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론,여전히유효하고심오한사회학적,종교적통찰제공
『주술론』의독창성은주술을사회학과심리학이만나는지점,즉집단심리의영역에서작동하는의례로파악했다는데있다.주술은이집단심리의심층에서꿈틀거리는욕망을사회의음지에서번역하는,의례적이고언어적인활동이다.저자들은언어적유추를통해주술이현실에새로운가치를부여하고힘을덧붙이는판단임을밝혀낸다.
이책은클로드레비스트로스가언급한바와같이모스의영향력이민족학자들에게만국한된것이아니라언어학자,심리학자,역사학자,종교학자및동양학자들에게도미치고있다는점을상기시켜주고다양한문화권에걸친주술의매혹적인단면을제시할뿐만아니라,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하고심오한사회학적,종교적통찰을제공한다.나아가민주주의와파시즘,첨단의기술과전위적인예술이주술과다시교차하는듯한이시기에우리시대를위한고전으로서그자리를확고하게차지하고있음을보여준다.
종교와주술의유사성과공통기반은무엇인가
모스와위베르에따르면우리는종교와주술의유사성에더주목할필요가있다.저자들은주술을종교의타자로서배제하는대신,그타자성을끌어안는더근본적인토대를제시해양자를같은지층위에놓고바라보는관점이필요하다고말한다.이러한관점은두현상이발생한공통의기반을밝혀줄단서이기때문이다.이들의가정에따르면,집단적에너지는종교로만향하는것이아니라종교와주술모두를가능하게하는공통의기반을이룬다.따라서종교와주술은별개의현상이아니라하나의집단적에너지가드러내는두얼굴이다.
이처럼『주술론』의목적은이공통의기반이무엇인지를규명하는데있다.그기반위에서우리는다시금주술에대한사회학적질문을던질수있다.종교와동일한기원을가졌지만,상이한형식으로나타나는주술의힘은어떻게이해할수있는가?주술에도집단적에너지가작동한다면,사회로부터고립된주술사는어떻게그에너지를활용하는가?주술이현실세계에내리는판단은어떤의미에서사회적인가?
주술의이중성,창조와파괴는동일한집단적에너지에서비롯
우리가아무리주술에서멀어졌다고생각해도,실제로는그영향력에서여전히벗어나지못하고있다.우리에게친숙한행운,불운,정수(精髓)같은개념은주술개념자체와매우가깝다.기술도,과학도,심지어우리오성의지도원리조차도아직그태초의흔적을완전히지워내지못했다.힘,원인,목적,실체같은개념에여전히남아있는비실증적이고신비하고시적인성격은,주술을탄생시킨장본인이자인간의정신이좀처럼떨쳐내지못하는오래된사유습관에기인한다고해도무리는아니다.
한국사회에서풍수와무속의정치개입논란에이어,비상계엄선포라는주술적언어로현실을재편할수있다고믿었던권력자의맹신에서우리는주술과정치의결탁이남긴어두운그림자를엿볼수있다.옮긴이에따르면,비상계엄을전후로한상황은공적주술과사적주술의충돌이었다.한쪽에는민주주의라는사회의꿈으로들끓은‘광장의주술’,다채로운빛과응원의함성으로채워진공적마나가있었다면,다른한쪽에는그공적마나를찬탈하고뒤틀어사적욕망을채우려는‘밀실의주술’이도사리고있었다.
‘마나’는집단의마음이응축된것으로사회가지향하는꿈의동력이다.문제는밀실의주술도집단의잠재적에너지와연결되어있었다는점이다.권력자의사적주술은공적마나의왜곡된호출,사회적힘의일그러진재현이었다.이러한정치적비극은,모스자신이말년에파시즘의광기를목도하며절감했던통찰과정확히맞닿아있다.그가깨달았던것은주술의이중성,즉창조와파괴가모두동일한집단적에너지에서비롯된다는사실이었다.
사회를지탱하는선험적믿음이없다면공동의삶은매순간검증대상이되어회의와허무로무너질지도모른다.한국사회에서목도한비상계엄이라는사건은,그러한선험적믿음이맹목으로흐를때,사회는자신에게독(毒)이든‘위조화폐’를지불하며위험한꿈속으로침잠할수있음을보여준사례이기도하다.
클로드레비스트로스의말
『주술론』에서모스는마나(mana),와칸(wakan),오렌다(orenda)와같은개념분석을토대로주술에대한전반적해석을구축하고,이를통해자신이인간정신의기본범주로간주한것에도달함으로써,뒤르켐이10년뒤에출간할『종교생활의원초적형태』(1912)의체계와몇몇결론을선취한다.『주술론』은모스가뒤르켐의사유에얼마나중요한공헌을했는지보여주는바,이를통해외삼촌(뒤르켐)과조카(모스)사이에서이루어진긴밀한협력의일면을재구성할수있다._『마르셀모스저작집서문』에서
옮긴이의말
『주술론』은주술의복권을시도하는변론서가아니다.이책은주술을사회학적으로분석할수있는대상으로끌어올리면서,믿음과현실,상징과실재사이의경계를근본적으로재검토하게만든다.그영향력은레비스트로스를거쳐부르디외로확장하는20세기프랑스사상사의핵심적인계보를구축했으며,오늘날에도상징인류학,수행성이론,권력의사회학등다양한분야에서재해석되고있다.『주술론』은집단적믿음과행위가어떻게정동을조직하고실재를구성하며,상징을효능으로바꾸는지를선명하게드러낸다.모스와위베르의이론은단순히과거사회를해명하는낡은틀이아니라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한집단적사고의구조를파악하게하는중요한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