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신

철학자의 신

$16.80
Description
무너지는 세계에서 철학은 다시 신을 물었다.
인간은 왜 신을 물어 왔는가. 두려움 때문이든, 경외 때문이든, 혹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든, 신에 대한 물음은 인류가 가장 오래 붙들어 온 질문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오늘날 이 질문은 철학의 중심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도, 부재를 논증하려는 시도도 이제는 드물다. 무신론조차 한때는 당대의 신 개념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신을 문제 삼는 일이었다면, 거부하기조차 그친 이 정적은 하나의 물음을 남긴다. 철학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이 어떻게 스스로 질문이기를 멈추었는가. 이 책은 그 정적의 계보를 거슬러 오른다.
신 개념의 변천사는 단순히 종교사의 한 갈래가 아니다.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그 내적 논리를 보여주는 하나의 시각이다. 이를 정면으로 다룬 저작들은 지금까지 대부분 서구 학계의 독자를 대상으로 쓰여, 국내 독자가 다가가기에는 문턱이 높았다. 이 책은 국내 연구자가 세계가 무너질 때마다 다시 물어졌던 신의 계보를 좇아 쓴 철학사다. 종교적 선입견으로 철학을 재단하지 않고 철학의 이름으로 신앙을 내려다보지도 않는 서술의 균형은, 이 주제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미덕이다.
저자는 국내외의 축적된 연구 성과 위에 서되, 독자가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따라갈 수 있도록 썼다. 철학을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이 책과 함께 출발해도 좋다. 이미 오래 걸어온 독자라면, 익숙한 철학자들의 낯선 얼굴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

이충진

성균관대학교에서헤겔철학연구로석사학위를,독일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칸트법철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한성대학교에서철학을가르쳤으며한국칸트학회의회장직을맡기도했다.
주로서양근대법철학과정치철학을연구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GerechtigkeitbeiKant》,《이성과권리》,《세월호는우리에게무엇인가》,《사회철학이야기》,《행복철학》등이있고,옮긴책으로는《헤겔정신현상학》,《정언명령-쉽게읽는칸트》,《도덕형이상학》(공역)등이있다.

목차

머리글
1장.고대철학신-탈레스,아리스토텔레스
2장.중세종교신-아우구스티누스,아퀴나스
3장.근대철학신-스피노자
4장.도덕신–칸트
5장.절대신–헤겔
6장.근대종교신–키르케고르
7장.신의부재-포이어바흐,니체
8장.신을기다림–하이데거
참고문헌
상세목차

출판사 서평

탈레스에서하이데거까지,
철학자들이시대와분투하며길어올린신의역사

최초의철학자탈레스는“온세상은신들로가득차있다”라고말했다.그런그가정작물은것은신이아니라자연사물의기원이었다.신을등진듯한이질문을따라간끝에희랍인들은신화의신들곁에서전혀다른신에도달한다.철학신의탄생이다.중세는이철학신이,창조하고구원하는기독교의신과만난시대였다.아우구스티누스와아퀴나스는이만남을화해로이끄는데일생을걸었고,그화해위에천년의질서가세워진다.근대는그질서에금이가기시작한시대다.

그균열은뜻밖에도신에대해가장많이말한철학자로부터시작된다.스피노자의신은창조의신이아니다.세계바깥에서개입하고심판하는인격신대신,그는세계와구분되지않는신,실체로서의신을세웠다.신이모든곳에존재한다는이주장은신에대한가장강한긍정처럼들리지만,중세적화해의관점에서보면정반대였다.기도를들어줄신도,구원을약속할신도그안에는없었기때문이다.“스피노자의근대적철학신은어쩌면무신론에이르는가장짧은길이었을지도모른다”라고저자는진단한다.

한편,칸트는이성의법정에서전통적신존재증명들이성립할수없음을보였다.존재론적증명도우주론적증명도이성의한계안에서는불가능했다.그러나칸트는신을폐기하는대신도덕의요청으로다시불러들인다.증명의대상이던신이도덕의전제로자리를옮긴것이다.이후의사유는이좁아진자리를두고갈라진다.헤겔은신을역사속에서자기를전개하는절대정신으로사유하며형이상학의마지막체계를세웠고,키르케고르는반대방향에서체계가아니라단독자의실존앞에서는신을붙들었다.

19세기에이르러신을향한물음은방향을바꾼다.신이인간을만들었는가,인간이신을만들었는가.포이어바흐는‘신학은인간학이다’라고답했다.인간이자신의결여를지워낸형상을사유의주인자리에옮겨놓은것,그것이신이라는것이다.신적본질의술어들은인간적본질의술어들과다르지않으며,신학의외양을걷어내면그아래에는인간의자기이해가있다.니체는여기서더나아가기독교를‘대중을위한플라톤주의’라부르며,종교신과철학신모두를폐기하고자했다.그가향한곳은‘위대한정오’,신이아닌인간스스로가삶의척도가되는시간이었다.신을살해한자리에는인간만이남는다.

이책의마지막장은그자리에서시작한다.하이데거는죽은신을되살리려하지않는다.그가사유하는것은어떤신을다시세우는일이아니라,신적인것이다시머물수있는자리다.인류가시대마다만나온서로다른신들의경험은소멸하지않고축적되며,그축적은하늘과땅,신적인것들과죽을자들이얽혀이루는세계의한영역을이룬다.앞에서걸어온모든길은이관점에서다시읽힐수있다.무너진신들의계보는폐허의목록이아니라,도래할신을위해마련되는지층이된다.

결국,이책이걸어온길의끝에서독자가받아드는것은답이아니라물음의계보,그리고기다림이라는자세다.신은매번다른얼굴로죽었고,매번다른얼굴로되돌아왔다.이책은그얼굴들을하나씩되짚어가는여정이다.그리고그여정은지금우리에게도여전히물음이필요함을일깨운다.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