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평전

명태 평전

$25.00
Description
이 책은 우리 곁에서 어느 날 사라진
‘한 물고기에게 바치는 헌사’ 다
이 책은 명태에 관한 최초의 현대적 어보다. 〈자산어보〉 같은 박물지적 어보와 달리 물고기 하나를 한권의 책으로 서술한다. 명태를 둘러싼 18~20세기의 역사 변동, 특히 외세가 우리 어장에 등장한 사건, 남북분단으로 어장이 갈라져 버린 사건 등 근현대사 명태의 역사를 두루 포함한다. 무엇보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환경사적 재앙도 포함한다. 물고기 하나에 역사, 생태에 관한 여러 문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명태 소멸은 지구온난화가 일으키는 전 우주적 흔들림을 상징한다.

명태가 사라지던 1990년대 시점부터 강원도 어민 및 함경도 월남인 현지조사를 통한 사라져가는 구술녹취가 바탕이 되었다. 《자산어보》의 정약전이 일찍이 의존한 원주민 구술자 창대를 떠올린다. 이 책에도 무수한 창대가 등장하며 말미에 구술자 목록을 제시한다. 함경도에서 강원도까지, 아울러 강원도에 정착한 아바이들이 바로 19~20세기를 살던 창대인데 이제는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명태 어로 기술인 낚시바리와 그물바리, 배무이와 선장의 전통 지식까지 넘나든다. 북한민속학연구실에서 1950~60년대에 채록된 미출간 자료에 근거해 휴전선을 넘어본 북어까지 총망라한 명태 문화의 완결판이다.

어보를 둘러싼 서사와 계보학 그리고 생활사를 시작으로, 자본의 길을 걸었던 북어를 규명한다. 일찍이 조선후기 상업자본이 축적되면서 북어가 전국화가 되었다. 1910년까지 지속된 북어세 수탈과 배 소유를 중심으로 한 명태 경영의 자본과 노동관계도 일별한다. 19세기 후반부터 동해 명태잡에에 일본인이 개입한다. 19세기 후반의 일본인 자료, 20세기 초반의 《한국수산지》, 《조선수산회보》, 조선총독부 수산시험장 등의 다양한 아카이브가 활용됐다.

명태는 우리 국민의 ‘최애 생선’이다. 그 자리를 넘보는 ‘국민 생선’은 없다. 명태는 생태, 동태, 북어. 황태, 먹태, 노가리 등 무려 50여 가지 명칭이 확인되며, 이는 다양한 쓰임새로 생활 속에 굳건히 자리잡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절을 받는 물고기’이며 ‘액막이 물고기’다. 이제 동해에서 명태는 사라졌고 원양태만이 밥상에 오른다. 기후-인간-어종의 여러 관계에서 빚어지는 명태 멸종에 관한 ‘최후의 기록’을 남겨야 할 의무를 느꼈다. 이 책을 저술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_본문 중에서
저자

주강현

저자:주강현
인문연구원정발학연(鼎鉢學硏)에서해양문명사연구와저술에몰두하며,〈아카이브-JOO〉의방대한자료를정리하는중이다.제주도와40여년인연을맺어왔으며애월한담바다가바라보이는웃뜨르에서작은농원을가꾸고있다.국립제주대학교석좌교수,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원장,국립해양박물관장,한국역사민속학회장,해양잡지《TheOCEAN》과《OCEAN&CULTURE》편집위원장등을거쳤다.저서로《조기평전》,《세계의어시장》,《등대의세계사》,《우리문화의수수께끼》,《독도강치멸종사》,《황철산민속학》,《환동해문명사》,《유토피아의탄생-섬·이상향》,《세계박람회1851-2012》,《상하이세계박람회》,《OCEANEXPOLOGY》,《북한의우리식문화》,《북한민속학사》,《적도의침묵》,《독도견문록》,《돌살:신이내린황금그물》,《두레:농민의역사》,《관해기1·2·3》,《제국의바다식민의바다》,《왼손과오른손》,《100가지민족문화상징사전》등이있다.사진집《세계의어시장WORLDFISHMARKET》(국영문),번역서《인디언의바다》(힐러리스튜어트),어린이를위한《제주도이야기》,《강치야독도야동해바다야》등도펴냈다.

목차

프롤로그사라져간동해물고기의궤적

1명태변증
명태어보의서사
명태의계보학
명태의생활사

2북어의길,자본의길
북어자본의축적과전국화
1910년까지지속된북어세수탈
명태경영의자본과노동관계

3환동해의조선인과일본인
일본인의명태잡이와명태자
박람회와연구실에초대받은명태
북어의본향,원산의장기지속

4생태·기술·어민의유산
명태어로기술사I:낚시바리
명태어로기술사II:그물바리
배무이와선장의전통지식

5명태의근대서사
휴전선을넘어온북어
북어와황태의탄생
북방미각의장기지속성

에필로그명태잡이의종말

부록구술자명단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그많던명태는어디로갔을까

명태는17세기에처음으로기록에나온다.1912년에서60여년이지난1970년대의거진항풍경까지같았다.선창에는명태가산처럼쌓여있었다.1990년대부터명태는급격히어획량이줄다가완전히자취를감추었다.지구온난화때문이다.수온이1도높아지면명태한계선은적어도수백킬로미터는이동하기때문이다.수온변화에따른주서식지가북상하면서이제는휴전선이남강원해역에서는사라졌고,북한의함경도명태자원도줄어든것으로확인된다.오늘날우리밥상에오르는명태는오호츠크수입태다.

명태가국민생선이된까닭은

전설에따르면,명천의명씨가처음명태를잡았다.실학자들이명태를문헌에호출하는과정,지방읍지에명태가등장하는시점등분석을통하여18세기어느시점에서부터명태가동해에서엄청난양으로어획되었음을밝힌다.명태는덕장으로보내져유통하기편리한북어로변신했고,북어는상업자본의힘으로당시전국의오일장으로들어갔다.함경도명태는배에실려서부산,그리고충청도강경과인천까지유통되었다.경부철도와경원선이생기면서그야말로단기간에전국화되었다.

오늘날에도이어지는북어액막이

북어가의례에단골로쓰인데는몇가지요인이있다.조선시대에가장많이유통되어전국을석권한유일한물고기이기때문이다.명태의액막이물고기로서의장기지속성은지금도이어져서굿판이나고사상,심지어집들이장식품으로까지확산되는중이다.서해안조기,제주도돔,경상도문어와상어등‘절받는물고기’가여럿있어도북어만큼보편적이고흔한액막이물고기는없을것이다.

일본인이명태에눈독을들인지100여년


명태에관심조차없던일본어민이었다.그러나19세기말명태가돈이된다는사실을알게되면서명태잡이와가공에뛰어들었다.특히명태자(明太子,명란)가일본음식문화에깊게자리잡으면서명태의가치를뒤늦게감지한다.1920년대중반에이르러홋카이도와조선사이에명태거래가시작됐다.일본명태가한반도로들어온것이다.오늘날에도북해도산명태가한국음식점에서‘생태’라는이름으로팔리고있는데,그러한수입전통이적어도100여년이넘었다.

함경도아바이들의추억과가곡명태


명태는여름에는수심200미터이상되는깊은곳에서살며,겨울에는산란을위해연안으로떼지어들어온다.함경도신포앞바다의분포밀도(산란기)가가장농밀하다.조선총독부수산시험장의조사지도에따르면,함경도를중심으로집중회유하고멀리강원도까지일부분포한다.오늘날속초의아바이마을에사는월남인은신포,신창,차호,단천같은두고온고향을기억한다.독특한명태집산지마량도를비롯해함경남북도해안곳곳은명태의주산지였고,원산은말려진북어의집결지였다.‘원산바다의명태가되리라’라는가곡의가사처럼명태는사라졌어도한반도북해의기억은강렬하게남아있다.

어민,명태를구술하다

요낙수로고기를잡고못잡는데는낙사공손에달렸지요.바로낙수를놓는사람이낙사공이고,선장은어느위치에가서배를딱세워요.여기는북방한계선이있기때문에배들이총총합니다.여기는외길입니다.속초나주문진이나남쪽배들은‘마(남쪽방향)’로도갈수있고북으로도갈수있지만,거진은갈데없습니다.마쪽으로는속초배나아야진배들이올래밀고갈데라고는이쪽배끼없는거예요.항상거진은단일로래요.단일로로가서천상불들켜가지고나가니까.여기서새벽3시반에나갑니다.나가서40분서한시간썩.하여튼40~50척,70~80척이짜악서요._거진항낙사공구술

앞으로의어보작업

저자는오래전명태가사라지던당시의강원도고성,양양,속초등지의어항을두루현지조사해채록본을남겨두었다.이에더해어렵게수집한북한민속학연구실의1950~60년대현지조사자료를바탕으로명태주산지함경도일대의명태잡이를생생하게보여줄수있었다.오래바다를연구조사해온지적축적에기반하고구술및문헌자료에근거하여현대적어보를구축한것이다.《조기평전》과《명태평전》을잇는어보작업은계속될예정이다.어디까지진척될지는모르나《자산어보》이래로본격적으로물고기한마리당한권의책으로출현하는계기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