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틀려도 좋은 자유 (정답 없는 세상을 마주하는 재즈적 시선)

삶, 틀려도 좋은 자유 (정답 없는 세상을 마주하는 재즈적 시선)

$18.00
Description
“틀려도 괜찮아, 삶은 즉흥이니까”
정답 강박의 시대를 건너는 재즈적 태도
AI가 한 치의 오차 없는 정답을 내놓는 시대, 우리는 역설적으로 정답만을 강요받으며 매 순간 불안에 시달린다. 이런 세상에서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멋진 즉흥연주의 시작”이라고 선언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임미성은 재즈를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불확실한 세상을 유연하게 건너는 ‘삶의 태도’로 정의한다. 삶이란 정해진 악보의 재현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흐름을 타는 ‘즉흥’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파리의 낯선 골목을 헤매며 체득한 자유에서부터 니체의 철학, 마티스의 그림, 우리 식탁 위의 명태전 같은 일상의 소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재즈의 문법을 길어 올린다. 기존 형식을 파괴한 예술가들의 시도와 우리네 일상을 연결하면서, 악보의 여백인 ‘빈 마디’가 연주자의 창의성을 위한 공간이듯 삶의 결핍 또한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갈 가능성의 공간임을 역설한다.
“재즈에서 틀린 음은 없다. 그저 낯선 장소에 놓였을 뿐이다.”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의 말처럼, 이 책은 우리의 실수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 낯선 변주의 시작일 뿐이라고 위로한다. 나아가 세상의 속도인 ‘정박’에 맞추기보다 나만의 ‘엇박자’로 걷는 것이야말로 주체적인 삶의 우아함이자 숭고한 저항임을 보여준다. 정답 강박에 지친 현대인에게, 내 안의 긴장을 내려놓고 삶의 불협화음을 기꺼이 즐기며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용기를 전하는 다정한 권유이자 단단한 응원이다.
저자

임미성

재즈보컬리스트
스스로를‘엉뚱한사람’이라고정의하는그는어린시절소설속주인공이죽는게싫어내멋대로엔딩을바꿔친구들에게들려주곤했다.무언가에꽂히면주변풍경이페이드아웃될정도로지나치게몰입하는버릇도있다.벽돌처럼두꺼운책이라도한번들면끝을봐야하고,한때는매일영화두세편을보는것이일상이었다.사춘기시절클래식과팝,록을거쳐재즈의깊은바다에빠져든것또한그기질때문이었으리라.
운명처럼재즈보컬이되어파리로떠났을때,내심애써눌러왔던그‘엉뚱함’은비로소빛을발하기시작했다.낯선도시의예측불가능한상황들과즉흥적인무대에대처하기에그보다더좋은자질은없었기에.그몰입과엉뚱함은마침내프랑스뮤지션들과어우러져음반을만드는강력한원동력이되었다.

프랑스IACP,BEPA,EDIM에서재즈를공부했다.파리국제재즈페스티벌JazzyColors등유럽무대에서두각을나타냈으며,1집《바리공주》와2집《용비어천가》를통해한국의신화와고전을재즈컨템포러리로재탄생시켰다.특히1집수록곡인〈공무도하가〉는큰주목을받았다.3집《오감도》는천재시인이상의시를모아재즈로작업한음반이다.문학과음악,고전과현대를융합하는그녀의작업은한국재즈계에서가장예외적이고독창적인프로젝트로손꼽힌다.
현재숭실대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으며,공연과함께4집프로젝트를준비중이다.《시민언론민들레》에재즈칼럼을연재하고있다.

목차

추천사/프롤로그

제1장틀려도괜찮아,삶은즉흥이니까
·파리의하늘밑,센강위로흐르던재즈의선율
·즉흥의시대,재즈로말하다
·삶을스캔하고,스캣하라
·빈마디의힘
·삶의‘결정적순간’을다른방식으로바라보기
·끝이란없다

제2장일상,재즈가되는순간들
·모둠전부치며느끼는재즈의맛
·명태는재즈다
·재즈적인간연암박지원과패츠월러
·낭만을꿈꾸는시대…그러나‘여운없음’
·세상에서가장부드러운건축,그리고얼어붙은음악

제3장사유는때때로음악처럼흐른다
·이것은재즈가아니다,이것은
·니체의글속에는재즈의운율이있다
·침묵의작곡가바흐는‘재즈의조상’
·한국인은왜바흐음악에더감동받을까
·‘퐁당’과‘첨벙’사이
·느리고,여리게,조금더낮게
·둥글게~둥글게~즉흥의만다라

제4장모든예술은재즈를닮았다
·인트로가사라진세상
·재즈를그린화가들:마티스,몬드리안,세코토
·바야흐로반음의세상
·누벨바그영화에녹아든재즈적발상
·천년달빛에젖은재즈
·봉선화꽃잎,재즈로피어나다

제5장나만의엇박자로걷는우아함
·더가볍고자유롭게,‘알렉산더테크닉’
·보이스가뿌리라면보이싱은가지와잎,보컬은꽃
·음치는없다,음의차이만있을뿐
·오프비트,엇박자의숭고한저항
·세상에서가장작은비잔티움,재즈
·패션,재즈를입다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틀린음은없다,그저낯선장소에놓였을뿐”
실수와공백마저예술로승화시키는재즈의연금술

“재즈에서틀린음은없다”는말은단순한위로가아니라재즈가작동하는치열한원리를담고있다.저자는피아니스트허비행콕이공연중치명적인실수를범했을때마일즈데이비스가그‘틀린음’에맞춰순식간에새로운코드를연주해냄으로써그실수를‘가장놀라운화음’으로뒤바꾼극적인일화를소개한다.이처럼재즈에서실수란지우개로지워야할오답이아니라,예상치못한아름다움을빚어내기위해거치게되는‘필연적과정’이다.저자는우리의삶또한이와같아서,낯선길로들어서는두려움과실수의순간이야말로타인과깊이연결되고삶의지평이확장되는‘결정적순간’임을일깨운다.
나아가악보위‘빈마디’에담긴철학적의미를주목한다.재즈연주자에게빈마디는황급히채워야할결핍이아니라정해진멜로디를벗어나자신만의서사를써내려갈수있는무한한가능성의공간이다.색소폰연주자조슈아레드맨이“재즈는연약함에대한음악”이라고정의했듯이,무엇을연주할지모르는채무대에올라자신의약함을기꺼이드러내고타인의소리에온전히귀기울일때비로소진정한소통과자유가시작된다는것이다.
결국저자가전하는재즈의핵심은‘기꺼이!’의정신이다.정해진악보가사라진막막한순간,두려움에주저앉기보다낯선흐름을기꺼이환대할때삶은비로소축복이된다.즉흥연주가독주가아닌‘대화’인것처럼,삶또한나만의독백이아니라타인과끊임없이주고받음속에존재한다.이책은불확실한미래를불안해하는우리에게“당신의연주는틀리지않았다”라는단단한믿음을건네며,서로의숨소리와리듬에온전히귀기울이는‘경청’이야말로나를지키고세상과연결되는가장아름다운화음임을일깨운다.


■명태전에서비밥을,니체에게서스윙을듣다
인문학과예술,일상을넘나드는풍성한‘재즈적사유’

이책의백미는음악을넘어일상과인문학의영역으로확장되는저자의독창적인‘재즈적사유’에있다.저자의시선이닿으면밥상위의반찬도,딱딱한철학책도모두흥겨운재즈가된다.가령저자는명태가건조방식에따라동태,북어,황태,코다리,노가리로이름을바꾸며변신하는과정에서재즈의‘변주(Variation)’를읽어낸다.하나의식재료가본질을잃지않으면서도환경에따라전혀다른맛과질감으로재탄생하듯,하나의테마가연주자의해석에따라수만가지곡으로변하는재즈의원리를밥상위에서포착해낸것이다.
이러한통찰은시공간을넘어역사속인물들에게로이어진다.기존문법을파괴하고문장부호마저리듬처럼사용했던니체의글쓰기에서는자유분방한재즈의운율을,점잖은양반사회에서파격적인문체와해학으로시대를풍자했던연암박지원의《열하일기》에서는비밥Bebop의저항정신을발견한다.또한차가운직선과원색으로뉴욕의역동성을표현한몬드리안의〈브로드웨이부기우기〉에서뜨거운재즈리듬을찾아내고,840번이나같은멜로디를반복해야하는에릭사티의〈짜증Vexations〉에서는지루함을넘어몰입으로나아가는수행의미학을읽어낸다.바흐의대위법이재즈의뼈대가되고,허난설헌의한맺힌시가현대의재즈선율과만나는경이로운순간을통해,예술은결코멀리있는것이아니라삶곳곳에숨쉬고있음을증명해보인다.
나아가저자의시선은건축과영화의영역으로까지거침없이뻗어나간다.‘장식은죄악’이라며건축의본질을추구했던아돌프로스의미니멀리즘에서군더더기를덜어낸쿨재즈의담백함을보고,흔들리는카메라와점프컷으로영화의관습을깬장뤽고다르의누벨바그영화에서정해진형식을거부하는재즈의실험정신을읽어낸다.건축의견고한구조속에숨겨진빛과그림자,영화의컷과컷사이의호흡마저도저자에게는모두세상과소통하는재즈의리듬이다.모든예술이,삶의모든순간이실은‘재즈’라는하나의거대한흐름속에있음을깨닫는순간이다.


■남들의속도가아닌나만의엇박자로걷는우아함

세상이정해놓은‘정박(On-beat)’에맞춰모두가똑같은속도로행진할때,재즈는엇박자(Off-beat)의미학을추구한다.보통의음악이1박과3박에강세를둔다면,재즈는약박인2박과4박을강조함으로써기묘한긴장과역동적인스윙을만들어낸다.저자는세상이요구하는속도나성공의기준에휩쓸리지않고,조금서툴더라도자신만의호흡과리듬을찾아내는것이야말로삶의진정한‘우아함’이자‘숭고한저항’이라고이야기한다.남과다른박자로걷는것은뒤처지는것이아니라나만의고유한춤을추기위한도움닫기인셈이다.
이러한철학은단순히마음가짐에그치지않고구체적인실천으로이어진다.저자는몸의긴장을풀고고유의리듬을회복하는방법으로‘알렉산더테크닉’을소개한다.구부정한자세로심장병을앓던조지버나드쇼가이를통해“잘못된것을멈추면올바른것은저절로이루어진다”라는이치를깨닫고건강을회복했듯이,삶에서도힘을빼고‘잠시멈춤’을실천할때비로소억눌려있던진짜목소리가터져나온다는것이다.나만의템포로걷는자유로운엇박자의춤이필요한이유다.
이러한엇박자의미학은비단재즈에만머물지않는다.저자는판소리의엇모리장단이나굿거리장단에서도이친숙한자유의리듬을발견한다.12박의자진모리속에슬쩍끼어든엇모리가긴장과이완을주무르며소리에생명력을불어넣듯이삶의결정적인순간마다발휘되는‘유연한비틀기’는위기를기회로바꾸는반전의묘미가된다.나아가2차세계대전당시나치정권의살벌한감시하에서도목숨을걸고스윙댄스를추었던독일의‘스윙유겐트’에게엇박자의스텝은단순한춤이아닌자유를향한숭고한저항이었음을상기시킨다.
이책은우리에게획일화된세상의정박자에무조건순응하지말고,나만의고유한엇박자로춤추듯살아갈것을주문한다.그것은결코비뚤어진걸음이아니라가장나답게걷는자유의스텝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