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이젤 앞에서 서성입니다 (박수철 산문 | 양장본 Hardcover)

오늘도 나는 이젤 앞에서 서성입니다 (박수철 산문 | 양장본 Hardcover)

$28.00
Description
끝내 붓을 내려놓지 않은 한 인간의 기록그릴 수 없음의 절망 속에서, 그래도 살아 있었던 시간들
이 책은 1950년 포항에서 태어난 화가 박수철이 남긴 50년간(1969년~2022년)의 일기와 편지를 엮은 기록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채 그림을 그려왔다.

“나는 예술가인가?”
“나는 화가인가?”

그는 이 질문들 앞에서 끝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이 책에 담긴 박수철의 삶은, 예술가로서의 열망과 가장으로서의 무능감이 충돌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그림 앞에서는 늘 절망했고, 생활 앞에서는 늘 미안했다. 작업실에서 그는 자신을 “버려진 폐농기구처럼 녹슬어 있는 존재”, “절망에게 죽은 자로 끌려가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에게 그림은 위안이 아니라 싸움이었고, 창작은 성취보다 패배의 감각에 가까웠다.
그러므로 이 책은 ‘성공한 예술가의 연대기’도 박수철의 예술론도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 한 인간의 고백에 가깝다.
그릴 수 없음의 절망 속에서도, 그는 매일 작업실에 가서 무엇이 그림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지 못한 채, 이젤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끝없이 기록했다.
그래서 책에 실린 일기와 편지들에는 거창한 사건 대신,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는 늦가을 작업실, 휘어진 빈 가지의 벚나무, 아들이 보내온 생일 축하금 십만 원, 아내가 무심코 툭툭 쳐주는 손길 같은 순간들이 등장한다. 그는 그런 사소한 장면들 속에서 잠시 자신을 용서받고,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나의 못남이, 나의 무능함이 말갛게 지워지는 순간”은 늘 일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찾아온다.

박수철에게 일기를 쓴다는 것은, 하루를 견뎌냈다는 증거이자 삶을 붙들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었다. 빛과 바람, 하늘과 들판, 시든 꽃은 그날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 되었고, 그림은 완성되지 않아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행위였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끝내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계속 그리는 사람을 우리는 무엇이라 부를 수 있는가.
그리고 “만약 다시 생을 시작한다면, 이보다 나을 수가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가.

패배감 속에서도 살아낸 시간, 무너짐 속에서도 이어진 박수철의 삶의 기록들, 그가 남긴 문장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만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이 다가가길 바란다.
저자

박수철

1950년포항출생.포항동지상고야간학부졸업이후독학으로그림시작.포항문화예술회관기획초대전<박수철>(2005),포항문화재단<포항우수작가초대전Ⅱ>(2017),<뱅이숲속의카페>(2020),<Thecross40>(2023),<정물풍경>(2024),포항시립미술관초대지역원로작가<박수철,오래된꿈>(2025)등전시

목차

1때묻지않은황토의알몸이내게쏟아지면
2바다의숨소리가내영혼에밀려올때
3빛도어둠도지극히아름다운삶의기법이기에
4나는당신이그린밑그림

출판사 서평

일흔다섯의화가박수철,처음이자마지막이될산문집“그림아!내그림아!나를떠나너는어디에있느냐?”
그림을사랑했지만평생확신하지못했고작업실에머물렀지만언제나스스로를의심한박수철.그에게그림은소유한대상이아니라늘도망치는존재였고,붙잡으려할수록멀어지는것이었다.그는자신의작업을‘작품’이아닌‘추억의형상을더듬는일’,나아가“삶의그리움에대한자위”라고말한다.끝없이미끄러지는실패와,그실패를끌어안은채다시작업실로돌아오는과정을되풀이하면서도그는말한다.

“어디내가이끈을놓고서야살수있겠는가?”

그림은그에게생계도명예도아니었다.생존그자체였다.작업실로돌아와“기침소리를내고”잠들어있는그림들을다시깨워야한다는그의메모는,예술적소명이라기보다살아있음에대한최소한의증명에가깝다.

“지금내가죽기에가장안타까운일은아직도내가그려야할캔버스가너무많이남아있는것”

그가쓴어느날의일기에서우리는박수철에게그림은살아야할이유이고,남은물감과캔버스는그의욕망이아니라그의생명이란것을알수있다.“그러므로아직은더살아야한다.”고.
햇살,빈가지,낡은작업실.그속에서박수철은자신을발견했고,그자신역시하나의정물처럼늙어가고있음을받아들였다.

이산문집은예술가의성공담도,미학적선언도아니다.
끝내확신하지못한채그림을그려온한인간이,더이상숨길수없는나이에이르러남긴마지막기록이다.그림을그리지않으면살수없었고,그려도늘부족했던사람의솔직한문장들이있다.

이책은총4부로구성되며,시기별기록(1~3부)과함께40여년간의스케치원본(4부)을수록했다.또한책의마지막에는QR코드를통해박수철의회화작품을직접감상할수있도록구성해,그의삶을읽은뒤그림으로이어지는경험을제공한다.이러한구성이‘그의삶이곧그의그림이었다’는사실을독자에게자연스럽게다가설것이다.

1부(1969~1995)는옐로우오커(YellowOchre),
2부(1996~2012)는프러시안블루(PrussianBlue),
3부(2013~2022)는크림슨레이크(CrimsonLake),
4부(1977~2018)는에메랄드그린(EmeraldGreen)이라는색을각부에배치했다.이는박수철의삶과작업에깊이스며든정서와시간을‘색’으로다시읽도록하기위한출판사의기획이다.독자는글을읽는동시에,색을통해작가의내면과시기를감각적으로경험하게된다.

『오늘도나는이젤앞에서서성입니다』는화가박수철의처음이자마지막산문집으로,한시대를살아낸지역작가의기록을넘어,예술과삶의본질을묻는귀중한증언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