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접근성을향한투쟁만으로는충분하지않은가?그것만으로는건축이역사적으로장애인을막아섰던무수한방식의문제를전부해결할수없기때문이다.”
*손상을통과하며,누락에저항하며,접근성너머로확장하는장애건축지침서
『장애건축』은예일대건축대학원교수인데이비드기슨이쓴본격적인장애건축지침서이다.암생존자이자절단장애인인기슨은평생의족과휠체어를사용하며살아왔다.일상생활은물론건축교육과실무현장에서장애를통과해온그의정체성과경험이이책의원천이되었다.
오늘날장애운동과장애학이정치적으로나사회문화적으로가장급진적인의제를던지는와중에도,건축분야에서장애를다루는태도는여전히한정적이라는것이저자의문제의식이다.건축가는‘장애라는문제’에대한기술적해결책인접근성의틀에갇혀있으며정형화된배리어프리가이드라인에대응하는데급급하다.물론장애인이닿을수없었던건축물과대중교통,거리에경사로와엘리베이터를설치하는당면과제자체의정당성을의심하기는어렵다.하지만그것이과연장애와건축을결부짓는가능성의전부일까?
건축에서의소외는장애인사용자의활동을물리적으로제한하는차원에서만벌어지는일이아니기에,그지점에국한된접근성은불완전한인식틀이라고저자는지적한다.현재의도시가손상,무능력,취약성을배제하고차별하는메커니즘으로설계된근간에는효율성과체계성을내세운모더니즘적가치관이있다.우리를둘러싼건축물과경관에서어떤인간과신체가존재할만한가,어떤행위와활동에효용이있는가,과연어떤세계가이상적인가를판단하는특정한신념체계가작동하고있다는뜻이다.
이렇듯도시가장애를발생시키는중층적인구조에비추어볼때접근성을증대하려는시도의의의는기존의도시에손상있는존재들을(기껏해야)‘포용’하는피상적수준을넘어서기어렵다.하지만장애인자신이도시의근원에이의를제기하고직접대응방안을구상한다면?그로부터건축이변혁될기회가열릴것이라고책은주장한다.
*“이책은건축의기본개념들을장애의시좌에서하나씩다시배치하게만든다.”-최춘웅,서울대건축학과교수
이여정은어디서부터어떻게시작될수있을까?저자는건축역사와이론을되짚으며지금껏시도되지않았던장애건축의계보를발명할실마리를찾는다.장애와건축담론에서‘접근성’은종종‘역사성’의반대편에놓여왔다.이는건축과도시의역사가장애인의존재,손상과취약성의역할없이형성되었다는통념을반영한다.예를들면문화유산에대한접근성확대안은항상그곳의원본성을변형할위험과함께거론된다.저자가생각하기에이런이분법은장애인을‘앞으로포용되어야할’시혜의대상으로위치시키며,접근성요구는그편협한전제를강화하는역설적결과를낳기도한다.
하지만서구건축사의기원으로일컬어지는고대그리스유적아크로폴리스만살펴보더라도장애인의역사적부재는사실이아니다.최근그곳에도엘리베이터와점자안내판이설치되고터치투어프로그램이도입되면서“장소의진정성”을훼손한다는논란이거셌지만,정작예전아크로폴리스의주된경로가거대하고상호연결된경사로로이루어져있었다는점은알려지지않았다.여러침략의과정중파괴된그경사로를재건하려는시도는번번이무산되었다.고대사원은원래부상군인,임산부,병자들이방문했던곳이며다채로운군중이무리지어길을오르는행위자체가일종의관례이자공동체활동이었다는사실은주류역사에서지워진것이다.
이런증거는흔히‘진실’로인식되는역사가특정한관점으로선택되었다는것,특정한비전과목표하에상상되었다는것을밝히며누가역사를편집할자격과권한을지녔는지를되묻게한다.장애건축의계보역시바로그지점,장애인의존재와부재사이긴장과모순의자리를파고들며이어질수있을것이다.손상된주체들을복원하는시도는역사를박제된틀에서꺼내새로운질문과비판의장으로해방하는결과로이어지며,바로그것이야말로장애의시좌로건축을재구성하는가능성이다.
*“장애건축은손상에도불구하고혹은손상에적응해서,가아니라손상을통과해서만가능한실천의방식이다.”
책은이런구조적관점으로장애건축의실행을구체화해나간다.저자의구상에서특히주목할것은장애인을건축의대상으로보는접근성의관점에서벗어나,건축을생산하는주체로장애인을재조명한다는점이다.참고사례중하나는제1차세계대전후오스트리아빈에서일어난‘정착민운동’이다.당시부상당한참전군인,남편을잃은아내들,몰락한제국의난민들이빈교외삼림지역을점유해정착지를마련했는데,그들의주거형태가사회전반에파장을일으켰다.그들은손상을지닌신체에맞는시공법을고안해직접건축물을지었으며,텃밭농사로자급자족하고공동체를조직하는등전후피폐해진경제상황에대처하는자립생활모델을만들어냈다.뒤이어이모델을확산하기위한시차원의프로젝트가추진되었으며,청각장애가있는건축가아돌프로스가책임자로임명되어정착지건축을시스템화했다.이들정착지는훗날빈의사회주택과공공주거정책을촉발했을뿐아니라빈의군사문화를축출하고평화화를이끈시민사회의근거지가되었다.
장애인스스로일구어낸이건축적성취는지금까지도도시의유산으로이어지고있다.빈은유럽의수도중장애인주민비율이가장높은곳이다.제도적으로나물리적으로높은수준의장애권리와접근성이확보되어있으며,의수족을포함한이동보조기술을선도하는도시이기도하다.이모든삶의조건이다만장애인을‘위한’전략의산물이아니라는점에가치가있다.그것은시민이직접구현한건축민주화의한양상이며,건축가들이접근성의해결사노릇을하는방식으로는결코만들어질수없는풀뿌리적유산이라고저자는평가한다.
*“장애의위험과가능성을누가감당할지를예단하는원리로작동해온도시를다시설계하는것으로,우리의역할은완전히달라질수있다.”
*우리,장애인과예비장애인이발명할더민주적이고더창의적인건축을향해
저자가“손상의도시화”라고명명한이런방식의장애건축은넓은범위의‘예비장애인’을포괄함으로써보다더보편적이고확장적인의미를띤다.오늘날다양한인종·젠더·국적의사회적소수자들을구조적으로장애화하는세계의불안정과폭력에대응하는방안이될수있다는것이다.이론적논의를실행할방법을제안하며책은마무리된다.저자는수년간“장애인의취약성과무능력을하나의원천으로”삼는프로젝트를여럿추진해왔다.그중하나인〈블록파티:자립생활에서장애공동체주의로BlockParty:FromIndependentLivingtoDisabilityCommunalism〉는2022년뉴욕건축센터공모전우승작이며,한국에서도2025년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전시『기울인몸들:서로의취약함이만날때』를통해소개된바있다.
캘리포니아버클리의넓은구역을공동체적삶의원리로재편한이사례에서저자가구상하는장애건축의방향성을구체적으로읽을수있다.다양한장애인주민들의상호작용과협력을촉진하는공동공간과주거형태,사적소유의한계를넘어서는커머닝전략에기반해설계되었다.효율성의지배에서벗어나취약성으로연결되는세계의가능성은손상을지닌존재들이주도하고연대함으로써실현될수있다.그리고이런장애건축의계보를계속진전시켜나가는것은다음의건축가들,거주자들모두의몫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