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무대

달빛무대

$13.50
저자

양진모

공주출생.한밭대학교
계간〈문학사랑〉신인작품상
충남작가회공주문인협회고마문학회
제87회한국인터넷문학상
시집『비로소끝난리허설』
공주문화관광재단신진문학인선정
충남문화관광재단창작지원금선정

목차

제1부시간이머무는섬

시간이머무는섬
당신이잠든시간
하루를마치고
백제어울마당
공산성戀歌
그림자의노래
상처는역사다
산성시장밤마실
제민천이야기
느린우체통
완벽한순간
타인의행복
또다른풍경
진실이거나꿈이거나

제2부작업장담을넘어

작업장담을넘어
머슴의노래
합병
노동의바다
이름모를풀처럼
벼랑끝파수꾼
하루살이의사랑
청소부
야간대학
일회용비정규직
무지無知의소치所致
미루는사이
풍향계
손끝의비명

제3부소소한하루

소소한하루
그사이어디
달려가는나날
비오는날
로그인
종합병원
눈치의무게
쌀독의바닥
새벽세시
노동의온도
잊혀진시간
작업장풍경
계약서쓰기
전문가로불리는데
고독한싸움
아버지의손
아이들과마주한밥상

제4부도화지

도화지
뇌졸중
공장장의죽음
소리없는아우성
노을
붉은노을
미장갑의손
빛은찬란하다
죽음의행렬
죽음의부탁
백제대교에서
장맛비에쓸려간삶
조문을퇴근하다

해설/김홍정(소설가)
막장,그곳에머문순간의불편함과슬픔의흔적

출판사 서평

해설/김홍정(소설가)

양진모의노동현장은노동자들끼리의우애로넘쳐난다.
그들의사랑은동변상련의아픔에서비롯될것이나사뭇그뜨거움으로서로를감싼다.열악한작업환경개선을위해추락의위험을무릅쓰고고참반장이허물어질위험의지붕으로오른다.

며칠째멈추지않는장맛비
작업장지붕사이로녹슨철골을타고
쇳가루와섞인빗물에젖는다

(중략)

쇳가루,용접가스,페인트,약품냄새
노동자몸에배인향수다

어지러운작업장
빗방울의장단에뒤섞인기계소리
반장은우의를챙겨사다리를올랐다
그리고무너져내린오후
아무도시키지않았다는그일
모두가외면한그일

부러진사다리,정강이뼈,등골,미래
하반신마비,더는쓸모없는낙인
개인부주의,누구도시키지않았다는거짓
책임은모두노동자몫이라는선고
최소한의환경을원했고
인간다운삶을바랬는데
그것은사치였다
(「장맛비에쓸려간삶」부분)

멈추지않는비로공장은아수라장이다.쇳가루섞인빗물이공장안으로넘치고노동자의몸은쇳가루와용접가스로범벅이된다.진퇴양난물러설수없는작업장,어린노동자들이고참의눈치를볼때반장은무너질지붕으로사다릴챙겨오른다.누구도시키지않는일이라시인은전한다.정말그렇게생각하는가?바꿔주지않는노동현장이다.시인은그것을사치라고직설한다.하지만무너질지붕으로사다리를챙겨오르는것은반장인선배노동자다.그들은그들끼리서로감싸고앞서나선다.

(전략)
페인트가루엉겨붙은콧속
말라버린논바닥처럼타들어가고
하루가쇳덩이처럼무겁다

선선한바람결아득하고
삼년여름을헤아려도
환기시설과도장실열대야이룰수없다

노을즈음공장한켠
공장장님베푸는삼겹살
몸에잠긴페인트를벗겨내는특효라며
고소하고찬란하게지글거린다

온몸에내려앉은상흔조차
동료의웃음소리에바람결에식는다
하루의때는술잔으로씻어내고

힘찬외침으로다시되새기는하루
고단한영혼이쉬어가는숨결이다
(「작업장풍경」부분)

다시물러서고싶지만그럴수없는작업장이다.도장작업은멈출수없다.멈추면색상이고르게나오지않아벗겨내고새로작업을해야하는난점을지니고있다.그사실을모르지않는노동자들이다.온몸이페인트가루투성이다.
공장장의배려는근거도없는삼겹살이다.애당초삼겹살이광부들의진폐를씻어내는음식이었다고전하지만페인트가루를벗겨내지는못할것이다.하지만그말을믿고싶다.
그열악함을풀어내는배려라도있어야살맛나는세상이아닌가.노동자들은페인트가루가엉겨붙은모습을보고서로놀리며웃었을것이다.그리고술잔을건네며내일을
다짐하고힘차게건배를했을것이다.우리네가살아가는삶이무엇인가?시인은그렇게서로생각하며사는삶이어야‘고단한영혼이쉬어가는숨결’일것이라단언한다.

양진모는노동의식을비로소깨친모습으로부활한다.
그는노동조합을향해나아간다.

(전략)

용접불꽃튀는작업장
쇠를두드리는리듬은심장의박동과같아
감각화된몸짓으로대화를주고받는다

(중략)

그들은틈을내노조의깃발아래모인다
청소노동자들이마련한회의실
침묵했던행진이심장박동소리가되어
작업장담을넘는다

노동자의분신으로불씨를던졌다던가
전설은어둠을밀어내는횃불로타오르고
흩어지는재는수천개의불씨로피어난다
(「작업장담장넘어」부분)

양진모의노동시는전태일열사의노동의식에힘입은것으로보인다.양진모는‘분신으로불씨를’던진전설을이끌어내오늘노동현장의횃불로삼는다.그횃불은수천개의불씨로피어날것이라예견한다.

늦깎이대학생양진모는졸업을한해앞둔여름느닷없는대학구조조정으로인한학과폐지난관에봉착한다.전문가로우뚝설것이라기대했던꿈은소용없는허세로달음질친다.그렇다고한두발쯤물러나적당히졸업하고대학원으로진출해야하는갈등에빠진다.양진모는이미노동으로단련된몸이다.어려울때물러서지않는강건함을배우며살아온현장주의자다.그는자신에게보장된학과졸업보다는학과되살리기투쟁에선다.이는그가노동현장에서학습한수천개의불씨의하나로인식한것으로보아야한다.

찬란한교문을지나
삼십년주름진손으로책장을넘긴다
노동의바다에서건져올린진주들을
학문의저울에올려놓는야간수업이다

거친풍랑을헤쳐온녹슨배는
항구에닿아도인정받지못한다
굳은살손으로스물다섯개의봄을품었지만
이제창백한졸업장한장으로
평생꿈을이룰참이다

세상을움직이는기계를다뤄도
설계도를그리지못하면맹인이된다던가
학교의철문은지식의관문이아니라
계급의벽이었음을뼈저리게안다

학교구조조정서릿발소식이교정을흔들자
폐과라는칼날이가슴을찌른다
혼란스런아이들의외침은
텅빈강의실에맴도는허상일뿐
권위를앞세운총장의왕좌는단단하다

달콤한거짓약속조차이미사라졌다
황금의자와고개숙인아첨만이난무하는회의실
권력의횡포를이성과합리의탈을씌워감추려하나
진실은쇠처럼단단할것이다

이제우리는일어서야한다
닳은손의펜을높이들고
폐과의서리를녹이는뜨거운함성으로
저거짓지성의전당을뒤엎으리
(「야간대학」전문)

노동자양진모에게대학은꿈으로남아있던찬란한곳이었다.그러나주경야독의어려움을견디며지낸3년의세월이허망해졌다.대학은구조조정에휘말렸고,전공학과는폐지대상이다.이런허망한일이라니.학과조치를위해달려간대학본부는디자인학과졸업장을보장하겠다는설득과회유로맞섰다.권력이요구하는구조조정을피할수는없다는논리다.양진모는깃발을들고앞장섰다.이싸움의결과는결국대학의결정이우선할것이다.양진모는안면있는변호사를찾아소송을제기하며자신의역할은광고제작과현수막거치,학과유지무대재현등으로맞서고있지만불편하다.시대는개인의낭만과소망을이념과정책으로뭉개는것이현실적대안이라여기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