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고,떠들고,자해하는교실
개인의일탈이아닌시스템의실패
오늘날대한민국의교실은입시경쟁에지쳐배움의끈을놓아버린‘잠자는교실’,기본질서와상호존중이무너져무질서하게‘떠드는교실’,그리고불안과무기력이극단적으로표출된‘자해하는교실’이라는3중병리현상에신음하고있다.이러한파행은단순한학생개인의일탈이나인성부족,혹은개별교사의지도력실패때문이아니다.극소수의승자만을골라내는한줄세우기식입시경쟁교육과관료주의적통제가결합하여초래한시스템전체의오작동이자거대한구조적실패다.
학교가더이상삶의배움터가되지못하고거대한수용소로변질되는순간,아이들은연대와성장의기회를박탈당한채각자도생의벼랑끝으로내몰린다.저자는이참혹한현실을정면으로응시하는것에서부터대한민국교육개혁의진짜첫걸음이시작되어야한다고단언한다.
성공한혁신학교의사례가증명하듯,이무기력의사슬을끊어내는힘은교사들의자발적인협력문화와집단지성에서나온다.교사1인의고군분투로는무너진교실문화를바꿀수없지만,학년과교과를넘어교사들이집단효능감을높일때비로소학생중심,배움중심의생생한교실혁명이가능해진다.아이들에게자율과참여를보장하면서도공동체적책임의식을함께일깨워주는민주시민의식의내면화,그것이바로저자가제시하는공교육정상화의첫번째이정표다.
나아가저자는교실을바꾸는근본적인동력으로‘아래로부터의교육과정다원화’를주장한다.국가가획일적으로정해준교육과정을기계적으로전달하는방식으로는다변화되는미래사회의주역을길러낼수없다는지적이다.현장의교사들이주체적인‘교육과정개발자’로서지역의특성과학생들의필요에맞는살아있는교육과정을설계할수있도록,교사의자율성과전문성을제도적으로전면보장해야한다고역설한다.
‘수포자100만시대’의참혹한청구서
영·수중심의입시성채를허물어야할때
특히저자는매년천문학적규모의교육예산과사회적기회비용이수포자양산구조속에무자비하게허비되고있음을날카로운숫자로고발한다.전국의100만수포자가매일교실에서무의미하게흘려보내는연간2억시간의청춘,이로인해발생하는연간1조6천억원의세금손실과학부모들이쏟아붓는매몰사교육비는국가적인재앙이자미래세대에대한범죄다.
이쓸데없는수학지옥을정면돌파하는방안으로,저자는고교수학의선택과목분할및학점제전환,수학교과시간의대폭축소라는혁명적발상전환을대안으로제시한다.인공지능이고도의수학적연산을대신하는시대에,아이들에게필요한것은기계적인문제풀이기술이아니라논리적사유와데이터문해력이기때문이다.
나아가구글과파파고로대변되는실시간자동통번역기시대에발맞춰,더이상국가적경쟁력이될수없는강제된영어암기교육방식을원점에서재검토해야한다고주장한다.변별만을위한영·수중심의입시제도를허물고,그자리에세계시민교육과비판적주체성을길러주는미디어문해력,그리고기후위기시대의모든존재와연결되는생태적감수성을채워넣어야한다는것이대한민국최초의진보교육감이자혁신교육이라는새로운시대의문을연저자가생각하는확고한처방이다.
학교는법정이아니다
학생참여가만드는회복적정의의기적
차가운법논리와징벌적사법만능주의가교실을지배하는‘학교의사법화’에대한진단은이책의가장뼈아픈대목이다.학교폭력이나갈등이발생했을때교육적성찰과화해대신변호사부터찾고소송전으로치닫는현실은,갈등을통해성숙을배울아이들의기회를원천봉쇄한다.학교는승패를가르고처벌을내리는법정이아니다.
저자는이에대한근본적해법으로‘학생자치처리·회복적정의·방관자교육’이라는곽노현표학폭대책3원칙을다시금펼쳐보인다.갈등해결의권한을어른들이독점하여법정공방으로키우지말고,교실안의생활전문가인아이들의집단지성과학생자치법정에맡길때놀라운자정능력과평화공존의지혜가발현될것임을믿는다.나아가세월호참사의가장큰교육적뼈아픔이‘권위에대한맹종’과‘침묵’에있었음을복기하며,학교유가족들이눈물로요구한“불의에가만있지않는강한민주시민”을키우기위해학교가살아있는민주주의와인권의체험학습장이되어야한다고뜨겁게선언한다.
입시통념과관료제의장막을걷어내는곽노현의담대한설계도
지난진보교육감시대가개혁의방향을올바르게잡았음에도학교현장의체감적변화가미흡했던본질적인이유는,개혁의시야가교육관료제와교육계내부에만머물렀기때문이다.교육부장관에게쥐어진막강한쌈짓돈인특별교부금은지방교육자치를무력화하고중앙집권적통제를유지하는핵심수단이며,학교장에게무조건적인복종과줄서기를강제하는‘제왕적교장승진제도’는학교현장의자율성과민주주의를질식시키는주범이다.
저자는학교를교육관료제의말단행정수족으로묶어두는이거대한사슬을끊어내기위해,교사를교무행정과무의미한공문폭탄에서완전히해방시키는‘교원업무정상화’를개혁의가장시급한황금열쇠로제안한다.의사가원무행정을하지않고환자치료에만전념하듯,교사가오직아이들을가르치고상담하는본연의일에만전념할수있는환경이조성될때비로소수업혁신과생활교육혁신이라는진정한공교육의선순환이시작된다.
동시에입시지옥의꼭대기에위치한학벌카르텔을깨기위해,김종영교수가제안한미국UCLA형국공립대모델인‘서울대10개만들기’(지역거점국립대9개를서울대수준으로전폭육성및통합네트워크화)구상을전폭적으로수용하며이를실현할‘곽노현표소프트웨어기획’을제시한다.단순히대학의간판을바꾸는외형적통합을넘어,각대학에채워넣어야할알맹이인‘국적있는사회과학’과‘세계시민지향의민주시민교육’이필요하다는설명이다.서구학문의맹목적추종에서벗어나우리사회의당면과제와주체적현실을해결하는한국형사회과학을육성하고,모든아이가소득격차와상관없이양질의인생설계,문화예술,시민정치,생태환경교육을공적으로보장받는‘방과후교육과정의실질적권리화’를진보교육의핵심의제로제시하는것이다.교육이란단지외국의이론을주입하거나자본의부품을만드는과정이아니라,헌법적가치를내면화하고우리땅의현실을주체적으로헤쳐나갈‘국적있는주권자’를길러내는일이라는저자의신념이고스란히담겨있다.
이책은낡은입시통념과교육관료제의장막을걷어내고,우리아이들을불의에침묵하지않는강한민주시민으로키워내기위한곽노현의담대한설계도다.‘공교육이깨어있는주권자적민주시민을만들어낼수있느냐’에민생과민주주의의미래가달려있다는저자의준엄한외침은,침몰해가는대한민국공교육을향한가장엄숙한경고이자희망의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