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들, 조용히 빛나는 (양장본 Hardcover)

등대들, 조용히 빛나는 (양장본 Hardcover)

$28.00
Description
《등대들, 조용히 빛나는》는 2005~2019년 사이 고공농성 장소 서른세 곳의 사진과 그 사연을 담은 책이다. 문선희 사진작가는 2015년 당시 세계 최장기였던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 차광호 씨의 고공농성을 계기로 과거 농성이 있었던 전국의 굴뚝과 송전탑, CCTV 탑, 전광판을 찾아 찍었다. 그리고 각각의 농성 전후 이야기를 갈무리해 함께 실었다. 노동환경이 급격히 변화한 시대·사회적 맥락 속에서 고공농성자들이 겪은 일과 해낸 일을 정확히 목격하고 기억하려는 취지였다.
“고공농성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리에겐 아직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싸움 이후 남겨진 장소의 기록은 고공농성을 선정적 사건이 아닌 역사적 과정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동시대를 나란히 살아온 시민의 관점에서 투사 이전에 보통의 노동자였던 고공농성자들의 희망과 용기를 귀하게 비추며, 고공농성의 역사에서 잊지 않고 이어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는 책이다.
저자

문선희

저자:문선희
현대사회와역사의모순을직시하는사진작가.2015년에발굴금지기간이해제된구제역·조류독감매몰지100여곳을기록한연작《묻다》로주목받기시작했다.(2019년책출간)2016년에는5·18광주민주화운동당시자신의언니처럼초등학생이었던광주시민80여명의기억에관한인터뷰를바탕으로설치작업《묻고,묻지못한이야기》를발표했다.(2016년책출간)2019년에는지난15년간고공농성이일어났던장소들을담아낸작업〈거기서뭐하세요〉를발표했다.신간《이름보다오래된》의밑바탕이된고라니의초상사진연작〈널사랑하지않아〉는2013년부터10년간진행해온작업으로,2022년에처음으로전시되었다.

2021년제22회광주신세계미술제대상을수상했으며“예술이사회현실에대해발언할수있는유의미한질문들을던지고있으며,표면적으로는정서적이고감각적이지만,그내부에파고든사회정서적서사는그무엇보다도신랄하고날카롭다”는평가를받았다.2023년제13회일우사진상다큐멘터리부문을수상했다.심사위원단은작가의“유려한감성과이미지를만들어내는섬세한능력”을높이평가했다.

목차

1부빛

2부물결
마른나무에스민물
고마운굴뚝
화려한날들만역사가되는것은아니다
돈의힘
부드러움의뒷면
마지막방어선
굴뚝을타고온초인

3부윤슬
서울경찰청앞교통통제CCTV탑/서울여의도공원내교통통제CCTV탑/구미코오롱공장내송전탑/광주삼성전자3공장내송신탑/성남샤니공장내굴뚝/서울올림픽대교주탑/서울광흥창역교통통제CCTV탑/서울구로역교통통제CCTV탑/서울망원한강공원송전탑/울산현대중공업소각장내굴뚝/광주옛전남도청앞CCTV탑/거제대우조선해양옥포조선소내송전탑/거제대우조선해양옥포조선소안타워크레인/전주동전주나들목인근송전탑/부산신항내선박안내용도등철탑/서울현대자동차본사인근옥외광고탑/울산현대자동차공장앞송전탑/서울압구정신현대아파트내굴뚝/서울혜화동성당종탑/울산한라엔컴공장내시멘트사일로/구미스타케미칼공장내굴뚝/서울에너지공사열병합발전소내굴뚝/여수석창사거리인근송전탑/서울파이낸스센터앞전광판/평택쌍용자동차공장내굴뚝1/평택쌍용자동차공장내굴뚝2/서울중앙우체국옆전광판/부산시청앞옥외전광판/서울옛국가인권위원회옥상전광판/서울여의도서울교앞옥외광고탑/진주김시민대교주탑/울산염포산터널고가도로교각/서울여의2교옆옥외광고탑/서울강남역CCTV탑

에필로그
주석
추천의말_박평종,장일호,희정

출판사 서평

★“이책은‘한시대의위대한기념비’들을집단의기억으로보존하고,모두의장소임을일깨운다”-박평종(미학자,사진비평가)
★고공농성의장소들을따라인간의희망과용기,역사를비추는사유의시선

‘기네스세계신기록.고공농성408일.’

문선희사진작가는2015년우연히보게된고공농성기사에서눈을뗄수없었다.사진속에서는반백의머리를한마흔여섯의남자가굴뚝에서내려오고있었다.스타케미칼해고노동자차광호씨였다.곧장경찰에체포되어유치장으로향하던그에게기자들이기네스세계신기록을세운소감을물었다.낯뜨거운질문에돌아온한마디는묵직했다.“408일의기록이누군가에게어떤기준이될까두렵다.”쿵,작가의마음이울렸다.그토록모진시간을보낸다음이었는데도그가자기자신이아닌,아직오지않은누군가를걱정했다는것이놀라웠다.그후작가는차광호씨가1년넘게지낸굴뚝을찾았다.굴뚝앞에자리를잡고앉아그위에서의삶에대해오래생각했다.늦었지만그를위해뭐라도하고싶었다.

《등대들,조용히빛나는》은바로그굴뚝에서출발해2005~2019년사이전국의고공농성장소서른세곳을찾아다닌여정이다.주제는고공농성이지만사건이일어난당시가아니라한참후,길게는10년이지나고나서야찍힌장소의이미지는낯설다.더이상그사건으로회자되지않고,기억하려는사람이없고,도처에흔한산업구조물들이다.그런대상을찍는다는것자체가의아한일이다.작가는종종공장담바깥으로내쫓기고,경계의눈초리를받고,카메라를빼앗기기도하고,길이아닌곳을헤맨다.그렇게애써바라본굴뚝과송전탑에서마주하는것은종종시대착오와망각의감각이다.고공농성을기억하는것은갈등과저항의흔적을지워버리기에급급한한국사회를거스르는일임을작가는몸소체험한다.‘싸움이지나간자리를더듬는일이무슨의미가있을까.’작가가단단히되물으며계속해나간시간이책곳곳에배어있다.

★“모두가떠나간자리에서지나간시간의흔적을발굴하는정성스러움이고고학이라면문선희작가의사진을고고학으로서의사진이라고도할수있을것이다”-장일호(기자)
★노동의자리너머다른세상을꿈꾼거처,그곳에부치는경의

시차속에서만드러나는진실이있다.“늦었더라도알아야한다”는책임감으로시작된여정이었지만,늦었기때문에찬찬히돌아볼수있었다는점이이작업의고유한의의가되었다.작가는남겨진이야기의앞과뒤,겉과속을살피며노사간대립과법적공방의프레임에갇혀버리곤했던농성의실존적·사회적맥락을정확히목격하고자했다.

끝내작가의마음을흔들었던것은고공농성이,사람이자기생명을걸고공중에오르는일이라는점이었다.고공농성자들이견딘기약없는고독의깊이는그들이그만큼강인했거나그만큼절박했으리란짐작만으로는해명될수없는것이었다.투사이전에한인간,보통의노동자인그들의입장을이해하기위해작가는자신의삶을겹쳐본다.일련의고공농성들을IMF금융위기후2000년대들어급격하게진행된‘노동시장유연화’의구조속에서다시읽는다.97학번인작가역시사회초년생으로서맞닥뜨려야했던사회상이다.그리고그시절“약육강식,적자생존”의압박에떠밀려묻어두었던질문들에가닿는다.

시대의부조리는모두에게닥쳤다.대다수는서둘러태세를전환했고거대한흐름에포섭되었다.그런데그와중에남은사람들이있었다.어떻게든,맨몸으로라도,완고하게도,자리를지키고자맞선사람들.도무지열릴것같지않은거대한문을열기위해,가능성이희박하다는것을알면서도끝내포기하지않은사람들.왜냐는질문에“우리가낳은아이들이살다른세상”을이야기한고공농성자들의대답에귀기울이며작가는이모든일이그들만의일이아니었음을,그들의고독이우리모두의것이었음을실감한다.

사진에는그이해와경의의관점이담겨있다.작가는굴뚝과송전탑들이단순한농성장이아닌더나은세상을꿈꾼사람들이머문거처로,고통과갈등이전에희망과용기가맺힌장소로응시되기를바랐다.자신이고공농성의이야기로부터건네받은귀한것을고스란히독자에게건네고자했다.그들이결국호소하고자했던,마지막으로기댄상대는함께살아가는공동체와동료시민이었기때문이다.

★“기억하고응답할사람이있다는믿음은때로싸움이지나갔다고믿어지는곳에서다시시작된다”-희정(작가)
★한걸음한걸음으로세상을바꾸어온보통사람들의역사에빛을밝히는제안

“고공농성은지나간과거가아니다.여전히진행중이고,우리에겐아직나누어야할이야기들이있다.”이책은한시기고공농성의역사지만단지과거가아니다.노동환경의문제는여전하고예기치않은측면에서더욱악화되었다.차광호씨의고공농성으로부터10년이지난2025년에도고공농성은끊이지않는다.8월에는한국옵티칼하이테크해고노동자박정혜씨가또다시고공농성최장기간을갱신하고600일만에땅에내려왔다.11월현재세종호텔해고노동자고진수씨의고공농성도300일가깝게이어지고있다.

이책이다루는고공농성들이단지과거가아닌것은그영향이면면히전해지고있기때문이다.아직공무원노조가합법화되지않았던2005년경찰청고용직공무원들의고공농성은노동자이자정치적주체로서의공무원들의지위를공론화시켰고,2005년부터시작되어2008년고공농성으로이어진기륭전자노동자들의긴긴싸움은‘불법파견’을원천적으로막지못한파견법의맹점을수정하는계기가되었다.2014년과2017년두차례고공농성을한스타케미칼해고노동자들이본보기로삼았던것은노조활동과고통분담,일감나누기로일터를지킨쌍용차노동자들의싸움이었다.

이하나하나의일들이이어져다음세상의출발점을갱신해왔음을되새기며작가는깨닫는다.“오랫동안쌓아온궤적으로아주조금씩,세상은바뀐다.한걸음한걸음이귀중하다”,그러므로“그어떤고공농성도실패하지않았다”는것을.

보통의노동자들이거대한흐름에맞선과정을희망과용기의역사로거듭성찰하는것은모든보통사람들의몫이다.그것은인간의노동이전면적으로위협받는미래가예고된오늘날더더욱중요한과제인지모른다.희망은홀로태어나지않으며,용기는응답과연대를통해서만다음세상에전해진다.고공농성자들이끝까지놓지않은것이바로그믿음이었다.“부조리한세상에서불완전한삶을살수밖에없는우리에게필요한답은어쩌면무수히시도하고무수히실패한사람들의이야기속에존재할지도모른다.”도처에서조용히빛을발하고있는이장소들은여전히우리에게호소하는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