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예술인가

건축은 예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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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건축가 김원은 그 자신이 대학에서 배운 소위 건축 예술론이라는 것에 대해 ‘그게 그렇지 않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이후 사오십여 년 대부분의 생각이나 글 쓰기,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건축이 예술이 아니라고 하는 건,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축은 예술이 아닌 게 아니라 건축을 예술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고, 그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함을 말한다. 특히 서양 건축과 동양 건축의 차이, 동양 건축 중에서도 한국 건축을 생각하면 그것은 한마디로 예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그 안에 무궁무진한 철학이 있다. ‘건축자본주의’와 ‘아파트 공화국’으로 점철된 한국 건축과 주거 문제에 사상적 화두를 던지는 이 책은 우리 스스로도 가장 잘 알고 있을 보편적 결론으로 그 끝을 맺는다. 순천적이고 친환경적인 우리 본연의 시선과 사상을 되찾아야 한다. “예술의 개념이 아닌 인문학의 개념으로서.”
저자

김원

1943년서울출생의건축가다.서울대학교건축공학과를졸업하고‘김수근건축연구소’에서수업했으며네덜란드바우센트룸국제대학원‘주거문제’과정을수료했다.현재‘건축환경연구소광장’및‘도서출판광장’대표다.한강성당,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황새바위순교성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광주가톨릭대학교,주한러시아대사관,이화여자대학교경영관·국제기숙사등을설계했다.저서로『우리시대의거울』,『한국현대건축의이해』,『빛과그리고그림자』,『우리시대건축이야기』,『새세기의환경이야기』,『행복을그리는건축가』,『꿈을그리는건축가』,『못다그린건축가』등을썼으며,역서로『건축예찬』,『건축가없는건축』,『마천루』등을옮겼다.

목차

초판서문

사상思想Thoughts
집터吉地Site
생태生態Ecology
시간時間Time
공간空間Space
크기規模Scale
풍경風景Landscape
여백餘白Emptiness
절제節制Moderation
지혜智慧Wisdom
이름名稱Name
건축建築Architecture
화해和解Reconciliation


참고문헌
도판출처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건축은무엇인가

건축은그것을만드는사람들의사상의표현이었다.서양사람들은외부적인형태를빚어서그것을건축이라고했으나,동양사람들,특히우리나라사람들은외부적인형태를만들려고노력하지않고사람들이그안에들어가사는공간을먼저생각했다.우리전통건축에서‘건축-예술가’가없었다는사실은우리에게건축이란예술작품이기보다예술을포용한그보다훨씬더높은차원에있는것임을함의한다.건축이라는것이결국보편적이며사람을편하고안락하게살게하는장치라면불편하고주눅들게만드는건축물에쏟아지는찬사가과연그만한가치가있는지는생각해볼일이다.

퇴계이황은공직에서물러나도산에터를잡고자신이거처할도산서당(陶山書堂)과제자들의기숙사인농운정사(農雲精舍)를지었다.현재안동에있는도산서원(陶山書院)이다.김원의말대로,담백하고텅비어있으면서도아름다운집이다.이걸보면예술이라고할수도있을것이다.그야말로이것은‘Lessismore’,미니멀리즘의예술이니까.그런데저자는그보다도훨씬더중요한것이도산서원한편에자리한‘열정(冽井)’이라는우물과‘몽천(蒙泉)’이라는샘물이라고말한다.원래있던우물과샘물에퇴계가이름을지은것이다.

우물은두레박으로퍼올려야하는데이것은학문을상징한다.학문이라는것은한우물을파듯이계속거길퍼올려서학문의물을마시는것이다.그런데대제학을지낸조선의대학자퇴계가학문에대해지닌생각은,지식에대한욕심이재욕이나식욕,색욕과다를바없다는것이었다.뭔가에대해알고싶고,그걸더알고싶어책을뒤지는모습이아름답게보이는가?그러나오로지그것만을탐하는것은절대로아름다운것이아니다.퇴계는색욕을밝히는거나지식을탐욕적으로밝히는것은다똑같다고보았다.모두자기욕심이다.다만그것이자기것이된후에자기혼자갖지않고남한테펼쳐줄때의미가있는거라고생각했다.결국지식이탐욕과다를수있는건식욕이나색욕은누구한테줄수있는것이아니지만지식은그렇지않기때문이다.‘몽천’은누구라도수그리고앉아마실수있는작은샘물이다.학문의완성은깊은우물에서두레박으로퍼올려자기걸만든다음그것이흘러샘물을만들고다른사람들이목마른데마시도록할때이뤄진다.그래야학문이다.퇴계는자기가평생공부할곳에이런의미를담아서당의위치를정하고지었다.이렇듯우리건축은그형태로서만설명되지않는다.

도대체이런사고방식과원동력이어디서왔을까?노장이된저자는이에대한연구를앞으로우리세대가더깊이해보기를진심으로바라고있다.

“불행하게도내가‘건축’을처음접한것은서양의책을통해서였다.젊은시절나를사로잡은사진속풍경은지중해연안마을의토속건축이었다.또하나,더불행하게도내가처음건축에관한논쟁의화두를접한것은지오폰티(GioPonti)라는이탈리아사람이쓴『건축예찬(InPraiseofArchitecture)』에서였다.내가만일그런화두를한국사람이쓴책에서처음접했더라면아마도나의건축인생은많이달라졌을것이다.”

선구자적역할을한건축가로평가받는르코르뷔지에는“건축은인간을이해하는방법이며현대의일관된건축의본질은정신과진실의문제다”라고건축을정의했다.그는전쟁으로살곳을잃은서민을위해쉽고빠르고저렴하게지을수있게고안한공동주택인‘유니테다비타시옹(United‘Habitation)’,지금의아파트라는개념을처음창안한건축가로알려져있다.르코르뷔지에는이전에는존재하지않던개념을만들어낼만큼깊은생각을했고,건축물곳곳에그런그의사상이배어있다.사회적빈곤층을위한주거양식을연구하고그들에게우선적으로집을지어줘야한다는생각으로유니테다비타시옹을만든것이다.이건단순한건축가의예술작품이아니다.사람은이렇게살아야한다는그의사상을한눈에보여주는결정체다.

주거문제는국가의역량을집중해야할정도로인간의삶에서중요한요소로,건축은예술이고건축가는예술가이며예술지상주의에입각해건축물을멋있게만들면좋고사람이그것에감동하면생활의질이달라진다는식의이야기는모두건축의본질이아니다.건축은물론예술이기도하지만,예술보다훨씬높은차원에서과학,사회,경제,정치까지포함한개념이다.세계에서가장유명한건축가로‘아방궁’을짓고살아도괜찮았을르코르뷔지에는죽기전십오년동안네평짜리집에서살았다한다.

르코르뷔지에가건축을이해한그훨씬전에,우리조상은공간을경영한다는개념으로건축을정의했다.건축은“순천적인것,그리하여생태적이고친환경적이면서겸손과절제의표현이어서,그결과로만들어진건축물도순천적이고친환경적이고생태적인보편가치”를지닌다.그리고“그것은일일이의도하지않았더라도아름다운결과물”로남았다.우리조상은건축으로감동을줄목적이없었다.건축이란사상을온전히담으면서도인간의생활을감싸는것이기에예술이라기보다풍경처럼자연스러운것이어야했다.

“그들은차라리말하자면풍경을만들고자했다.”우리건축을초로같이축약한이문장을비롯해우리건축의역사와문화,시대정신에관한생각을풀어놓는저자김원역시건축가라기보다차라리인문학자에가까울것이다.이책은2007년초판이출간된이후이십여년이지나갖가지내용을빼고더하여선보이는개정증보판이다.그동안생각이바뀐것도많고그것을일일이반영하지못했으므로,애초에생각을거칠게나열했을뿐인책에담긴이야기가지금과연얼마큼의의미를지닐지저자는알수없어했다.그러나어느이야기이든그의미를정하는몫은언제나독자에게있을것이다.사상,집터,생태,시간,공간,크기,풍경,여백,절제,지혜,이름,건축,화해라는열세개의함축적주제로쌓아올린이책은한국건축의거대한서사다.우리건축의서사를한번쯤은제대로마주해보았으면한다.

누추해서아름다운가?아름다워서추한가?누추한데왜이다지아름다운가.아름다운데왜그토록추한가.건축의수많은예들이책에담겼다.아름답고,아름답지않고는여기서말하고자하는바가아니다.다만건축이예술이아니라면과연무엇이어야하는지건축가가아닌우리모두가생각해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