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비관주의의시대,죄책감을내려놓고욕망을마주하는법
2025년7월,《뉴욕타임스매거진》에는〈남자를원한다는문제TheTroubleWithWantingMen〉라는글이실려화제를불러일으켰다.작가는남자에대한체념에빠졌으면서도이성애적욕망을버리지못하는여자의모순을다루면서‘이성애비관주의heterofatalism’라는용어를소개했다.남자와만나는일에질려버린여자들의피로감을가리키는표현이다.
이성애비관주의는실존하는현상일지언정이성애자여성의종착지는아닐터다.남성과의관계로행복해질순없다는낙담에머물면이세계는여성이성애자의연애잔혹사가끝없이되풀이되는나락이될뿐이다.궁극적으로는여성이원하는관계속에서만족스럽게살아갈수있는사회가만들어져야하고,그이전에이사회와남성들의변화를이끌어낼방법을찾아야한다.그리고당장은,이성애자인자신을미워하게된여성들의숨겨진사연이수면위로나올필요가있다.
여성이안전하고완전하게욕망할수있는세상을향한첫걸음
〈남자를원한다는문제〉의작가는‘그렇다면우리의욕망은어떻게해야할까?’라고묻는다.갈곳을잃은이성애자로서의욕구를어떻게다루어야하냐는물음이다.《이제진짜남자안만날거야》에참여한작가들은완벽한해답을제시하지않는다.대신욕망을두려워하고달래보려애쓰다가도욕망에게주도권을내주는,‘탐욕스러운’여성들의모습을그대로드러내는용기를선보인다.남성을원하는자신에게깊은수치심을느껴말을아꼈던이들의목소리가또렷해질수록,여성이안전하고완전하게욕망해도괜찮은세상은더가까워질것이다.
만화〈사마귀의사랑〉,산호
매체와장르를막론하고로맨스투성이인세상에서살아온암컷사마귀사마리의꿈은운명의짝과행복하게사는것이다.동족포식본능이강해수컷을열한마리나잡아먹고도여전히사랑을동경하는사마리는열두번째연애의한복판에서흔들린다.낭만적인사랑을칭송하는세상,수컷과암컷의욕망사이의괴리,알을낳으라는압박,그런문제를고민할수록커져가는동족포식본능이사마리를궁지로몰아넣는다.
《장례식케이크전문점연옥당》,《그리고마녀는숲으로갔다》에서현실의비극을판타지와매끄럽게결합했던산호작가는본작에서암컷이수컷을잡아먹는것으로유명한사마귀를주인공삼아이성애자여성이남성을원하기에겪는개인적,사회적문제들을우화로세련되게풀어낸다.
소설〈욕망은끈적끈적〉,정도겸
여성향헤테로19금웹툰의스토리작가인나리는슬럼프에빠졌다.최근알게된페미니즘때문이다.페미니즘에비추면남주인공세명중누구도바람직하지않다는사실을깨달아이야기가길을잃은것이다.페미니스트로서도상업작가로서도어정쩡한자신을한탄하던나리는자신이욕망하는사랑,실제로하고있는사랑,이상적으로여기는사랑을일치시키라는반협박성요구를받고진정으로원하는사랑을찾아나서기시작한다.
정도겸작가는‘모든순간에페미니스트이고싶지만,그렇게되지못하는’스스로에집중해이작품을최대한솔직하게썼다고고백한다.실제로즐기는것과옳다고생각하는것사이에서방황하며적나라하고비밀스런욕망과페미니즘에입각한윤리적판단을툭터놓고이야기하는주인공이깊은공감을자아낸다.
만화〈나이제여자만날거야〉,정해나
‘빻은소리’를한남자친구를그자리에서대차게차버린혜진은한동안외로움에시달린다.페미니스트남자친구를만나기힘들다는현실에씁쓸해하던어느날,문득여자와사귀어보자는결심이선다.레즈비언데이팅어플에과감하게등록한혜진의여성애자데뷔시도는‘여자정말좋다!’와‘왜이렇게어색하지…?’사이를수시로넘나든다.
《요나단의목소리》에서퀴어청소년의마음을섬세하게짚어나갔던정해나작가는앤솔러지의제목과짝을이루는재치있는제목아래이성애자페미니스트의딜레마를파고든다.‘한남’과의연애에환멸을느끼지만관계가주는온기를갈망하는여성의절박한모색이세밀하고도경쾌한묘사로가감없이그려진다.
소설〈트렌드러브리포트〉,윤이나
서른여섯살지원은마음이조급하다.동기중에서가장먼저과장으로승진했지만,평균나이에결혼하지는못했다.결혼생각이없는데도만나는남자마저없다는사실이어째마음에걸린다.마침인턴의과제물‘MZ세대트렌드리포트’를읽게된지원은리포트를참고해동호회에서남자를만나보기로한다.지원의15년지기친구이자기혼자인설은지원이메신저로전하는새로운시도의과정을응원하며지켜본다.지원이오랜만에다시사랑할수있을지,진심으로원하는무언가를새로운관계에서찾을수있을지를.
윤이나작가는다양한대중문화분야에서활동하며시대의흐름을읽어온작가답게MZ세대의연애트렌드를작품에고스란히녹이면서지극히현실적인연애의민낯을보여준다.한편으로이성애자여성의삶을지탱하는존재는연애대상만이아니라고말하는이이야기는,관계를책임지지않으려는가벼운욕망에지친여성들을다정하게위로한다.
만화〈그남자왜만나〉,실키
에밀리는여자에게왜남자가필요한지끊임없이고민한다.연애가곧시련임을알면서도남자를원하고섹스를원하는자신이부끄럽기만하다.이성애적욕구와페미니스트라는정체성이치열하게대립하는에밀리의내면은대칭성이두드러지는캐릭터디자인과화면구성,회색없이흑과백으로만이루어진이미지를통해인상적으로시각화된다.
문제많은세상을정면으로응시하는카툰에세이들로수많은독자의공감을얻은바있는실키작가는주변여성들까지두루살피는에밀리의시선으로비슷한고민을품은이들을폭넓게아우른다.“남자를왜만나?”라는질문을받은모든여성이“그냥,그렇게태어났으니까.”라고선뜻답할수있는세상에서는에밀리의눈물이그칠지도모른다.
소설〈남자에미쳐서커리어를망치지않는법〉,민지형
최근가장핫한여배우하리에대한대중의평가는이렇다.“예쁘고연기도잘하는데,남자에미쳐서커리어망친다.”하리는남자만나는게범죄라도되냐며웃어넘기지만매니저채영의생각은다르다.좋은건한때고소문과일은오래가니순간적인충동은절제해야마땅하다.오랜시간평행선을달리던둘의연애관은숱한여성과얽혔다는풍문으로이름난한남자의등장이후위태롭고도매혹적인방식으로접점을찾는다.
《나의미친페미니스트여자친구》로‘페미니즘연애소설’이라는좁은영역을개척해온민지형작가는이작품에서여성의욕망이남성의욕망에비해얼마나폄하되는지,우리사회가욕망하는여성을얼마나억눌러왔는지를시원하게폭로한다.강렬한충격을선사하는결말은,남성에대한욕망때문에긴세월자책했지만그욕망을무모하게드러내는여성들이어쩔수없이사랑스럽다는작가의말과맞물려긴여운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