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연결되는방식은달라졌지만,사람을향한마음은달라지지않았다.
누군가의하루를이어주는동안,
나의삶도조금씩이어지고있었다.
우리는종종직업이바뀌면삶도완전히달라진다고생각한다.하지만사람을바꾸는것은직업이아니라,그일을대하는마음인지도모른다.같은일을하더라도어떤마음으로사람을만나고,어떤시선으로세상을바라보느냐에따라삶은전혀다른방향으로흘러간다.『안녕하세요,제법버스기사같나요?』는그단순하지만쉽게잊고사는사실을조용히일깨워준다.
버스운전석은하루에도수백명의사람들이스쳐지나가는자리다.출근길을재촉하는직장인,학교에가는아이,장을보고돌아가는어르신,말없이창밖을바라보는사람까지.저자는그짧은만남들을통해사람들의삶을관찰하고,그들의평범한하루를비추는거울속에서자신의삶을다시바라보기시작한다.누군가의하루를목적지까지데려다주는동안,잊고지냈던마음을떠올리고,지나온시간을이해하며,앞으로살아갈이유를조금씩다시찾아간다.
사회적기업을운영하던시절에도,버스운전대를잡은지금도저자가하는일의본질은크게다르지않다.누군가의삶이조금이라도더나아지기를바라는마음,사람과사람사이를묵묵히이어주는일,그리고오늘하루를무사히살아갈수있도록곁에서자신의역할을다하는일이다.달라진것은직업이아니라세상과연결되는방식이었고,그변화는저자에게이전에는미처보지못했던삶의풍경을선물했다.
이책은화려한재기의성공담도,실패를극복하는방법을알려주는자기계발서도아니다.오히려모든것을내려놓은뒤에도삶은계속된다는사실을,그리고방향을바꾸었다고해서삶의가치까지달라지는것은아니라는사실을담담하게들려준다.누구에게나예상하지못한노선이찾아올수있지만,그길위에서도우리는여전히사람을만나고,사람에게배우며,다시앞으로나아갈힘을얻는다.
우리는모두저마다의운전대를잡고살아간다.누군가는회사를,누군가는가정을,누군가는자신의하루를묵묵히운전한다.중요한것은얼마나멀리갔는지가아니라,오늘도자신의자리에서누군가와연결되며하루를살아냈다는사실인지모른다.
『안녕하세요,제법버스기사같나요?』는버스를운전하는사람의이야기를넘어,인생의방향을조금바꾸었을뿐여전히사람을향해나아가고있는모든이들에게건네는담백한인사다.그리고책장을덮는순간,독자는버스안에서건네는“안녕하세요.“가승객을향한인사인동시에,오랜시간잊고지냈던자기자신에게다시건네는첫인사였음을자연스럽게깨닫게된다.
책속에서
한때세상에사랑을말하던사람은왜이렇게되었을까.그리고나는다시사람을사랑할수있을까.버스기사로서나의두번째인생이시작되었다.이이야기는사람들을목적지까지데려다주는일에대한기록이자,그과정에서잃어버린사랑을다시찾아가는여정이다.
_에필로그,7쪽
목소리는전해지지않겠지만마음만큼은진심이다.하루에도몇번씩이렇게아름다운것들과마음을움직이는장면들이존재한다.직접내려서붕어빵을사먹지못해도붕어빵가게는언제나사랑스럽고,이름도모르는누군가의하루를응원하게되는순간들도있다.오늘도나는버스운전석에서수많은풍경을만난다.어떤장면에는웃고,어떤장면에는마음이저며온다.버스는사람들을목적지에내려주지만,정작나를살아가게하는건창밖으로스쳐지나가는이런풍경들인지도모른다.
_버스기사의낙,19~20쪽
노선의특징을떠나서버스기사님들이인사를열심히하는이유는무엇일까.도로위에서실시간으로받는스트레스를인사로그때그때녹이는것이다.서로인사라도해야활력이유지된다는것을마음깊은곳에서알고있는것이다.이모든것이내가더욱꿋꿋이인사를지켜야할이유이다.도로위에서,우리의일상에서,오늘도나는앞문을열고인사를건넨다.“안녕하세요!”당신이정말로안녕하시기를바라는마음으로.
_끝까지안녕하세요,30-31쪽
무대위는나를비추는자리였다.하지만내가좋아하는자리는누군가를비추는자리였다.어쩌면그래서나는버스운전석이좋았는지도모른다.사람들은나를보았지만,나는그들한사람한사람을바라볼수있었으니까.생각해보면나는무대아래가더좋다.누군가를올려다보는자리도괜찮고,누군가의하루를조용히받쳐주는자리도좋다.더낮은곳이있다면그곳은어디일까.가장눈부신자리는어쩌면가장낮은곳에있는지도모른다.버스운전석에앉아아주조금씩그자리를배워가고있다.
_어딜가도시선집중,63쪽
나는가만히운전대를잡고있을뿐인데사람들은하루에도수십번씩내앞으로걸어들어온다.누군가는
웃으며인사를건네고,누군가는화를내고,누군가는도움이필요하고,누군가는그저자기이야기를들어줄사람이필요하다.버스를운전하며가장크게바뀐것은운전실력이아니었다.사람을바라보는눈이었다.예전에는좋은일을하기위해사람을찾아다녔다.지금은사람이먼저찾아온다.그러니오늘도깨어있으려고한다.혹시라도내앞에걸어들어온한사람을그냥지나치지않기위해.
_반가운불청객,118쪽
그렇게나는한동안몸쓰는일을했다.물건을나르고,화장품상자를접고,먼지를닦았다.세상을바꾸겠다고뛰어들었던사람은어느새하루품삯을벌기위해땀을흘리고있었다.그런데이상하게도다시살아가는법은거기서부터시작되고있었다.꿈은무너졌지만몸은아직움직일수있었다.몸을움직이자마음도아주조금씩따라오기시작했다.수고하고땀흘리는일은생각보다강했다.사람을완전히무너지지않게붙들어주는힘이있었다.나는일을통해돈보다먼저살아갈이유를조금씩되찾고있었다.
_수고하고땀흘리라,168쪽
생각해보니버스는나와도참많이닮아있었다.그렇게버스를상상하다가문득또다른생각이떠올랐다.버스기사가되면하루종일수많은사람을만나겠구나.얼마나많은사람들이타고내릴까.얼마나많은얼굴을만나게될까.그리고그순간,아주오랜만에가슴이조금뛰었다.
_버스기사해보지않을래?,188쪽
완전한타인을사랑할수있을까.아직도잘모르겠다.다만이제는한가지를선택하려고한다.흔들리는순간이와도,이해되지않는순간이와도,다시한번그사람의편에서보려고하는것.사랑을완성할능력은내게없을지몰라도,적어도오늘은당신의편에서겠다고선택하는것.그리고그선택을계속반복하는것.어쩌면사랑은그런것인지도모르겠다.끝까지당신을사랑하기로선택하는것.
_진상이라도진정,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