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않는 자들의 공화국

듣지 않는 자들의 공화국

$19.00
Description
저항과 생존, 사랑과 폭력 사이
인간성과 진실을 다시 묻는 침묵의 시
어느 날 바센카라는 마을에 군대가 들어오고, 해산 명령을 거부한 농인 소년이 총에 맞는다. 사람들은 저항의 의미로 군인들의 소리를 듣지 않기로 한다. 필요한 대화는 수어로 나눈다. 군인들이 듣지 않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처형하면서, 긴장은 고조되고 억압은 거세진다.
일리야 카민스키의 서사시 《듣지 않는 자들의 공화국》은 전쟁에 처한 인간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소년의 죽음은 마을이 뭉쳐 일어서는 계기가 되지만 공포와 혼란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나, 그 다양한 경로들 사이에서 인간이 가장 나중까지 지닌 것은 무엇일까. 실존적 질문을 던지며 삶은 이어진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미국에 망명한 시인 일리야 카민스키는 자신의 전쟁 경험과 농인 정체성으로부터 이 진실하고도 비통한 시들을 써냈다. 2019년 출간 당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북어워드와 애니스필드-울프 북어워드를 수상했다. 카민스키는 그해 BBC가 선정한 ‘세계를 바꾼 12명의 예술가’로 선정됐다.
저자

IlyaKaminsky

IlyaKaminsky
1977년우크라이나오데사에서태어났으며,1993년가족이미국정부로부터난민지위를부여받아미국으로이주했다.샌프란시스코법률지원센터와미국이민법센터에서법률보조원으로근무하며이민자와빈곤층을지원한이력이있다.조지아공대,프린스턴대등에서시창작을가르쳐왔으며미국및해외에서시낭송을후원하는단체‘평화로향하는시인들PoetsforPeace’을공동설립했다.
《오데사에서춤추기DancinginOdessa》《무지카후마나MusicaHumana》등의시집을출간했다.대표작인《듣지않는자들의공화국DeafRepublic》은2019년전미도서상최종후보에올랐으며《로스앤젤레스타임스》북어워드,애니스필드-울프북어워드등을수상했다.또한그는구겐하임펠로십,미국시인아카데미펠로십에선정되었으며미국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노이슈타트국제문학상,T.S.엘리엇상의후보에올랐다.2019년BBC가선정한‘세계를바꾼12명의예술가’중한명이며2023년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회원으로선출됐다.

목차

우리는전쟁통에도행복하게살았네

듣지않는자들의공화국

제1막마을사람들이소냐와알폰소이야기를한다
총성/행군이시작되고알폰소는신문지로소년의얼굴을덮는다/눈속의알폰소/듣지않는봉기가시작된다/알폰소는답하려한다/뼈와찢긴판막들의지도/마을사람들이소년의몸을에워싸다/전쟁이나기전의결혼식에관하여/아직신혼/군인들이우리를겨누다/검문소/전쟁전에우리는아이를만들었지/군인들이계단참에들이닥칠때/새벽네시폭격/도착/자장가/질문/아이가자는사이소냐는옷을벗는다/담배/킁킁대는개/우리가듣지못하는것/중앙광장/아내잃은남편/아내를위해/나,이몸뚱이/그녀의드레스/비가悲歌/파란양철지붕위의농聾/도시가단두대처럼전율하며목덜미로떨어지다/하늘밝은끝동에서/산다는것은/그들이알폰소를데려가는모습을마을사람들이보고있다/멀어지는/추도사/질문/고집에숨을살짝불어넣어만든이야기

제2막마을사람들이마마갈랴이야기를한다
마을사람들이초록자전거를타는갈랴이야기를한다/마마갈랴가처음으로저항한날/빨래더미/어떤날들/갈랴는속삭이고아누슈카는코를비빈다/갈랴네인형술사들/폭격속에서,갈랴는/소복소복/갈랴의건배/심야공연/그리고인형술사들이체포되는동안/군인들은멍청해보이고싶지않다/수색병/자장가/총살대/질문/아직,내가있다/재판/바센카남자들에게쫓기며/익명/그런데도어떤밤에는

평화의시절에

주석
감사의말

역자의말
출간배경

출판사 서평

2019전미도서상최종후보,BBC“세계를바꾼12명의예술가”
시인일리야카민스키의가장현재적인전쟁서사시

“마술적인문체를쓰는카민스키의시는회화로말하자면중력의법칙을무시하고색을새로부여하지만오히려일상의현실을더더욱잊을수없게하는샤갈의그림과도같다.그의상상력은너무도강렬해서우리도그만큼의비탄과환희로답하게된다.”-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메트캐프상심사평

★“이공화국에방문한이상,당신은변하지않을수없다”-《뉴욕타임스》
★BBC선정2019‘세계를바꾼12명의예술가’일리야카민스키국내첫출간

《듣지않는자들의공화국》은전쟁이일상과인간성에미치는영향을심오하게그려내는서사시집이다.시의초점은폭력과파괴자체가아닌그소용돌이에휩쓸린삶의변화에맞춰진다.이야기를여는것은소년의죽음으로촉발된바센카마을사람들의‘듣지않는’봉기이고,그들의용기와연대는단연빛난다.하지만그것이끝이아니다.봉기의결과로죽음의위협이가해질때사람들은저마다다른선택을하고,서로다른국면에처한다.더강렬히저항하는이가있는가하면,살아남기위해숨죽이는이가있다.예기치않은갈등이일어난다.갈라지고흩어지는이야기의갈래사이를오가며,시의질문은점점더통렬해진다.무엇이옳고무엇이그른가.결국자신의생존을위해행동한이를악인이라고할수있는가.신이있다면왜인간에게이런시련을주는가.도대체전쟁은인간에게무슨일을하는가.
이시집의가장독창적인지점은듣지/들리지않고말하지않는청각장애(혹은농聾)의상태가전쟁중의인간성,그리고우리가가장마지막에지닌무언가의역할을한다는것이다.그것은군과폭력,복종에의요구에저항하는의지이자태도이면서때로는개인의내면과통제를벗어나작동하는사건혹은문화로등장하며인간성의본질을탐색하도록이끈다.중간중간삽입된수어일러스트는언어를넘어선소통의힘을웅변한다.사람들은입으로떠드는대신자리를지키고,똑똑히지켜본다.목격함으로써알고,존재로서증언한다.
이는청각장애인인시인자신이소리없는세계에서시를익힌덕분이다.네살때유행성이하선염에걸려청력을잃은카민스키는“소리가사라진후목소리를보게됐다”고회고한다.사람들이말로하지않은것들,몸과몸짓,미묘한표정변화사이에서빚어진그의시어는말이없기에더욱선연하고,불려나온감각들은허상없이풍성하다.더중요한것은농의상태가고립된경험이아니었다는점이다.시인은몸의가능성을주고받아이루는농문화를통해“언어의부재가우리에게힘을준다”는사실을깨쳤다.청력상실은카민스키에게인간과말,언어와사회의관계를미세하게포착하는특별한재능이되었다.그가아니라면,어느누가정치적행위로서의침묵과목격을이토록강렬하게표현할수있었을까.

★“정치적혼란의시대에침묵과청각장애에대한명상”-《엔터테인먼트위클리》
★“‘평화로운나라’에산다는것이무엇인지를그려보이는지도”-《뉴요커》

시의배경인바센카는가상의마을이지만온전히상상된곳은아니다.그곳은시인이자신의경험을투영한전쟁의무대다.카민스키는옛소비에트연방(소련)의영토였고지금은우크라이나의일부인오데사에서1977년태어났다.그리고소련해체직후인16세때고향의반유대주의를피해미국으로망명했다.소련이붕괴되는과정내내겪은크고작은전쟁들,난민으로떠돌아야했던시절이그의몸깊숙이각인되어있으므로공포와혼란속인간성이카민스키의주된주제가된것은자연스럽다.
카민스키의경험에세계도처에서벌어지고있는전쟁의상들이더해져응축된바센카의사건들은최근격화되어온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이스라엘과팔레스타인간분쟁상황과겹쳐더욱생생히읽힌다.이는카민스키에게온전히남아있는전쟁의기억때문만은아니다.시는그곳과이곳,즉우크라이나와미국간이격에서쓰인다.어디에도온전히속하지못하는시인자신의존재의이물감이도저하다.
“우크라이나에서수백마일떨어진곳,그전쟁에서멀리떨어진미국에사는나에게전쟁에대해쓸자격이있을까?이평화로운뒷마당에서?”카민스키자신이고백하듯이세계에서가장부유한국가에서온갖미디어를통해전쟁의소식을접하는그의위치는역설적이다.자신의삶이끔찍한것은그곳에친지가남아있기때문이기도하지만,지금이곳의풍요가그곳의고통에기대어있음을알게되었기때문이다.강대국은판돈을대고,산업은무기를팔고,자본은재건을노린다.내주변의번영은어딘가의붕괴를딛고있으며,핏자국을감춘평화는태연하다.
카민스키의작품은바로그지점,기이하고으스스한현실의공중에있기에,인간으로서의슬픔과부끄러움을공유하는세계시민들에게더묵직하게다가간다.그감각이유독절실한〈우리는전쟁통에서도행복하게살았네〉와〈평화의시절에〉,두편의시는전쟁의소식이들려올때마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통해널리퍼뜨려졌다.

★“세상이무너져가고있다면,나는진실을말해야한다.하지만세상에대한사랑을멈출수는없다”-일리야카민스키
★폭력과분열의소용돌이속인간이쥔가장고요한것들의시,끝내희망을향한질문

전쟁이란무엇인가.
카민스키의시에서전쟁에처한인간은,선명하지않다.단순히선하거나악하지않고,늘너그럽거나잔인하지도않으며,일관되게확신하지못하고,신에게묻고,결국돌아선다.그런인간상의파노라마속에서서서히질문은바뀌어간다.전쟁이란무엇인가,에서전쟁은인간에게무슨일을하는가,로.시인역시,독자역시,우크라이나인역시,전쟁으로부터멀리있다는환상에빠진사람들역시자유롭지않은풍경들.되돌아보면,모두슬픈풍경일지언정,벌거벗었기에진실하고애틋하다.
전쟁이인간을이토록침범할지언정그는인간에대해끝까지미워하거나절망하지못한다.깊은어둠속에서도자신을살린것은“이야기,작은기쁨,서로를붙잡으려는사람들,사랑하고위로하려는노력들”,그토록인간적인것들이었으므로.그러므로그는쓰지않을수없고,진실을직시하면서도사랑을멈출수는없다고고백한다.이전쟁에대해,이인간에대해.
카민스키는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이시작된이후자신의트위터에우크라이나에있는친지,시인과작가들로부터받은메시지를전해왔고,그것은그에게시를쓰는행위와다르지않았다.도시가폭격당하는동안대피소에서바들바들떨었던친구가기억나는시를암송하고번역하며그시간을버텼다는이야기를하며그는되묻는다.“도대체누가나에게시가중요하지않다고말할수있겠어요?”
그가살아가는불길하고평화로운나라에서,그가전하는이격의사태와이방인의감각은얼마나내밀하고도보편적인지.이치열한시인과,대표작《듣지않는자들의공화국》이끝나지않는폭력과분열의소용돌이속에서도희망을찾고자노력하는한국독자들에게정확히닿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