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 년 열두 해 열두 번째 여름 (유수 시집)

십이 년 열두 해 열두 번째 여름 (유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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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수 시인의 시집 『십이 년 열두 해 열두 번째 여름』에서 시인의 시는 죽음을 건너 평온한 상태에 이른 듯 보인다. 그런데 죽음마저도 담담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의 기원은 역설적이게도 상처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을 견뎌낸 자에게 자신과 세계를 긍정하는 바이러스가 생겼을까. 죽음 너머에서 바라본 세속적 세계는 무성영화처럼 조용하다. 그렇게 깊은 상처를 건너는 시인에게 삶의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은 고향인 군산에서의 추억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내상을 치유하는 것도 고향이라는 몰약이다.
그녀의 빼어난 시 「시가 이야기하고 있다」에서 그녀는 남편의 말을 ‘시’로 받아들인다. 끝까지 다정함을 잃지 않고, 남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공감한다. 까마득한 공감의 경지에서 시가 터진다. 가장 버거운 짐일 수도 있는데, 그 짐이 맑디맑은 아름다운 시어를 토해낸다.
대학병원 수간호사로 평생을 환자와 마주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시인은 죽음마저도 분리하지 않는다. 유수 시인의 시 세계가 아픈 긍정을 지나 환한 긍정으로 나아갈 힘이 여기에 있다.
저자

유수

시인유수는전북군산에서태어나군산여고를거쳐서울대학교간호대학과동대학원을졸업했다.서울대학교병원에서근무하고퇴직후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수료했다.

목차

차례

시인의말

제1부서울대병원

012시가이야기하고있다
013윤동주시「병원」을읽고
014눈을떠요
016서울대병원주소는연건동28번지
017서울대병원시계탑
018나는신규간호사입니다
019서울대병원신경정신과병동
020어느교수의습관
021대학병원수간호사의하루
0223월의변화는인턴과함께
023연건캠퍼스함춘문
024서울대병원구두아저씨
0252CELLOS그리고Benedictus
026암병원낮병동
028DonMcLeanVincent
029쟈크린느의눈물
030늦가울


제2부세상에반가운사람이생겼습니다

032신호등
033의정부성모병원
034앰블런스
035아트블럭
036남편은단팥빵을좋아한다
038의자에앉는법
039아기웃음
040의자의기억법
042세상에반가운사람이생겼습니다
043그에게서잠이사라졌다
044기억상실
045생일상
046남편보다내가먼저죽을것같아요
048십이년열두해열두번째여름
05019충아파트에부는바람


제3부정신병동이씨

052삼남매
053욕실에서넥타이로자살했어
054그녀가크리넥스를이용하는방식
056정신병동이씨의하루
058정신병동이씨의또다른날들
059선풍기바람
060행복의조건
062두남자
064침뱉는여자

066강박장애━송충이
067강박장애━연막소독
068우주복엔날개가없다


제4부죽음을견디는일
072죽음을견디는일
073정신병동이씨
074강박장애━횡단보도
075염습의시간
076아파트10층에서뛰어내려살아난사람
078BoneScan
080아파트발코니에는새들이산다
082대파향이번지는저녁
084대파꽃필때
085단호박스프
086아산병원장례식장
087야누스의별
088방비엥블루라곤
089라오스,라오스,라오스
090라오스몽족


제5부군산
092적산가옥
093군산월명공원에서만난벚꽃
094플라타너스의집━삼남매
096염습의시간
097구두와운동화
098박대구이
099군산
100군산뜬다리부두
102군산근대건축관
104박용하그날
105거울의눈을훔치다

106해설이대흠

출판사 서평

시집『십이년열두해열두번째여름』은아무리많은말을해도시가되지않는경우가있는반면에말하지않으려해도터져나오는시들로가득차있다.시의궁극이‘말을하고자하는데’에있는것이아니라,‘할수밖에없는말’에있다고보았을때,이시집에는그런언어들의소통이존재한다.
인간의언어는분화되어서같은인간끼리도언어권이다르면소통을할수가없다.따라서신의언어를모두가소통이가능한,완전한언어라고가정한다면,인간의언어는신의언어로부터너무멀어졌다.이불통의언어로소통을꿈꾸는게시이기에시는인간의말이필요없는어떤정점을지향한다.그런언어에가까운게어린아이의옹알이요,다급할때외치는외마디이다.대개는감탄사나단말마에가까워통역이없어도금세의미를알아차릴수있다.유수시인의시집은그러한신의언어에가까운말로채워져있다.수식이거의없고,탄성같고,비명같은고갱이만남아있다.
정년퇴직하고십이년이넘었다.하루도보살피기힘든환자와24시간을함께지내는시인은따로수행을공부하지않았어도그삶은온통수행의과정이다.거친데는다마모되어마음의모서리까지부드러워졌다.그래서인지화자가보는세상의모든대상은시가된다.환자인남편만시인것이아니라,주변에서만나는사람들이모두시가되어말을한다.
시집『십이년열두해열두번째여름』은소통이부재한시대에소통이불가능할것같은대상을따뜻한시선으로소통하려는시인의삶이그대로전달되는시집이다.독자에게도시인의위로가함께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