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레코더블 시즌1 : 괴뢰사

언레코더블 시즌1 : 괴뢰사

$17.00
Description
흔적 없는 살인,
결코 기록될 수 없는 이야기
소설 《언레코더블》 시리즈는 이름 그대로 ‘기록될 수 없는 사건들’을 다룬다. 범죄지만 기록되지 않고, 진실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이야기. 그 첫 번째 편 〈괴뢰사〉는, 초능력과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결국은 남겨진 아이와 어른의 책임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무엇보다도 장르적 재미가 돋보인다. 현장을 가득 채우는 긴장,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결,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스크린 위에 옮겨진 듯 선명하게 그려진다. 동시에 단순한 추격과 격투가 아니라 ‘왜 어떤 사람은 괴물이 되고 어떤 사람은 끝내 인간으로 남는가’라는 물음을 함께 건넨다. 괴뢰사의 섬뜩한 존재감은 초능력적 장치이면서도 현실을 감당하지 못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은유다. 독자는 액션의 쾌감을 따라가다가도, 불시에 던져지는 질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언레코더블》의 힘은 바로 이 두 겹의 매력에 있다.
세상에는 끝내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지워진 흔적 속에서도, 그것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1편 〈괴뢰사〉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기록되지 않은 사건들, 증명할 수 없는 진실들이 앞으로 어떤 얼굴로 다가올지, 이 시리즈는 계속해서 우리를 스릴러의 현장과 사유의 무대로 초대할 것이다.
저자

한혁

저자:한혁
애니메이션시나리오를전공했다.2016년스토리공모전에당선된후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주로영화,드라마원작스토리텔링과소설,웹툰작업을하고있다.카카오페이지에웹툰을연재했으며,원작으로기획한소설두편이드라마로개발중이다.연령,전공여부와상관없이작가가되고싶은이들을대상으로스토리텔링수업을하고있다.인생에특별한이변이일어나지않는한계속글을쓸계획이다.(8_hans@naver.com)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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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초능력스릴러의외피속에숨겨진,
남겨진자와어른의잔혹하면서도슬픈이야기

《언레코더블》시리즈의「괴뢰사」는부모를잃고홀로남겨진한아이가결국스스로괴물이되어세상에칼끝을겨누게되는과정을그린다.이야기는초능력이라는장르적장치를통해극적인긴장과서스펜스를만들어내지만,그밑바탕에깔린질문은잔혹할만큼현실적이다.보호받지못한아이는어떤모습으로자라나는가,그리고제역할을하지못한어른들은어디로사라졌는가.작품은이질문을피해가지않고정면으로응시한다.괴뢰사가조종하는인형의기괴한움직임은초현실적인장치이면서도,인간내면의균열을드러내는은유로작동한다.그래서독자는단순히괴이한장면을보는것이아니라,한아이의상처가어떻게현실을왜곡해내는지체감하게된다.경찰과범죄자의대결로보이는이야기는사실책임을다하지못한어른과끝내인정받고싶어한아이의충돌이다.결국소설속주인공들이남기는것은총성도,칼날도아닌늦게도착한사과한마디와눈물의무게다.책장을덮고난뒤에도독자는스스로에게질문하게된다.괴물은태어나는가,길러지는가.그리고어른은언제,어떻게아이의삶에책임을져야하는가.《언레코더블》1편「괴뢰사」는초능력스릴러의외피속에서바로그질문을독자의가슴에오래도록새겨넣는다.

보는순간스크린처럼펼쳐지는,
압도적인장르적쾌감과영상적상상력

《언레코더블》은‘읽는다’기보다‘보는’경험에가깝다.문장을따라가다보면머릿속에서장면이자동으로재생되고,인물의움직임과긴장감이영상처럼또렷하게다가온다.이작품이특별한이유는단순히스릴러적긴장에머무르지않고,그긴장을영화적리듬으로구현해낸다는데있다.카메라가줌인하듯인물의표정이드러나고,한컷한컷이어지듯장면이겹쳐진다.독자는활자를읽는동시에이미지를체험하는이중의경험을하게된다.그래서《언레코더블》은장르소설임에도시각적상상력이라는새로운무기를더해,마치영상과문학사이의경계를넘나드는듯한독창성을보여준다.과장된서술없이도화면이그려지고,설명을넘어선감각이전해진다.초능력을지닌빌런과일반인형사의대결구도라는설정자체는소설의시작부터미스터리하면서도흥미로운서사무대를예고한다.그무대위에서펼쳐지는이담백하면서도압도적인힘이야말로《언레코더블》이가진가장큰매력이다.시리즈는앞으로도기록되지않은사건들을통해,독자에게마치스크린을마주한듯한몰입과동시에오래남는질문을선사할것이다.


책속에서

어둠이완전히내려앉은한밤을깨운것은묘한마찰음이었다.‘드르륵’의자가바닥을긁는기분나쁜소리에아이는눈을떴다.얕은잠에서깨어난아이는눈을비비며,가장먼저한사람을떠올렸다.‘아빠?’엄마일리는없었다.아이의잠귀가밝다는걸잘아는엄마는,한번아이를재우면웬만해서는방밖으로나오는일이없었다.아이는이내고개를가로저었다.아빠또한저녁시간즈음에이미귀가했다는사실이떠올랐기때문이다.아이는살그머니침대를빠져나와방문으로다가갔다.아이가방문에조심스럽게귀를가져다대는순간,부모님방문이열리는소리가들렸다.‘뭐지?누구지?’
---p.7

철수는죽은남자들을경멸하듯쳐다보며바닥에침을뱉었다.택진이다시보고를이어갔다.“공원에끌려온뒤,구타를당했고…그렇게정신을잃었다가깨어나니셋다죽어있었답니다.지금도지구대에서보호중이고요.”“과수대에서는뭐래?”“살해도구가석상인건확실한것같답니다.사체들전부머리가깨져있는데그상처랑딱맞아떨어진다고요.석상에서피해자들머리카락도묻어나왔답니다.문제는….”‘문제’라는말에철수가눈을부라리며택진을쳐다보았다.택진은잠시입술을깨물다가한숨을쉬며입을열었다.“석상에…아무흔적도없답니다.”
---pp.29-30

“선배님,한번만더끊으시면위치추적해서찾아가겠습니다.”재우는‘위치추적’이라는말을듣자그제야얼굴을덮고있던신문지로손을뻗었다.신문지를끌어내리자흰머리가듬성듬성섞인더벅머리와덥수룩한턱수염이인상적인40대중반남성의얼굴이나타났다.언뜻보기에는정말노숙자가아닐까싶은의심이드는외모였지만,툭튀어나온눈두덩과날카롭게찢어진눈매가그의직업이닳고닳은형사임을대변해주고있었다.“이새끼가…뭘하겠다고?”“그러니까지금어디계신지말씀해주십쇼.바로달려가겠슴다.”재우는어처구니없다는얼굴로휴대폰을쳐다보고는이내헛웃음을지으며입을열었다.“…밥은먹었냐?”
---p.40

재우는건물한쪽구석으로걸어가더니탁-스위치를올렸다.불하나만켜져있던건물내부가환해지며공간전체가모습을드러냈다.건물내부는폐공장으로쓰였던듯구석구석에버려진중장비들이놓여있었지만,넓은중앙에네개의테이블이반원을그리듯배치되어어설프게나마업무공간다운느낌을내고있었다.커다란테이블들위에는두대의컴퓨터가놓여있었고,사건자료로보이는파일뭉치들이두사람의손길을기다리며잠들어있었다.“…이렇게밝은곳이었어요?아!여기가우리본부인거예요?”“쓸데없는소리그만하고이쪽으로와.”재우는테이블위에쌓여있던파일하나를집어들며한울에게가까이오라손짓했다.“이번에우리가맡게된사건에는몇가지공통점이있다.”
---p.114

탁자위에는정체모를기계부품들이녹슨채널려있었고,장식장안에는작은석상들이촘촘히줄지어서있었다.일부는고대신의형상같았고,일부는어디서본듯한불상의파편같았다.빛은형광등이아니라천장에매달린낡은주홍빛전등하나뿐이었는데,그불빛이유리진열장에부딪혀기묘한그림자를벽곳곳에흩뿌렸다.한울은숨을고르며주변을둘러보았다.가게안은마치버려진시간과잊힌기억들이얽혀만든,작은세계의심장부같았다.한울은괜히목덜미가서늘해져무심코뒤를돌아봤다.분명아무도없는데도,누군가가빽빽한골동품사이에서숨을죽이고자신을지켜보는듯한느낌이들었다.그때재우가걸음을멈췄다.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