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송복남 장편소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송복남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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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욕망에도 계급이 있다’
소유를 위해 영혼을 농단한 ‘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사랑의 결핍이 부른 참사
세상의 모든 불안과 욕망은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
역사는 변하지만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1906년 대한제국과 뉴욕 그리고 서울의 그랑호텔과 단양 도담삼봉
120여 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욕망의 섬뜩한 변주

아이러니하지만 이 소설은 시종 영혼 얘기를 하면서도 영혼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영혼이 물질이기를 바라는 현대인들의 물질 만능주의가 관심사다. 이 얘기를 위해 1906년 청계천의 영혼결혼식과 제이콥 헨리 쉬프라는 유대인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와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 당시 재무부 장관 헨리 폴슨을 소환한다. 역사적 사실도 있고 허구도 있다. 대한제국의 창덕궁과 20세기 말 뉴욕대학, 2008년 월 스트리트의 풍경과 21세기 서울 옥인동 벽수산장 자리에 들어선 그랑호텔, 120년의 시공간이 이 소설의 무대다.

‘영혼은 영원불멸하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영혼을 영원불멸의 대상으로 본다. 영혼이 존재한다면 내세가 존재하고 물질의 소유 또한 영원하다고 믿는다. 조건이 있다. 영혼이 물질이어야 한다. 이 터무니없는 물질만능의 논리를 믿고 그 증거를 찾아 월 스트리트로 떠나는 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영혼은 있는가, 영혼은 물질인가? 월 스트리트도 그게 궁금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호주 원주민 애버리지니 혼혈 소녀 엘라를 대상으로 기괴한 실험을 했다. 1906년 청계천 거리에서 한 미국인이 목격했다는 무당의 영혼결혼식이 발단이다. 목격은 회고록으로 남겨지고 그 실험의 증거가 ‘애버리지니 필름’이다. 실패한 이 영상이 세상에 나돌고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이 필름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이 총대를 이과수라는 그랑호텔 직원이 맡아 뉴욕으로 출장을 떠난다. 그랑호텔에서 맨해튼의 월 스트리트로, 마이애미 줄리아 모텔과 단양 도담삼봉 그리고 아르헨티나 산하비에르로 이어지는 이과수라는 인물의 고뇌와 사유는 실존주의 인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5670세대에게는 성찰을, MZ세대에게는 분노와 저항을.
투숙객들은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이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다.
MZ세대의 허무는 이렇게 탄생했다.

월 스트리트는 현대인들의 물질 욕망의 최대치를 상징한다. ‘투숙객들’도 마찬가지다. ‘그랑호텔’은 그들이 안전하게 머무는 그들만의 공간이다. 그들만의 우산이 있어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 소설의 한 대목이다.

“무법자가 되려면 뭐가 있어야 하는 줄 알아, 과수 씨?”
“권총인가요?”
양민순이 고개를 저었다. “자격이야, 권총을 가질 자격.”

그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다. ‘그랑호텔’은 서촌이라 불리는 옥인동에 있는 옛 벽수산장이 모델이다. 지금은 없어진 친일파의 건물이지만 소설에서는 현존하는 건물이다. 친일파의 건물과 현재의 기득권 주류로 상징되는 그랑호텔이 만나 투숙객들이라는 이너서클이 존재한다. 투숙객들은 이 사회를 만든 50대와 6, 7, 80대를 가리킨다. 즉 5670세대 중 지금도 이 사회를 움직이는 ‘기득권 주류’가 그들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물론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이 체제를 바꿀 생각 역시 없다. 나아가 자신들의 부를 영원히 소유하기 위해 이들은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부의 연좌제가 이들의 목표다. 부의 대물림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과 자존감이 결정되는 사회의 역진화는 MZ세대에게 허무를 안겼다. 현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 사고와 물질만능주의의 흐름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가 다른 가치를 잠식하면서 생긴 현상들이다. MZ세대가 살고 있는 이 척박한 사회의 견고함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이유다.

사랑의 결핍이 부른 참사 ‘욕망’, 대안은 ‘사랑’

세상의 모든 불안과 욕망은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 사랑의 결핍이 부른 참사 ‘욕망’, 이 물질 만능주의의 대안으로 소설은 영혼 대신 사랑을 꼽는다. 사랑은 오랜 인류의 결핍이자 소망이다. 그 결핍이 인간에게 불안과 극단적 욕망을 부추긴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이중성 그리고 이 둘 사이의 부조리를 인물의 성격과 퍼즐처럼 촘촘한 서사 그리고 철학적이고 종교적 사유를 통해 천착하고 있다.

20년 전 헝가리의 문학이론가 지외르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서문에 나오는 ‘심연의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라는 관용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이 얘기를 위해 창작과 비평사 창간 50주년 창비장편소설상 본심작에 올려졌던 작품을 10년의 걸친 긴 개작 기간을 통해 원고 4천 매의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로 만들어 냈다.
저자

송복남

강원도원주에서태어났다.직업군인이던아버지를따라원주와화천,춘천,홍천에서유년기와소년기를보냈다.지역지와시사주간지,월간지에서오랫동안기자일을했고,시사월간〈피플〉발행인겸편집장을지냈다.2016년김민이라는필명으로〈현대시학〉신인상에당선되어‘국도’외시4편을발표했다.소설『그랑호텔의투숙객들』은삶이준고민에대한자신의말이다.사람은개별적이며이것이사람을사람답게한다.시대가개별성을공고히하며개별성은시대를통해공고히된다.앞으로도당시대와살아야하는개인의삶,그부조리를이야기하고있을터다.앨리스먼로의『디어라이프』를읽으며소설을읽는다는게평안한일중하나일수있다는생각을한적이있다.

목차

차례

프롤로그

1부

이청,그랑호텔에투숙하다
지배인
뉴욕-서울
사사
SoulFund
인터뷰이
체크아웃
유령
출장


2부

제이콥헨리쉬프
자무엘


3부

무엇을할것인가
데이브와나
나는내가필요해
이과수
애버리지니필름
한스화이트
구글링
불멸화위원회
브래디는
채석장
추적하는사람들
눈물
도담삼봉
퀵서비스


4부

특별행사
오해
할리우드씬
성묘


5부

산하비에르
머피의법칙
영혼과형식
안녕,당신의이름은
최치영은왜
종이인형
하정미
김학수정위
강창섭생각이났다
탱고바‘수르’
엽서
나그네투숙객
마농
연극이끝났다
이구아수

에필로그

작가의말
힘이되어주신분들

출판사 서평

존재는사라지고물질만남은우리의자화상
개인과세계의부조리한이야기
소설문학이해낼수있는서사의힘

장르소설의추리적흐름과본격문학의사유가빚은마술적리얼리즘
영화를보는듯한서사의흐름과
퍼즐같은캐릭터와서사의치밀한배치가이소설의힘이다

『그랑호텔의투숙객들』은120년의시공간을통해우리욕망의궤적을추적하고있다.대한제국과일제강점기,해방직후와1999년새천년을앞둔우리의모습과2008년세계금융위기를거치며우리의욕망이어떻게변해왔고,지금누가어떤욕망을추구하는지,그실체를따라간다.그리고현재,이중심에는엘리트와지식인이있다.이세계에지성은존재하지않는다.오로지이기적인자의식과자신들의안녕에대한고군분투만있을뿐.

소설의재미2가지
퍼즐처럼배치된‘추리적요소’와‘인문적질감’이가독성과사유를이끈다

『그랑호텔의투숙객들』은소설이라는문학적형식에인문적사유를바탕으로하고있다.불교와사르트르를사유케하는서사의결은소설의장르적경계를뛰어넘어장르소설과본격문학의기질을한이야기속에서만나는경험을하게한다.4천매가넘는긴소설이지만,결코지루하지않은이야기의전개와긴장감은장르소설의요소와본격문학을접목해직조한서사의힘이준가독성에서온다.영화를보는듯한서사의흐름역시독자에게영상미장센을읽는듯한감각을경험하게해또다른읽을거리다.

『그랑호텔의투숙객들』은마술적리얼리즘소설이다.가상의공간이자실재일수도있는‘그랑호텔’이라는공간에인물들을살게해생각하고행동하고다투게했기때문이다.장르소설의추리와스릴러적요소그리고본격문학이갖는깊이가이메일교환과역사적기록을통한사유로이어진다.역사적사실도있고허구도있다.1906년대한제국청계천무당의영혼결혼식과현재에이르는120여년의시공간을배경으로하는774쪽이라는서사는긴소설임에도처음과달리길게느껴지지않는게이때문인듯하다.“인간욕망이라는주제의진지함과오랜역사적맥락을거슬러오른서사의복잡성을퍼즐처럼배치한추리적묘사를통해가독성을높였다.”는작가의말이빈말이아니다.덤으로문장곳곳에들어있는아포리즘은이소설을읽는또다른즐거움이다.

역사는변하지만욕망은변하지않는다
모든물질은소멸하지만,누군가의물질은영원하다

소설속에서는두개념이대립한다.어떻게하면인간은물질욕망의덫으로부터여전히고귀한존재로살아갈수있을까?누구나영혼을가지고있다면,영혼의존재를육체처럼볼수있고만질수있다면,물질의소유의정도에따른차이와차별그리고불평등은사라지지않을까.영혼은고귀하므로.반대쪽에서도영혼은고귀하다.다만용도가다르다.영혼이존재한다는물증이있다면현세의물질적부를내세로가져가소유의불멸이가능하다고본다.‘존재’인지‘소유’인지를묻게하는이질문은‘존재와소유’의에리히프롬을다시고민하게만든다.

세상의모든소유와욕망과불안은사랑의결핍으로부터왔다
너의고귀함은영혼이아니라사랑의힘이다

다소진지할수도있는이소설이도달하고자하는곳은사랑이다.인간의극단적욕망과불안이모두사랑의결핍에서온다고보기때문이다.본문의한대목이다.

“그게무엇이라고생각하시는지요,선생님?”몰라서묻는게아니라답답해서묻는것같았다.
“사랑이오.”
“……더난해해지는데요,선생님……?”그가어색하게웃으며말했다.
“이런거요.우리는스스로그랑호텔의투숙객인지아닌지생각해본적이있는지,그런자신을보려한적이있는지,이자문과성찰이사랑이오.”

어느시대의어느인간이든욕망을품고펼치려했듯,어느시대누구든결핍을안고살았다.사랑이다.사랑의결핍이오염된욕망을가능하게했다.소설의한대목이다.

……환상을믿은마지막인간,이과수는불현듯그가보고싶어졌다.가만히의자뒤로다가갔다.등받이너머에서숨소리가들렸다.“저왔습니다,지배인님……,이대리요.”조용했다.이과수는의자등받이로손을뻗었다.그리고천천히의자를돌렸다.

이대리와지배인을대비시킨이장면은소설의구도를함축적으로보여준다.욕망은욕구와달리절제의대상이다.소설의마지막장면은그윤리가무너지면서빚어진비극이다.

인간의욕망과존재의이중성과부조리
그랑호텔투숙객들의욕망이며,이소설이시작하는지점이다

작가의말이다.

“하여나는우리의욕망이어떤역사를써왔는지,어디로우리의욕망이가고있는지,그욕망의저력에대한도덕성과윤리를‘양심의힘’으로묻고싶었다.인간이인간다울수있는최후의보루는양심이다.”

소설의걱정과달리,어차피그랑호텔의투숙객들은자신들의욕망이추구한물질적부를내세로가져가지못할것이다.하지만그들의욕망을학습한또다른그랑호텔의투숙객들이욕망을사냥하기위해나설것이라는짐작은얼마든지가능하다.이예지몽이타인과의관계와소통을암울하게만든다.작가가우려하는지점이다.작가는극단적인물질만능주의를종식할대안으로영혼이아니라사랑을꼽는다.사랑은오랜인류의결핍이자소망이기때문이다.『그랑호텔의투숙객들』은인간의욕망과존재의이중성과부조리를사건과사유를통해천착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