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고래의 혼 (이채형 시집 | 죽하시 80편)

귀신고래의 혼 (이채형 시집 | 죽하시 8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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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소설가’ 이채형의 두 번째 시집이다. 5부로 구성되었다. 1부 사막의 말, 2부 먼 그대, 3부 너 떠난 뒤, 4부 하얀 연, 5부 태평연월. 모두 80편을 담았다.
저자의 말이다. “첫 시집 『나비 문신을 한 사람』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엮게 되었다. 십 년이 지났으나, 처음 밝힌 대로 ‘그 치졸함으로 치자면 사실 시라고 할 것까지도 없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竹下詩’라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 부끄러움 가운데서도 다시 시집을 엮게 된 것은, 나이 칠십에 시 칠십 편으로 첫 시집을 펴냈고, 팔십이 되어 팔십 편으로 두 번째 시집을 묶을 수 있으나, 다음 구십 편의 시집은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첫 시집 자서에서 ‘자유롭고 싶다’고 선언했으나, 이제 내가 갈구할 자유는 하나뿐인 듯하다. 영원. 시간은 무심하고 시는 유심하다.”
저자의 친구 시인 김종성은 ‘사족문蛇足文’이라는 발문에서 이렇게 썼다. “그가 시를 썼다고 하지만 그가 언제 시를 썼는가? 그는 시를 쓴 적이 없다. 높은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듯, 그가 여든 선경仙境에 이르러 지난날을 돌아다보니 시선과 생각이 머무는 곳마다 언어가 절로 이렇게 응결하여 나타난 것이다. 무얼 보고 알았느냐고? 내가 쓴 것들과 비교가 되어 자연 안다. 그의 시에 억지스러움이 어디 한 군데라도 있던가. 일흔을 넘어 여든. ‘마음 내키는 대로 하나 도에 어그러짐이 없도다.’ 그 경지가 나타난 것이다. 나도 그럴까? 어림도 없다. 그걸 알게 해준 거울에 미운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시인이 소설가의 시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에 걸맞은 시집이다.
저자

이채형

소설가.
경상북도 경주 출생(1946년).
서라벌 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겨울 우화」 당선(1984년).
저서 : 중단편집 『동무』, 『사과나무 향기』, 『까마귀 울다』
장편소설 『아아 님은 가지 않았습니다』
청소년소설 『한용운 - 그러나 님은 침묵하지 않았네』
시집 『나비 문신을 한 사람』
편역서 『수호지』 등
수상 : 한국소설가협회상, 조연현 문학상

목차

자서

1부 사막의 말
별보다 멀리
떨어진 별
사막의 말
아, 타클라마칸
호곡장好哭場
슈퍼맨
우체통
목도리
가족
화가와 붕새
길 위에서
페달을 밟으며
귀신고래의 혼
높은 산
못
깃털

2부 먼 그대
눈물
먼 그대
별리
하직
맹盲
농聾
아啞
악수
물고기의 자서전
Delete
주목의 사랑
조문弔問
진땀
분수
자화상
고장난 사람

3부 너 떠난 뒤
벽제 영탄詠嘆
제사
이니스프리 변주變奏
살구꽃
섣달
세모歲暮
세모 엽서
청포도를 씹으며
무진기행
그리운 눈물
그리운 쉼표
너 떠난 뒤
꿈이로다 화연일세
십 년, 그리고 화석으로 남다
연산連山 시편

4부 하얀 연
소설가와 바다
동무
하얀 연
차우차우의 항변
지하철 세상
금환식金環蝕
오매불망
비약秘藥
소설적 사내
짜장면
실비명失碑銘
어릿광대의 낚싯바늘
레 미제라블

5부 태평연월
참나무 수난
짝짓기
대작對酌
금연 또는 실연
태평연월
호접몽胡蝶夢
목련이 질 때
풍선
길손
고향
오월
화란花亂
눈 오는 날
뒤안길
우렁각시꽃
우화羽化
뒤축
천지간
노가리
라파스의 여인

발문 | 사족문蛇足文 123

출판사 서평

“-멀고 먼 장생포 나의 고향
늙은 뼈 이끌고 나 이렇게 왔노라
그대여,
내 백년 유랑에 오직 한 소원이 있으니
내 뛰놀던 그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라,
내 조상의 뼈들이 쌓인 그 바다 밑에
내 뼈를 묻는 것이라!” (‘귀신고래의 혼’ 중에서).
백년 유랑에 오직 한 소원, 내 뛰놀던 그 바다에 돌아가, 내 조상의 뼈들이 쌓인 그 바다 밑에 내 뼈를 묻고 싶다는,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12미터 수컷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 그 부활의 뼈가 잊혀진 울음으로 저자에게 속삭인 이 시구는 여든 시인의 갈구하는 자유 ‘영원’을 보여준다. 우리가 갈구하는 자유 ‘영원’을 돌아보게 한다.

이 시집의 1부는 “사막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열여섯 편의 시를 담았다. 죽음, 이별, 그리움의 마음이 절절하다. “이토록 별을 사랑한 그가 떠났다 / 별보다 멀리”(‘별보다 멀리-그를 위한 만가’에서). “사랑이여, / 그대와 나 사이가 이미 사막이라 / 들리느냐, 사랑한다는 나의 말이”(‘사막의 말’에서).
2부 “먼 그대”의 열여섯 편의 시는 열 편의 시가 단 두 행이다. 그런데 깊다. “제 몸이라도 손닿지 않는 곳이 있다 / 하물며 남의 마음에 닿으려 하다니!”(‘먼 그대’). “꽃이 벙글자 / 막힌 입이 터지다, 어머니!”(‘아啞’).
3부의 열다섯 편의 시 중에는 “너 떠난 뒤”라는 제목처럼 앞서 떠난 이를 추모하며 애틋한 마음을 적은 시가 많다. 그 대상에는 ‘낙화에 숨이 막힌 / 다섯 살 사내’도 있고, ‘청상으로 / 후살이 오신 아랫방할매’도 있다. 김채원, 이육사, 이재행, 이경록, 황순희, 곽의진, 이문구, 계백, 성삼문, 김장생도 있다.
4부 “하얀 연”엔 산문시도 있고 연작시도 있다. 모두 열세 편이다. “찢어지거나 부서져서 명을 다하는 연은 없다. 연은 날고 또 날다가 마침내 산 너머 먼바다로 우리의 동경憧憬을 싣고 사라질 뿐이었다. 이제 하얀 연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 연은 모두 바다로 날아가 버렸다”(‘하얀 연’에서). 인생의 소원과 구원은 새옹지마 인생에서 어떻게 기능할까.
5부 “태평연월”은 스무 편의 시로 구성되었다. 참나무, 개구리, 술, 담배, 나비, 목련, 풍선, 길손, 고향, 오월, 꽃, 눈, 우화, 뒤축, 편지, 노가리, 커피 등등 일상을 다뤘다. “오늘도 일어나니 신문이 와 있다 / 세상은 여전히 그 속에서 분주하고 / 이 아침 나의 커피는 쓰고도 달다”(‘태평연월’). 분주하고, 쓰고도 단 우리의 일상은 과연 태평연월인가.

저자의 시 80편은 단숨에 읽힌다. 그러나 한 편, 한 편에 시인의 80 인생이 녹았으니 한 편, 한 편 묵상하며 읽는다. 그럴만하다. 저자는 다음 구십 편의 시집은 보장할 수 없다고 했으나 영원을 갈구하는 그의 자유가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하게 한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