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양장)

자살자(양장)

$17.66
저자

김강

저자 : 김강
여행자

세계 1,000여 도시를 여행했다.
음식과 문화, 도시와 자연을 따라갔다.
그곳의 시간을 걸었다.

그의 소설은 관념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생활에서 출발한다.
일상에서 세상을 이야기한다.

목차


언양불고기 2020년 8월 15일, 19:15.
봉달이 19:25.
부부 19:29.
대박이 19:30.
노인 19:53.
기철 19:57.
환풍기 20:03.
박은혁 20:12.
유서 20:16.
손님 20:20.
공부 20:23.
청년들 20:31.
비법 20:32.
공감 20:38.
충돌 20:44.
불 21:15.
은행나무 22:37.
2020년 8월 16일, 06:15.

출판사 서평

《자살자》의 문체를 특징짓는 핵심은 죽음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생활의 물성으로 끌어내리는 방식에 있다. 짧고 건조한 문장, 생활어와 비속어가 뒤섞인 대화, 절제된 심리 묘사, 반복되는 음식과 술, 불과 연기 같은 감각적 이미지가 작품의 주제와 긴밀하게 결합한다. 따라서 이 작품의 문체는 단순히 ‘하드보일드하다’거나 ‘간결하다’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감정을 심리어 보다 신체의 반응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단문은 속도보다 판단의 유보를 만든다.

봉달이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목구멍에서 치밀어 오르는 통증을 삼키느라 턱끝이 잘게 떨렸다.

‘슬펐다’거나 ‘괴로웠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입술과 목구멍, 턱끝이 감정을 대신한다. 이 때문에 《자살자》에서는 몸이 말보다 정직한 서술자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작품의 중심적인 역설과 연결된다. 인물은 입으로 죽고 싶다고 말하지만, 몸은 먹고 마시고 웃고 분노하고 싸운다. 친구가 쓰러지자 그 몸을 끌어안고 살려내려고 한다. 언어는 죽음을 향하지만, 신체는 삶을 향한다. 작품의 문체 자체가 이 두 방향의 충돌을 가시화한다.

넘어진 의자.
깨진 접시.
바닥에 흩어진 소주.
그리고 아직 꺼지지 않은 숯불.

서술자는 이 광경이 끔찍하다거나 비극적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사물을 하나씩 제시한 뒤 물러난다. 감정을 직접 명명하지 않고 사물의 배열을 통해 독자에게 감정을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단문은 사건의 속도를 높이는 기술인 동시에, 인물과 사건에 대한 해석을 유보하고 그 판단의 일부를 독자에게 넘기는 서술 전략으로 기능한다.

단문은 속도보다 판단의 유보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