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여읜 마음 (독서 에세이 읽고 쓰며 나이 들기)

생각을 여읜 마음 (독서 에세이 읽고 쓰며 나이 들기)

$22.00
Description
이과 남자가 역사서, 철학서, 소설을 읽으면 어떨까. 클레오파트라, 카이사르, 안토니우스의 나이를 직접 계산해보고 헛웃음을 짓는다. 『역사의 풍경』 앞에서는 수학 용어 해설을 곁들여가며 독자를 대신해 분투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브론스키는 '불온새끼'가 되고, 안나는 '안놔'가 된다. 틀린 번역어 하나를 발견하면 끝까지 파고든다. 이 사람의 독서법은 정밀하고, 솔직하고, 때로 짓궂다.

읽기 힘들면 힘들다고, 별로면 별로라고 했다. 500쪽짜리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상에 내동댕이쳤고, 어려운 책 앞에서는 "하드커버인 것도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달에 또 책을 읽고, 또 글을 썼다. 『장자』 앞에서는 저절로 추임새가 나왔고, 불교와 동양 철학 앞에서는 수십 년을 공부해온 사람답게 깊고 조용하게 말한다. 수와 논리를 다루던 사람의 정밀함과 동양학을 오래 공부한 사람의 깊이가 한 문장 안에 공존한다.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매달 한 권을 읽고 한 편씩 써 내려간 30개월의 기록이다. 책 사이사이로 한 사람의 삶이 흘러나온다. 직장을 중간에 그만두고, 새 일을 도모하다 실패하고, 연금 없이 노년을 맞이한 삶. 낯선 포천 땅에서 도서관 공고를 보고 독서모임에 발을 들인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수업을 함께 들으며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 시간도 담겨 있다. 보건소에서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했다는 담담한 고백도 있다. 삶의 무게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글은 무겁지 않다.

저자는 "3일밖에 지난 것 같지 않은데 30개월이나 지났다"고, 지루하지 않았고 나이가 들 틈이 없었다고 말한다. 젊어지는 비결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것이고, 그러려면 책 읽고 글 쓰면 된다고. 이 책은 독서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이 책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가장 솔직한 언어로 펼쳐 보인다.
저자

손대원

1959년에태어났다.홍익대학교수학교육학과와원광대학교동양학대학원동양학과를졸업하고,원광대학교대학원한국문화학과에서박사과정을수료했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와광문고등학교에서수학을가르쳤으며,대전대학교철학과강단에도섰다.
예순다섯에경기도포천으로귀촌하여텃밭을가꾸며짬짬이독서와잡필쓰기로소일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_책과함께걸어온길

1부책으로세계를읽다
읽는사람이앞서간다
-『리더는무엇에집중하는가』
불확실한것에불안해하지말자
-『불안세대』
주는것보다더많이얻는다
-『기브앤테이크』
처진놈의반전
-『경험의멸종』
얼뜨기기만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무질서란없다
-『무질서와질서사이』
쪼그라진허위합의효과
-『가짜환자,로젠한실험미스터리』
2부사람과역사를읽다

까다로운역사바라보기
-『역사의풍경』
클레오파트라
-『독재의탄생』
의병장홍범도장군
-『민족의장군홍범도』
아름다움을관조하는삶
-『향연』
오만한철인
-『소크라테스의변명』
장자엿보기
-『장자』
재미있는한글
-『한글의탄생』
내모습은내가만든다
-『동의보감,몸과우주그리고삶의비전을찾아서』

3부소설로마음을읽다

악마의선택
-『안나카레리나』
깝죽거려봐야우리엄마손바닥안이다
-『라인강의품안에서』
용감했다그대여
-『모비딕』
돌이켜봐
-『브뤼셀의두남자』
우리는어디에서와서어디로가는가
-『외계인인터뷰』
역지사지해봐요
-『아주희미한빛으로도』
낯선우리말을따라걷다
-『이해조문학전집』

4부책으로존재를깨우다

나는왜시인이되지못했을까
-『그시를읽고나는시인이되었네』
예수와만들어진신화
-『넥서스』
화상입은예수님
-『미술관에서우리가놓친것들』
비어있으나가득한
-『반야심경마음공부』
어른이를위한사자소학
-『어른이한자학습인성교육을위한사자소학』
꾸미고가다듬기
-『어른이한자학습인성교육을위한사자소학』
지자요수(知者樂水)
-『모든삶은흐른다』
생각을여읜마음
-『고요함의지혜』

나오며_나이가들틈도없이
펴낸이의말_그런인생이라면충분하지않을까요

출판사 서평

그런인생이라면충분하지않을까요

1

손대원님을처음만난것은제가강의했던‘함께읽고쓰는책모임’시간이었습니다.희끗한머리칼은단정했고,눈매는날카로웠습니다.말한마디가볍게흘리지않을듯한인상이어서젊은강사의이야기를어떻게들을지내심걱정되었습니다.수업이거듭되며첫인상이조금씩허물어졌습니다.경상도와충청도말씨가섞인말투가정겨웠고,툭툭던지는농담이재밌었습니다.
손대원님은합평과제로‘티미한놈’이라는글을썼습니다.저는그때‘어리석다’라는뜻의경상도방언‘티미하다’를처음알았습니다.글을쓴이유를물으니,어릴때부터아버지에게티미하다는말을많이들었고나이들어돌아봐도아버지말이맞다고했습니다.
글에는아버지앞에서티미했던저자의지난삶이담겨있었습니다.글을읽으니,호박심을구덩이를파고똥지게를나르는열세살소년이눈앞에그려졌습니다.빨리끝내고놀생각으로구덩이를대충파서,똥물을치우지않아서아버지에게혼나는모습이눈에선했습니다.수학교사를하겠다고말했다가아버지에게티미한놈이라는소리를들었을때는안타까웠습니다.하지만글을다읽고알았습니다.티미한놈이라는말안에담긴깊은애정을.아버지는막제대한아들의손을잡고서예학원으로갔습니다.판서와서류작업을휘갈겨쓴글씨로는할수없음을알았던것입니다.
저자는“아버지는아들을꿰뚫어보고계셨다.티미한놈을티미하지않은놈으로고쳐주기위해무던히노력하신것이다”라고썼습니다.그러나자신은직장을중간에그만두고새로운일을도모하다끝맺지못했고아버지의노력에부응하지못했다며글을끝맺습니다.“삶이제뜻대로되지않음을깨닫고,배고픔을알고나서야낮추고굽히고겸손해질줄알았다.실패와좌절은쓰지만가르침을주었다.지금은연금없이노인일자리에서일하며기초연금을받아생활하는초라한노년을보내고있다.아무리생각해봐도나는티미한놈이맞다.”

2

저의아버지는손대원님보다네살위로,같은세대입니다.아버지는일흔이된이른봄,심한어지러움때문에구급차에실려병원에갔고여러검사끝에만성골수증식질환판정을받았습니다.입원과퇴원을반복하며항암제를먹은지두해가지났습니다.자신의이름이새겨진책을내고싶다는아버지의오랜바람이이루어지지않을까봐조급해지는날들입니다.
아버지의책을내는마음으로『생각을여읜마음』을만들었습니다.줄노트93장을빼곡히채운친필원고를받았을때,각기다른서른편의글을한권의책으로묶는것에대한책임감을느꼈습니다.알맞은크기로줄과줄사이를메운손글씨를보는데(아들을서예학원에보낸저자의부친에게감사드립니다)저자의목소리가들리는듯했습니다.‘난사실티미하지않다’라는.
저는마흔이넘어도아버지가어렵습니다.어린시절콧노래를부르다가도문밖에서아버지발소리가들리면자는척을했습니다.‘티미한놈’이라는말대신“네가커서뭐가되겠냐?”라는말을들으며자랐습니다.아버지를이해하기시작한것은아버지또한할아버지앞에서티미한장남이었다는사실을알게되면서부터입니다.『생각을여읜마음』곳곳에서아버지의뒷모습을만났습니다.아버지가소리치며회초리를들때는무서웠지만,함께서점에가고영화관에갈때는속이간지러울만큼따뜻했습니다.

3

작가는쓰는사람입니다.쓰다보면새롭게보이는것들이있습니다.한권의책을쓰면전과는다른결의사람이됩니다.손대원님은티미하지만티미하지않습니다.티미했기에글을쓰기시작했고티미하지않았기에자신의생각과마음이담긴한권의책을완성했습니다.
저자는손자에게넉넉한할아버지입니다.
“손자녀석을무릎에앉히고수업을함께보고들었다.동영상시청이끝나면수업시간에배운것을복습하고과제도하고,과제한것을사진으로찍어담임선생님에게전송하면일과가끝났다.나머지시간은손자와산책도하고엎치락뒤치락장난도치면서뒹굴며놀았다.더없이행복한시간이었다.”(18쪽)
클레오파트라,카이사르,안토니우스의나이를계산하며저자자신과비교하는모습은유쾌합니다.
“클레오파트라를중심으로카이사르,안토니우스의나이를계산해보니헛웃음이절로나왔다.그나이에난아무것도모르는철부지였는데그들은참으로대단했구나!”(60쪽)
안나와브론스키가‘안놔’와‘불온새끼’로개명하는과정은짓궂으면서도천진합니다.충청도식유머에빠져들었습니다.
“후반부로가면안나의사랑은집요한집착으로변한다.브론스키는외친다.“제발나를놓아줘!놓아달란말이야!놔!놓으라고!안놔?”그래서안나는‘안놔’로개명했다.한편브론스키는행실도온당하지않지만마음도불온하다.그래서‘불온+스키’가되고혀짧은소리로‘불온새끼’가되었다나.”(104쪽)
재수생시절불교와인연을맺고직업까지바꾸게된사연은예사롭지않습니다.
“1977년충청도촌놈이서울로재수하러왔다.관훈동에있는재수종합반정일학원에등록했다.수업이끝나면대부분집으로가거나단과학원으로부족한부분을보충하러갔다.나는야간자율학습을했다.구내식당에서저녁을먹고나오면시간이많이남았다.…하릴없이학원주변을어슬렁거리다쉼터로발견한곳이조계사였다.경내의돌덩어리에앉아있다가시간이되면돌아왔다.”(160쪽)
서른편의이야기를읽으며손자와뒹굴며놀고,클레오파트라의나이를계산하며헛웃음짓고,안나의이름을‘안놔’로바꾸고,조계사돌덩어리에앉아있던그를만났습니다.티미한놈이라꾸짖던아버지밑에서자란저자는손자와엎치락뒤치락장난치는할아버지가되었습니다.
그런인생이라면충분하지않을까요.
-윤혜린((주)도서출판밤나무대표,『엄마의책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