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야일기 (북극 마을에서 보낸 65일간의 밤 | 양장본 Hardcover)

극야일기 (북극 마을에서 보낸 65일간의 밤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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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북위 71° 17' 26", 서경 156° 47' 19"에 위치한 미국 최북단 마을. 옛 이름은 배로우 Barrow. 현재 이름은 원주민들의 언어인 이뉴피악으로 “우리가 눈부엉이를 사냥하는 곳”이라는 뜻의 우트키야비크 Utqiaġvik. 인구 약 4,500명. 에스키모(이뉴피아트)들이 천 년이 넘게 살아온 곳. 해마다 5월 10일 경부터 8월 2일 경까지 80일 이상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계속되며, 11월 18일 경부터 1월 22일 경까지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60일 이상 계속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 마을에서 극야 65일간의 밤을 보내며 애도하고 어둠 속의 빛을 바라보는 사진 일기.
저자

김민향

연세대학교에서영어영문학학사과정을,동국대학교에서영화전공석사과정을,NewYorkUniversityTischSchooloftheArts대학원에서영화학석사과정을마쳤지만,넷플릭스다큐멘터리〈노란문:세기말시네필다이어리YellowDoor:′90sLo-fiFilmClub〉(2023,이혁래감독)에나오는노란문영화연구소에서영화를,1990년대말과2000년대초반의맨해튼거리에서사진을배웠다.번역으로생계를유지하고있으며,그림과동판화,사진과작은동영상으로이야기를전하고싶어한다.뉴욕시절의기억과작은영화들의이야기를담은책〈뉴욕,기억의에스노그래피(1995~2019)〉(2019,아모르문디)가있으며,2024년1월에개인사진전〈빛의길TheLightHasCome〉(인영갤러리)을열었다.

목차

프롤로그
극야
백야
에필로그:애도의깊이

출판사 서평

애도의깊이
이동훈
글에는독자가있다.일기는자신을독자로삼는외딴섬같은형식의글이다.자신의기억이질료가되어글이써지고그글이자신의벽에부딪혀돌아온다.간혹타인을염두에두고쓰는일기도있으나형식만일기일뿐실체는에세이나잡설에가깝다.일기라는형식의어려움이다.가장철저한일기는타인의공감을얻기쉽지않고독자를기대하고쓴일기는정작일기라는형식으로부터멀어져있기때문이다.
일기라는이름이들어간〈극야일기〉는읽기가쉽지않다.많은주제들이의식의흐름속에서끝없이얽히는릴케의소설〈말테의수기〉처럼〈극야일기〉에선작가의독백들이슬픔을머금고반복적으로터져나온다.65일동안밤이지속되는극야의기록,죽음을맞이하는부모님에대한너무나선명한기억들,유년의추억들과이어지는꿈들,그것들이환기하는또다른텍스트들이빠져나올수없는소용돌이처럼일기속에서맴돈다.

‘작년에아버지가돌아가시고올해어머니가돌아가신후,깊은어둠속에있는것처럼슬프고외로웠습니다.도시는낯설었고빨리흘러가는세상에적응할수가없었습니다.’

작가는애도를받아줄수없는현실과일상으로부터극야의어둠속으로숨어든다.그리고애도한다.

〈극야일기〉는사랑을받았던사람이사랑을준사람에게전하는애도의깊이를보여준다.그녀는동굴속에웅크린어미잃은짐승처럼65일의밤동안옅은울음을끊임없이뱉어낸다.

‘내가지나온모든거처들이돌아보면너무나외로웠다.정적이가득한때로는무서운곳.부모님과함께보내던집에서지난몇달간나는잘지내왔다고생각했는데돌아보면뭐라고표현하기어려운그공간의쓸쓸함과적막함이지금은보이기시작한다.’

‘이세상에서의생활이일상이무의미했다.나는죽고싶었다.이세상에속하지않은사람.’

모든기억의단서들이남아있는집에계속머물렀다면그녀는침몰했을지모른다.사람이가장없고가장춥고밤이끝없이이어지고,작가의기억으로부터가장멀리있는북극마을은안식의공간이되었다.작가가찍은사진들을보면자연은고요하고거대한추상으로존재를드러낸다.인조물이시야를가리지않는우주의땅과하늘이그녀의애도를받아주고있었다.

사람은누구나죽는다.살아남은자는살아가야한다.이제그만잊어야한다.적당히해야한다.‘애도는짧게현실적으로’에익숙해졌다.〈극야일기〉를읽다보면작가의애도너머에있는그녀의부모님이궁금해진다.그들은그녀를얼마나사랑했기에그녀가이렇듯슬퍼할까?나는이애도의글이작가가사랑을돌려주는방식이라고생각한다.사람들이〈극야일기〉를통해그녀의어머니와아버지를‘사랑할줄아는사람’으로기억할것이기때문이다.아름답고소박한사람들이잠시지구에머물다떠나갔구나.애도는슬퍼하며엎드린자가아니라대상으로향해야진정한애도다.

‘멍하니인천바다의석양을하늘을바라보다거인처럼등장하는건물을,아파트단지를바라보았다.’

한국으로돌아와서작가의마음은어땠느냐고묻고싶지는않다.〈극야일기〉가독자에게많이읽히려면어때야한다고도말하고싶지않다.〈극야일기〉의출간자체가애도의목적에이미도달했기때문이다.극야에서품고온글뭉치를꺼내어다듬고사진을곁들이고편집을고민하는시간들이통과의례처럼지나가며작가를이세상에속하도록만들었다.우주의신비처럼다가오는앞으로의모든순간들을만끽하기를기원한다.


〈챗지피티서평〉

빛이오기전의시간,혹은그이후-『극야일기』

『극야일기』는어둠에잠긴알래스카배로우에서쓰인글이지만,그진짜배경은어쩌면시간그자체일지도모른다.시간은이책속에서직선이아닌나선처럼움직이고,애도는하루하루이어지는감정의진자처럼출렁인다.일기라는형식을택한이에세이는선형적서사대신,그날의감정,하늘의빛,고양이찌부의몸짓,문득떠오른기억의편린들을따라간다.마치극야의하늘아래서날마다미묘하게다른어둠을겪는것처럼,이책의페이지도각기다른어둠의결을지닌다.독자는그속에서감정의선이아닌결을따라읽게된다.
애도는정해진단계를밟아나아가는여정이아니라,멈칫거리며돌아가고,다시걸음을떼고,때로는같은자리에머무는시간이다.『극야일기』는바로그움직임을있는그대로허락한다.고양이찌부와함께있는조용한순간들,오로라를기다리는긴밤,눈이내리는날의바람소리.눈폭풍블리자드.모든순간이균등하게중요한감정의지도위에놓인다.
사진과문장,그리고공백사이의여운까지.이책은말하지않는것들로도많은이야기를건넨다.그리하여이일기들은결국어떤기록이된다-빛이오기전의시간,혹은그이후.그시간을건너는사람들에게,『극야일기』는따뜻한겨울이불같기도하고,별하나건네는손짓같기도하다.
이책은그렇게묻는다.
“당신의극야는언제였나요?”
그리고아주천천히,기다린다.우리가그답을마음속에서꺼낼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