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미노아 크레타 (여신이 이끈 예술과 평화의 문명)

처음 만나는 미노아 크레타 (여신이 이끈 예술과 평화의 문명)

$33.00
Description
뜨거웠던 발굴의 순간부터
고고학, 여성학, 역사학을 가로지르는 최신 연구와 담론까지
미노아 문명을 다층적으로 조명한 최초의 안내서
그간 미노아 문명은 동시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았다. 선형문자 A가 해독되지 않았고 왕권과 군사력이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자 기록과 왕조, 전쟁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기존 문명사에서 늘 주변부에 머물렀다. 그 결과 미노아 문명은 독립된 청동기 문명으로 다뤄지기보다 에게해 세계의 전사(前史)나 주변 문화로 여겨져 왔다.한국에서도 미노아 문명을 독립적으로 조명한 번역서나 국내서가 단 한 권도 출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여신학자 김신명숙이 한국 독자들에게 미노아 문명을 다층적으로 조망하는 첫 번째 안내서를 선보인다. 미노아 문명은 문명사를 보는 기존의 시각을 뒤흔드는 새롭고 혁명적인 문명이다. 미노아 크레타는 역사학자, 고고학자, 신화학자, 나아가 소설가와 화가, 페미니스트와 반전주의자 등 수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를 매료시켜 왔다. 대표적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 니코스 카잔차키스, 헨리 밀러, 마리야 김부타스, 리안 아이슬러 등이 미노아의 문화와 정신에 깊이 매혹되어 각자의 작업에 활용하기도 했다. 『처음 만나는 미노아 크레타』는 19세기 후반 칼로 카이리노스가 크노소스 케팔라 언덕에서 첫 삽을 떴던 발굴의 순간에서 출발해 그의 뒤를 이어 기념비적 성과를 이룬 아서 에번스의 행적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유럽 문명의 원류이자 미노스 신화의 무대, 나아가 페미니스트와 히피 들의 이상향으로 재현되어 온 역사까지 미노아 문명에 덧씌워진 상상과 해석의 궤적을 풀어낸다. 미노아를 둘러싼 고고학·역사학·문화사학적 해석과 반론의 격돌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가장 생생하고 흥미로우면서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미노아 문명의 진면모를 만날 수 있다.
『처음 만나는 미노아 크레타』는 역사적 서술을 넘어, 풍부한 도판을 통해 미노아 문명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인장, 프레스코화, 건축, 도자기, 유적지 등 핵심 유물군을 약 100점 엄선해 전면 컬러로 수록했으며, 여신 신앙, 자연, 평화, 현대성이라는 키워드로 미노아 문명의 특징을 섬세하게 짚어나간다. 공신력 있는 연구들과 최신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한 뒤 여기에 여신학자만의 독창적인 시각을 더해 미노아의 상징과 여신상, 유물 들을 입체적으로 해설한다. 미노아 문명을 처음 접하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적합한, 유일무이한 안내서다.
한국의 여신 신앙과 문화를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저자가 미노아 크레타를 거울 삼아 신라 문화를 재탐색한 내용을 담은 부록 「다시 보는 신라의 여신과 여왕」 역시 이 책의 백미다. 여왕과 여사제, 화랑의 전신이었던 원화, 화백회의와 풍류도의 여성적 영성 등 여러 신라사의 수수께끼는 신라의 여신 문화를 인지할 때 그 비밀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저자

김신명숙

저자:김신명숙
서울대학교여성연구소객원연구원이자여신연구자.가부장제문화를극복하기위해서는여성적신성이되살아나야한다는신념으로여신학GoddessStudies분야를홀로개척하는연구자이다.2013년서울대학교여성학협동과정에서국내최초의여신학분야박사학위논문을썼다.저서로『여성관음의탄생』,『여신을찾아서』등이있으며한국여신들에대한책을준비중이다.

목차

들어가며

1장크레타,여신이품은공동체문명
1.아서에번스,크노소스를발굴하다
2.미노아여신:위대한어머니,자연,재생
3.시기별여신상들
4.여신신앙의상징들:양날도끼의미스터리
5.미노아남신들:사냥꾼,동물의주인
6.성소와의례
7.아리아드네는여신이었나?

2장미노아문명의진실을찾아서
1.에번스가남긴유산의공과과
2.미노아파라다이스의등장과소란
3.미노아고고학의역사와반향

3장미노아여신문화―자연사랑,평화,현대성
1.미노아예술읽기
2.인장과반지:산어머니의위엄
3.프레스코화:피흘리는신전과월경
4.도자기:문어단지의경이로움
5.궁전건축:영적경험을만들다

4장여성보다지위가높은남성이없다
1.사회의중심에선여성
2.성난소를다루는여성들
3.여사제-여신-여왕의삼중주
4.미노아가모장제논쟁
5.남성왕은존재했는가?
6.선형문자B가전하는크노소스여성들
7.미노아남성성:소프트파워

부록―다시보는신라의여신과여왕
참고문헌
도판출처

출판사 서평

폭력과지배의역사로인류를설명할수있을까?
인류의발자취속에다른세계가있었다
고대문명에서찾은,새로운미래를향한실마리들

농업혁명이후잉여생산이가능해지며부가축적되고,계급분화와전쟁이확산되면서가부장제사회가출현했다는역사서사는오랫동안널리수용되어왔다.이서사를재검토하게만드는사례가바로미노아크레타다.저자는미노아크레타가당대의이집트와메소포타미아,이후의미케네문명과달리비교적덜호전적이고평화지향적인사회였다고본다.물론섬이라는지리적조건과온화한기후가일정한영향을미쳤겠지만,미노아의정신및문화가동시대다른문명들과뚜렷한차이를보였다는점은고고신화학자마리야김부타스,고대연구자바흐오펜,문화사학자리안아이슬러등의견해와도맞닿는부분이다.
이러한미노아문명의특성은다양한유물과고고학적자료에대한저자의분석을통해더욱구체화된다.저자는대표미노아여신상과자연,동물,의례를수행하는인물이재현된도상을면밀히살피며미노아종교와문화의핵심적인원리를짚어낸다.특히동식물과결합된여신관련유물들은생명과자연의순환이신성의핵심요소로표현되었음을암시한다.반면남성지배자가군림하거나전쟁과정복을이상화하는장면은미노아유물에서거의확인되지않는다.이러한도상적대비는미노아문화에서전쟁과지배가중심적가치로표상되지않았음을보여준다.
이러한시각은크레타의물질문화를함께살펴볼때더욱분명해진다.저자는크레타에서대규모군사시설이거의확인되지않고창과칼같은무기류의유물비중이현저히낮다는점에주목한다.더불어미노아궁전이왕권의과시보다는공동체의모임과의례를중심으로설계되었을가능성을제기한다.사방으로문이나있고주거지역과엄격히분리되지않은개방적구조는이러한해석을뒷받침하는중요한단서다.미노아사회의부와자원이비교적공동체적으로관리·분배되었을가능성또한눈에띄는데,프랑스고고학자앙리방에팡테르는특히신궁전기이전의크레타사회를‘원시민주정’으로평가하기도했다.저자는이러한연구들을바탕으로공동통치나집단통치,나아가여왕의존재가능성까지다루며미노아의정치체제를둘러싼다양한가설을조명한다.강력한1인왕권체제와뚜렷한계급분화를전제하는기존의역사인식을재검토할때비로소진정한진실을마주할수있다고힘주어말한다.이렇듯『처음만나는미노아크레타』는도상분석과고고학적자료,학술연구를성실히종합해미노아사회가폭력과지배의서사로환원되기어려운,중요한사례임을시사한다.
저자를따라미노아문명을거닐다보면인류의역사가곧전쟁과폭력의시간으로만뒤덮여있지않았다는사실을새삼스레깨닫게된다.조금더평화로운국가,포용적이고개방적인사회,위계없는젠더관계등미래에대한비전을읽어낼수있다는점에서지금우리가미노아크레타를만나야할이유는충분하다.

최초로풍경화를그린사람들
세련되고현대적인예술의정수
여신과동식물이어우러진풍요의세계
미노아문명의아름다움과매혹

단연코『처음만나는크레타』가선사하는가장큰매력은미노아유물의시각적아름다움이다.‘최초로풍경화를그린사람들’,‘꽃을사랑하는미노아인들’이라는표현이보여주듯,미노아미술에서자연은배경이아니라중심주제로등장한다.또현실에없는혼종적인꽃들을그려내는등상상과자유로움에기반한상징적풍경을즐겨그렸다.「백합」과「푸른원숭이들」,「영양」,「돌고래」등대표적인벽화들은자연의리듬과생명력을전면에보여준다.
이러한미노아예술의현대적감각은‘파리지엔느’라불리는그림에서특히잘드러난다.짙은눈매와붉은입술,과감한색채대비로표현된이인물은신화적상징이나초월적존재라기보다개별적인얼굴과태도를지닌인물로다가온다.굵고유연한선,평면적인구성,강렬한색감은미노아예술이왜오늘날까지도세련되고현대적으로느껴지는지를단번에이해시킨다.
미노아예술의아름다움은과거에머무르지않고오늘날까지도영향을미치고있다.미노아의이미지와감각은예술과디자인을비롯해패션,대중문화,새로운영성담론등다양한영역에서반복적으로소환되며,서구문화권에서는이러한지속적인매혹을‘크레토마니아(Cretomania)’라부른다.어쩌면이여성적예술에대한끌림이야말로,우리가지금도미노아크레타를다시찾게되는본능적인이유가아닐까?

가부장제는고대문명의전제가아니었다
평등과평화를이룬미노아의젠더질서에주목하다

과연고대문명의특징을가부장제로설명할수있을까?여성학과여신학을공부해온저자는이질문을출발점으로삼아미노아문명의남성성과여성성을둘러싼주요논의들을살펴본다.
이책은미노아종교에서여신이신앙의중심에놓였다는점과함께,이러한종교적위상이여성의사회적지위와분리되지않았음을다양한시각자료를통해보여준다.미노아프레스코화에서여성은남성보다더자주,더욱중심적인인물로등장하며,「그랜드스탠드」와「행진」처럼공적인행사를묘사한그림에서도핵심적위치를차지한다.같은시기근동지역에서남사제들이두드러졌던것과달리,크레타의유물에는여사제의모습이반복적으로등장한다.여성의몸을재현하는방식역시주목할만하다.저자는피그림이그려진「경배자들」과「피흘리는신전」같은벽화를근거로,여성의피와월경이공적건물의존재이유가될만큼중요한의미를지녔다고해석한다.이렇듯『처음만나는미노아크레타』는확인가능한유물및자료들을총망라해미노아사회에서여성의지위가결코낮지않았으며,사회전반에서중요한역할을했을가능성을제시한다.
이책에서특히흥미로운대목은미노아문명의남성성에대한해석이다.크레타를남성왕이지배했다는고고학적증거마저도확실한게없고,숱한인물상중에서도학자들이남성왕의것이라고합의한도상이하나도없다.그대신의례와스포츠,공동체활동에참여하는남성들이반복적으로등장한다.이들은여신을경배하며음악을연주하고의례를이끄는여성들과화합한다.그나마남성왕의도상으로논의되는「백합왕자」역시위엄있는통치자라기보다백합장식관을쓰고경쾌한움직임을보이는젊은남성에가깝다.미노아사회에서남성성은지배와폭력보다협력과연대의가치와맞닿아있었을것이라고저자는추정한다.
미노아사회가여성우위사회였는지혹은가모장제사회였는지를두고는여전히다양한견해가공존한다.이책은어느한쪽의결론을단정하기보다,각유물을둘러싼여러학자의해석과근거를다층적으로제시하며풍부한이해를돕는다.저자는방대한시각유물에나타난여성도상과여사제관련문헌기록을종합해,미노아사회가가부장적질서에기반했다기보다는성별간위계가완강하지않은,비교적동등한사회였을가능성에무게를둔다.이러한논의는평등한젠더관계를고민하는오늘날의독자들에게의미있는참조점을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