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겹치면

구름이 겹치면

$18.00
Description
한 편의 소설이 우편처럼 도착했다
한 명의 작가가 선물처럼 다가왔다
팟캐스트 「책읽아웃-오은의 옹기종기」 대본을 쓰고, 책 소개 코너 ‘어떤,책임’에서 ‘캘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진중하고 깊이 있는 질문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매만져온 작가 신연선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첫 책은 장편소설 『구름이 겹치면』이다. 스무 살부터 혼자 소설을 쓰면서 오랜 시간 단단한 시선과 문장을 벼려온 신연선은 “폭력으로 위축된 세계를 우정과 용기로 넓히는 이야기” “넘어진 채 울기보다 일어서서 걷기로 결심하는 이야기”(작가의 말)를 마침내 독자 앞에 꺼내놓는다. “한 편의 소설이 우편처럼 도착했다. 한 명의 작가가 선물처럼 다가왔다”라고 쓴 조해진 소설가의 추천 글처럼 우리에게 반갑게 당도한 이 온기 가득한 소설은 아픔을 지닌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포개 “함께 걸으면서, 어깨를 결으면서, 순간을 겹치면서” “용기와 사랑이 전염될 때까지, 끈끈함과 질김이 끈질긴 연대가 될 때까지”(오은, 추천의 글)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사람들의 어깨 근처에 둘러져 있는 기운을 시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고등학생 ‘서인’은 수시로 가출가방을 점검하며 엄마의 학대를 피해 언제든 집을 나갈 준비를 한다. 어릴 적 서인은 이 넘실대는 기운을 설명할 길이 없어 혼자 ‘구름’이라고 불렀다. “불안, 놀람, 신남, 짜증, 안도, 충격, 행복, 기대, 좌절, 선망, 질투, 긴장, 열광, 분노, 고독, 설렘, 한탄, 희열. 그밖에 채 이름 붙이지 못한 정념들까지 모든 감정이 거기에 담겨 있었다.”(13∼14면) 서인은 이 구름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친구들의 기색을 살피고 엄마의 눈치를 보며 자라왔다.

내가 보는 것은 사람들의 어깨 근처에 있는 것으로 양쪽 어깨를 빙 둘러 두툼한 목도리처럼 걸쳐져 있는, 가끔은 활짝 펼쳐지기도 하는 무언가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점에서 그림자와 같으면서도 크기와 형태, 색깔이 죄 달랐다. 와중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모습을 바꾸었다. 파도처럼 물결치면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면서 살아 움직였다. 뭐랄까, 그것은 온기 없는 불꽃처럼 보였다. 종잡을 수 없는 안개의 난폭한 춤처럼도 보였다.(13면)

구름은 무한의 이야기 상자였다. 세상을 그리는 지도였고, 엄마가 화를 내며 내게 입힌 상처를 잊게 하는 마법의 알약이었다. 나는 구름 덕분에 주위의 세계와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었다. 내게만 있는 특별한 장난감처럼, 구름이 있는 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어도 되었다.(18면)

그런 서인을 위로하는 것은 친구 ‘바인’으로, 바인은 절친인 서인의 이름 한 자를 따서 주체적으로 자기의 이름을 보연에서 바인으로 바꾸고 친구의 비밀스러운 고통과 고민을 함께 짊어지려고 노력한다. 한편, 둘은 바인의 사촌 언니인 대학생 ‘지윤’의 비동의 불법촬영 피해 소식을 듣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무너져 있는 언니를 일으키기 위해 애쓴다. 사진이 유포된 후 일상을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마음에 상처를 크게 입은 지윤은 절망과 자기혐오에 빠져 작은 방에 웅크려 있다. 이런 지윤을 위해 서인과 바인은 언니의 옆을 지키기로, ‘언니의 언니’가 되어 끈질기게 언니를 돌보기로 다짐한다. 스무 살을 전후해 삶의 시련을 겪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서로의 곁을 지키고 보살필 수 있는지, 상처 입은 자리를 어떻게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신연선은 아름다운 문장과 다정한 목소리로 세심하게 짚어준다.

“언니는 멈춰 있는 게 아니에요.
충전을 하고 있는 거죠. 불안해하지 마세요.”

『구름이 겹치면』은 “세상에 노크하기 위해, 우리가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현실의 접힌 페이지를 조심스레 펼쳐 보이”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소설이다.”(조해진, 추천의 글) 사회의 불의 앞에서 선뜻 용기 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우리에게, 같이 한 발 내디뎌보자고 손을 내민다. 뜨거운 태양볕 아래 붉은 열기를 짙게 머금고 있는 능소화처럼 덥더라도 함께 땀 흘리며 길을 걸어보자고 말한다. 『구름이 겹치면』은 그렇게 서로를 “잇고 응원하는 소설이다.” 신연선의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문장” 속에서는 “한 명 한 명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겠다는 작가의 곡진한 마음이 느껴”진다. “구름이 겹치면 새로운 무늬가 나타난다.”(오은, 추천의 글) 앞으로 신예 작가 신연선이 펼쳐낼 소설이라는 구름이 어떤 모양으로 겹쳐질지 자못 기대된다.

“저는 그래서 능소화가 좋아요. 더위 같은 것, 타는 햇빛 같은 것 상관없이 나대로 살겠다고 하는 것 같아서요. 자기 꽃을 꿋꿋하게 피우겠다고 하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 말을 듣는데 꽃 한 송이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떨어져도 전혀 상하지 않았다. 여전히 꽃잎이 선명하게 붉었다. 그것을 계속 관찰했다. 보지 않으면 사라질까봐서.(237~38면)
저자

신연선

저자:신연선
서울에서태어나지금껏서울에살고있다.국문학을전공했고,출판사홍보기획자,온라인서점MD로일했다.팟캐스트「책읽아웃―오은의옹기종기」대본을썼고,책소개코너‘어떤,책임’에서‘캘리’라는이름으로활동했다.읽고쓰는일을가장중요한정체성으로삼고있다.읽은뒤변형되는시선과쓴뒤발생하는질문을사랑한다.특히문학을읽고쓰는일은한도시에서평생을지낸빈약한세계에공간과깊이를더하는귀하디귀한자양분임을안다.지금이순간에도읽고쓰면서,세상하나뿐인털친구후추와자주행복해하며지내고있다.

목차


구름이겹치면

추천의글조해진
추천의글오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언니는멈춰있는게아니에요.
충전을하고있는거죠.불안해하지마세요.”

『구름이겹치면』은“세상에노크하기위해,우리가제대로살펴보지못한현실의접힌페이지를조심스레펼쳐보이”는“우리시대에꼭필요한소설이다.”(조해진,추천의글)사회의불의앞에서선뜻용기내지못하는우리에게,마음을행동으로옮기지못하는우리에게,같이한발내디뎌보자고손을내민다.뜨거운태양볕아래붉은열기를짙게머금고있는능소화처럼덥더라도함께땀흘리며길을걸어보자고말한다.『구름이겹치면』은그렇게서로를“잇고응원하는소설이다.”신연선의“리듬감있게이어지는문장”속에서는“한명한명을적극적으로이해하겠다는작가의곡진한마음이느껴”진다.“구름이겹치면새로운무늬가나타난다.”(오은,추천의글)앞으로신예작가신연선이펼쳐낼소설이라는구름이어떤모양으로겹쳐질지자못기대된다.

“저는그래서능소화가좋아요.더위같은것,타는햇빛같은것상관없이나대로살겠다고하는것같아서요.자기꽃을꿋꿋하게피우겠다고하는것같아서좋아요.”
그말을듣는데꽃한송이가바닥으로뚝떨어졌다.떨어져도전혀상하지않았다.여전히꽃잎이선명하게붉었다.그것을계속관찰했다.보지않으면사라질까봐서.(237~38면)

저자의말

이토록위험한세상을다들어떻게살아가고있는지?어떻게해야매순간두려움에떨지않고살아갈수있을지?그런질문을오래품고있었다.품는시간이길어질수록겁이많아졌다.
한동안웅크리고지내다무서워서도망치기를그만두고싶다고생각했을때,눈앞에얼굴들이있었다.그얼굴들을등대삼아,촛불삼아이야기를썼다.
폭력으로위축된세계를우정과용기로넓히는이야기를쓰고싶었다.넘어진채울기보다일어서서걷기로결심하는이야기를쓰고싶었다.그것은나를위한것이기도했지만무엇보다우리를위한것이었다.취약한우리,아파하는우리,그럼에도혹은그러므로함께하려는우리.우리는그러니까이글을읽고있는당신.
무엇보다악몽없는잠을자고,안전한관계안에서함께빵과차와밥을나눠먹고,두려움없이산책을하고,원하는공부를하는심심한하루가모두에게당연하기를바랐다.
2025년6월
신연선

추천사

한편의소설이우편처럼도착했다.
한명의작가가선물처럼다가왔다.
세상에노크하기위해,우리가제대로살펴보지못한현실의접힌페이지를조심스레펼쳐보이며한뼘더보자고말건네기위해,손잡아주고보듬어주기위해,용기를증여하기위해,‘언니’가되어주기위해,함께분노하고함께울기위해.
기다리던우편이,받고싶었던선물이이제우리눈앞에있다.
우리시대에꼭필요한소설신연선의『구름이겹치면』을함께독해하자고,지금도혼자울고있거나혼자분노하고있을독자분들에게나는간절한초대장을보내고싶다.―조해진소설가

이소설은상처입은자들이그것을힘입음으로덧입는이야기이다.서로의아픔을알아본이들은위로하는데서그치지않는다.함께걸으면서,어깨를결으면서,순간을겹치면서이들은다가올미래를천천히맞이한다.열어젖히는방식이아니라가만히여는방식으로,기다리기도하고기다려주기도하면서.서로돕는일은상처를포개는일이기도하다.포갠상처에서는천천히,그러나반드시새살이돋는다는사실을이들은증명해낸다.용기와사랑이전염될때까지,끈끈함과질김이끈질긴연대가될때까지.함께잇고입으면서이들의앞날을전심으로응원하게된다.
구름이겹치면새로운무늬가나타난다.구름이걷히면말끔한해가떠오른다.이야기가끝나고이제삶이시작될차례다.―오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