가본인의애절한부르짖음으로들리기도한다.
근대의시대상을고스란히보여주는대작「외로운사람들」은1924년4월20일부터6월2일까지조선일보에연재한경장편분량의소설로,놓치지말아야할수작이다.특히나이소설은마지막부분인43회가결락되어그간그끝을확인할수없었는데,박소란시인의노력으로이번기회에해당부분을찾아마지막장면을보완했다.또한김명순이일제강점기에일본어로쓴소설「인생행로난」을찾아문학평론가권선영의번역으로이번소설집에함께묶은것도특이할점이다.이소설집에는김명순의작품으로연극무대에오른적이있는배우옥자연이추천의글을덧붙였는데,현대의촉망받는배우가백년전배우로도활동했던김명순과글로써조우하며뜨거운감상을전한다.

배우옥자연추천!“김명순의글은불더미속에서사랑한다,사랑한다외치는소리그자체이다.”
한국문학의든든한자부심,김명순의재발견

김명순이“시대가,사회가허락하지않는것임에도,그럼에도불구하고사랑을그치지않는이유”는“영혼을채우고오롯한한존재로서삶을바로세우는것,그것이바로사랑이기때문”이었다.김명순의이토록큰사랑을이제라도나눌수있어다행이다.김명순의“소설을읽으며우리는조금더큰사랑의눈으로세상을보게되”고“문학을지속하게”(박소란,엮은이의말)될것이다.백년전부터우리에게‘김명순’이라는작가가있었다는사실이지금의한국문학에든든한자부심으로전해진다.김명순의작품을읽어야하는여러역사적인당위성을차치하고그저한작가의숭고한내면과아름답고뜨거운문장,그안에담긴거대한사랑을들여다보기위해독자들은이책을집어들게될것이다.이책에마음을쏟고쏟게될것이다.

만일에봄이나를녹이면
돌틈에서파초열매를맺지요맺지요
만일에만일에.

만일에좋은때를얻으면
바위를열어내마음을쏟지요쏟지요
만일에만일에.
―「돌아다볼때」수록시「만일에」전문(190면)

추천사

좋은집이탄다고사람들은서러워했다.그러나그불더미속에소리들려이르되
“사랑하는이여,아름다운말전부는너의이름이다”하고
“나는사랑한다!”
“나는사랑한다!”하더라.
―「나는사랑한다」중에서

낙인과오해로굴곡진삶을살았던김명순의소설에는한결같이발버둥치는인물들이있다.피가끓고눈물이마르지않는,고결한이상을감당하려하나꺾이고꺾이고마는학대받는인물들.그럼에도희망하기를그치지않고,아니하려야아니할수없어사랑에온몸을던지고야마는인물들.20세기초의조선,그역동적인과도기를살아내며온우주의법칙과전인류의예술과동서고금의철학을탐구하고싶었던꿈많은정신이남긴글들을읽노라면증기를뿜어내며돌진하는듯한근대의낭만주의가참으로숨가쁘다.
‘이건근대의낭만이야’하며거리를둘수있는나는아마도“좋은집이탄다고”“서러워”하는사람들중하나일것이다.하지만김명순의글에는낡은현대인같은나를돌아보게만드는힘이있다.그녀의글은불더미속에서사랑한다,사랑한다외치는소리그자체이다.멍하니서서불기둥을바라보다가이내얼굴이뜨거워옴을느낀다.그리하여결국에는“고달픔과아픔을뒤섞은제가슴을쥐고“왜사람은생각한일을하나도못하고죽는단말인가”하고부르짖는”(「외로운사람들」)이와내가그리멀리있지않음을알게되는것이다.그녀의희망이,설움이번져온다.나는그토록뜨거울수있을까.불더미속에서내가외치게될말은무엇일까.최후까지붙들어야할그말은.
―옥자연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