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인 갈릴레오 (절대주의 문화에서의 과학적 실천)

궁정인 갈릴레오 (절대주의 문화에서의 과학적 실천)

$38.00
Description
궁정인이 된 갈릴레오
‘대공의 철학자 겸 수학자’로 자신을 재발명하다.
과학사의 고전으로 꼽히는 마리오 비아졸리의 《궁정인 갈릴레오》(1993)가 32년 만에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갈릴레오가 절대주의 궁정문화 속에서 어떻게 코페르니쿠스주의와 수학적 자연철학을 정당화했는지, 풍부한 1차 사료를 통해 분석한다. 이 책은 종교의 박해에 맞서 진리를 수호한 불굴의 영웅을 그리지 않는다. 절대주의 궁정 사회의 복잡한 후원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궁정인’ 갈릴레오에 관해 말한다. 과학적 진리는 투명한 진공상태에서 순수한 이성의 활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구성된다. 갈릴레오의 진짜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과학적 발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떻게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재구성했는가이다. 갈릴레오는 직접 개량한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을 발견한 후, 이를 메디치 가문에 헌정하고 그 대가로 ‘대공의 철학자 겸 수학자’라는 전례 없는 작위를 받았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지배하던 시기, 수학자는 우주의 원리에 대해 논할 자격조차 없었다. 그러나 갈릴레오는 메디치 궁정이라는 제도적 기반과 군주의 권위를 통해 새로운 과학의 가능성을 열었다. 비아졸리는 이 과정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며, 근대 과학의 탄생이 단순히 새로운 관측 도구나 이론의 등장이 아니라, 지식 생산자의 사회적 위치와 정당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사건이었음을 보여준다.
저자

마리오비아졸리

저자:마리오비아졸리MarioBiagioli
캘리포니아대학교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의법및커뮤니케이션학과석좌교수.그전에는캘리포니아대학교데이비스캠퍼스의법학전문대학원,STS프로그램,역사학과석좌교수를,하버드대학교의과학사학과교수를지냈다.주로지식재산권과과학학이교차하는지점의연구를수행했다.비아졸리의책《궁정인,갈릴레오》는1000회넘게인용되면서과학사/과학기술학분야의고전이되었다.다른저서로는《갈릴레오의명성을만든도구들Galileo'sInstrumentsofCredit》(2006)이있으며,《과학자저자권ScientificAuthorship》(2003)을비롯한다수의책을편집했다.

역자:박초월
과학도서번역가.서울대학교과학학과에서갈릴레오의태양자전논증을연구해석사학위를받았다.출판편집자로일하며책을만들다가글을옮기기시작했다.과학과인문,두세계가나누는대화를정돈된언어로전하고자한다.연구논문으로〈갈릴레오의흑점연구와태양자전논증〉(한국과학사학회지,2020)이있으며,옮긴책으로는《도덕적인AI》,《수학의중력》,《블랙홀에서살아남는법》,《무한한가능성의우주들》등이있다.

목차

감사의말

프롤로그궁정의문화와과학의정당화
1장갈릴레오의자기형성
2장발견과에티켓
3장궁정논쟁의해부학
4장공약불가능성의인류학
막간극세상의극장,로마
5장궁정의혜성
6장갈릴레오재판의구조화
에필로그후원에서아카데미로:하나의가설

옮긴이의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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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갈릴레오,자신의지위를설계하다.

수학자에서철학자로:신분상승의전략
16~17세기유럽의학문세계는엄격한위계로구성되어있었다.자연철학자들은우주의본질과원인을탐구할권한을독점했고,수학자들은천체의운동을계산하고예측하는기술자에불과했다.수학은추상적존재를다루는학문으로여겨졌기에,물리적세계의원인을설명할자격이없었다.비아졸리는갈릴레오를이러한학문적위계의맥락속에위치시킨다.수학자로출발한갈릴레오가자신의우주론적주장을정당화하려면,단순히관측증거를제시하는것만으로는불충분했다.그에게는철학자로인정받을수있는사회적지위가필요했다.목성주위를도는네개의천체를‘메디치의별’로명명하고코시모2세에게헌정한것은,천문학적발견인동시에정치적선물이었다.이발견은갈릴레오에게‘대공의철학자겸수학자’라는유례없는직함을안겨주었고,비로소그는우주의구조에대해발언할수있는사회적권위를확보했다.

궁정이라는무대:과학과스펙터클
새로운직함을얻은갈릴레오는궁정을무대로활발히활동했다.그는망원경시연회를열어귀족들에게천체를보여주었고,부양성논쟁과태양흑점논쟁에서실험과관찰을동원한화려한퍼포먼스를펼쳤다.그의논쟁방식은단순히학술적증명이아니라,상대를조롱하고청중을설득하는수사학적기교가빛나는일종의공연이었다.궁정은갈릴레오에게이중적공간이었다.한편으로는새로운자연철학을펼칠사회적무대였고,다른한편으로는군주의변덕에좌우되는불안정한기반이었다.대공의총애는그에게막강한후원밑천을제공했지만,후원체계의논리는결국갈릴레오를극적인몰락으로이끌기도했다.1616년코페르니쿠스의책이금서로지정되었을때,갈릴레오가큰곤경을피할수있었던것은대공의철학자라는지위덕분이었다.그러나1633년재판에서그가감내해야했던굴욕또한총신의몰락이라는궁정정치의잔혹한의식과무관하지않았다.

패러다임의전환은어떻게일어나는가
코페르니쿠스가지동설을제안한지한세기가지났지만,이이론은여전히극소수학자들사이에서만논의되었다.갈릴레오시대에이르러지동설이새로운국면을맞이한것은단순히망원경관측덕분이아니었다.관측증거는필요조건이었지만충분조건은아니었다.비아졸리가제기하는질문은명료하다.새로운과학이론이기존체계를대체하는과정에서과학적논증만으로충분한가?갈릴레오의사례는그렇지않음을보여준다.코페르니쿠스주의가받아들여지기위해서는학문분과의위계자체가재편되어야했다.수학자가단순한계산자에서자연의원리를설명하는철학자로격상되어야했다.갈릴레오는메디치궁정의권위를발판삼아이러한변화를추동했다.이책이밝히는핵심은지식의생산과수용이인식론적차원과사회적차원에서동시에작동한다는사실이다.갈릴레오는관측과실험이라는새로운방법론을제시했지만,그방법론의정당성을인정받기위해서는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들과의협상이필요했다.궁정은대학과달리전통적학문위계가상대적으로유연한공간이었고,군주의권위가지식의정당성을보증할수있는장이었다.새로운과학이출현하기위해서는새로운과학자의사회적정체성또한필요했던것이다.

과학사연구의새로운지평
이책은1993년출간이후1000회이상인용되며과학사와과학기술학분야의고전이되었다.비아졸리의독창성은갈릴레오를전례없는시각으로재구성한데있다.그는갈릴레오의경력을분석하면서과학의사회적·인식적정당화사이의관계를권력의언어로읽어낸다.그가그려낸갈릴레오는인식론적·사회직업적계층의상위로올라가기위해다양한후원밑천을동원하는전략가이다.이를통해비아졸리는후원네트워크에기반한과학의사회체계,오락과상연의성격을띠는논쟁문화,사적관계에기반하던신뢰개념이사라진후비독단적형태의과학담론이출현하는과정을추적한다.비아졸리의분석은과학혁명을단순히이론의교체가아니라지식생산의사회적조건이재편되는과정으로제시한다.이는과학사연구에새로운패러다임을제공했으며,이후수많은연구자들이과학과사회의관계를탐구하는데중요한준거점이되었다.

진리는어떻게승인되는가
오늘날과학은대학,연구소,기업,정부의복잡한후원네트워크속에서작동한다.연구비지원,특허경쟁,학술정치,대중의신뢰확보는현대과학자들이직면한현실이다.과학지식의생산과정당화가순수하게인식론적차원에서만이루어지지않는다는점에서,갈릴레오의이야기는여전히현재적이다.이책은과학이사회속에서어떻게작동하는지,새로운지식이어떤조건에서정당화되는지에대한깊은통찰을제공한다.과학사,과학철학,과학기술학을공부하는이들에게는필독서이며,지식과권력의관계에관심있는모든독자에게흥미로운사례연구가될것이다.무엇보다이책은우리에게묻는다.진리는어떻게승인되는가?그과정에서사회적,정치적요인은어떤역할을하는가?이질문들은지금도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