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존재만으로 (행성 위기, 비인간, 돌봄, 장애에 관하여)

그 존재만으로 (행성 위기, 비인간, 돌봄, 장애에 관하여)

$19.00
Description
2025년 10월 기준, 9개 행성 경계[한계선] 중 7개가 돌파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데이터는 기후위기를 정점으로 하는 생태적인 위기가 전 지구적 규모에서 점차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정세만큼이나 지구의 시스템들과 생태계들도 요동 상태에 있다. 어떤 해법이 유효할까? 저자는 (일종의 기술신앙에 근거한) 기술주의적 해법에 반대하며 비기술주의적 해법을 제시한다. 사고와 선호 감각과 욕망의 변화, 그것을 기반 삼고 매개 삼는 생활양식modus vivendi의 변화가 정책 변화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변화가 필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변화를 새로운 인간의 탄생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어떤 사고가 변해야 할까? 비인간 존재물, 인간, 지구, 우주 전체에 대한 사고는 물론이고, 돌봄과 장애에 관한 통념도 변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비인간 존재물, 인간과 기술, 지구, 우주를 다루며 21세기의 범심론, 화이트헤드 철학을 포함하여 넓은 의미의 새로운 유물론[물질론]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철학, 그리고 객체지향존재론에 주로 기댄다. 한편 지구적 규모에서의 돌봄의 역학, 인간의 취약성, 인간과 장애의 관계, 당대의 자아 지향 문화에 대해서는 후반부에서 다룬다.

책은 비인간과 인간 이해를 위한 담론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지만, 모든 비인간 존재물이 탐구되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주로 논의되는 비인간 존재물은 저자가 행성 위기 시대에 ‘중요한’ 존재물이라고 판단하는 것들에 국한되는데, 지구의 비생물과 생물, 각종 기술물을 포함한 생활 기물, 쓰레기, 음식물이 그것들이다. 특히 저자는 비생물/생물 단절선이 문제의 한 진앙지라고 보며 이것을 무효화하는 데 많은 지적 에너지를 쏟고 있다. 각 장의 앞머리는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와 유관한 미술작품의 소개와 비평으로 시작하고 있다.
저자

우석영

저자:우석영
지구철학연구자.작가.행성위기시대의지구철학,범심론,돌봄,포스트휴먼예술등관심사가난잡하다.산행과책으로의산행을즐긴다.배곳산현재(기획위원),생태문명원(연구위원),생태적지혜연구소(학술위원),생명학연구회,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등에서활동하고있다.《공화,돌봄,녹색》(공저),《기후돌봄》(공저),《기후위기행동사전》(공저),《불타는지구를그림이보여주는것은아니지만》,《동물미술관》,《철학이있는도시》,《걸으면해결된다》(공저),《낱말의우주》등을썼다.

목차

서문비인간이라는귀신을찾아서

1장.리베라:인류세,(인간)기술권,사물의범람,인간의진화
2장.자코메티:외로움과웅성거리는사물들
3장.마티스:화이트헤드의사물철학
4장.보나르:지구에는돌봄이무성하다
5장.뒤러:밥상에온신령한것들
6장.조선사발:우주는중고물로가득하다
―쓰레기,오물,장애,와비사비,수리의철학

참고문헌
주석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하나의귀신이인간을쫓아다니고있다―비인간非人間non-human이라는귀신이.
---본문중에서

(인간)기술권technosphere은바로이기술물-인체의일체성과그위력을드러내는개념이다.(인간)기술권개념의주창자들은이새로운권역이암석권,대기권,수권,생물권처럼하나의자율적역학시스템으로서지구에서작동하고있다고주장한다.
---p.19

그렇다고구체적존재물전부가통일된의식또는의식의중심을갖춘주체라는말은아니다.그러한의미의주체가아닌존재물조차도미약한정도의정신적면모를지니고있거나그러한면모를지닌존재물들로구성되어있다는말일뿐이다.
---p.28

그리하여인간은영적·내면적세계를갖춘자들의세계인인간세계에스스로고립되고말았다.인간은우월한자들의세계인인간세계를구축함으로써결국우주적외톨이가되고말았다.
---p.32~33

1933년,디에고리베라(DiegoRivera,1886~1957)는이작품과거의똑같은작품을그렸다.당시그작품은뉴욕의록펠러센터내한빌딩의벽면을차지하기로예정되어있었다.그러나그작품은그곳에걸리지못하게된다.레닌의초상을작품에서빼라는넬슨록펠러NelsonRockefeller의요구를리베라가거부했기때문이다.
---p.47

따라서(인간)기술권을채우고있고화석연료를사용하는제조업체에서제조된대다수의상품-기술물에는‘파르마콘Pharmakon’이라는딱지가붙어야한다.즉,그사물들은약이면서동시에독이다.
---p.60

이러한존재의후퇴로인해필연적으로경험하게되는단독감,고독감을우리는우리자신의실존의기본값으로받아들여야만한다.누구라도인간은지나치게사밀私密적인존재이기에고독감에젖는다.
---p.75

시멘트는어떻게세상에나올까?시멘트를제조하려면규산염이필요하다고한다.규산염을얻으려면산화칼슘이필요하다고한다.산화칼슘을어떻게얻을수있을까?최초공정은석회암을모으는것이다.석회암은탄산칼슘덩어리인데,섭씨800도이상의고온에서가열하면이과정에서석회암결정체가분해되어이산화탄소는공기중으로날아가고칼슘가루와산소가남는다.
---p.85

사실,하나의현실존재물은결단과충족의주체다.합생과정에서잠재성,즉모종의미결정성이결정된다.이결정을이르는다른말이바로결단이다.현실존재물들은오직잠재적상태에서결단을내림으로써자기가된다.“‘현실성’이란‘잠재성’사이의결단”이다.
---p.118

같은맥락에서화이트헤드는생물과비생물간에분명차이는있지만,그것에절대적인차이가있다고보기는어렵다고말한다.더욱이그는그어떤생물도비생물적요소를결여하고있지않다며,생물의존재기반이결국비생물임밝힌다.
---p.129

물은못가는곳이없다.그것은바다에가장많이모여있는것처럼보이지만,그일부는끊임없이대기로올라가서는비로내리고,그리하여땅을적신다.물은육상생물의몸들로들어가기도하고지하로내려가기도하는데,지하로내려간것은점토광물의일부가되기도한다.심지어물은맨틀에도있다.
---p.151

에드바르트베르거EdwardBerger감독의역작〈서부전선이상없다〉(2022)는추위와배고픔의시간으로서의전쟁을묘사한다.적의포화속에서천행天幸으로죽을고비를넘긴(주인공)파울은지친몸을이끌고참호내앉을수있는곳을찾아앉는다.마침건너편에서부지런히빵을씹고있던카트(카트진스키)가눈앞에나타난청년파울에게손에든빵한조각을건넨다.온몸에진흙칠을해서눈코입을뺀얼굴전체가석탄처럼까만파울은,건네받은그것을입으로가져가서는입을움직여씹는다.아니,그는그것을씹어야만한다.
---p.175

터주는신체없는상상물이아니다.터주는일정한신체로변신해서집안에서(집뒤꼍이나장독대근처에서)지내는데,이신체는항아리와짚(짚가리)으로구성된다.항아리를짚이감싸고있는행색인데,마치항아리가옷을입고있는듯한꼴이다.하지만이둘만으로는터주의신체神體god-body는결코완성되지못한다.곡물이항아리안에들어가야터주의신체가완성된다.
---p.189

생로병사生老病死.성주괴공成住壞空.태어난자는늙고,병들고,죽는다.형성된것은머물다가붕괴하고,공허로돌아간다.아마도이것이이우주에서생명을받은우리의기본값일것이다.우리는모두이러한우주의프로토콜(규범)에종속되며,종속되어야만한다.그러나오늘날우리는이프로토콜에의종속을거부함이주류를이루는기이한시대를살고있다.
---p.203

그러므로신품성,완전성,완벽성,구족성(다갖추고있음,불구가아님),자족성,무오류성,독립성은인간적인특성이아니다.그정반대물,즉중고물스러움,불완전함,완벽하지않음,불구적임,취약함,다치거나실수하기쉬움,의존성이야말로인간의특성이다.
---p.228~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