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소비 경쟁 시대의 K-웨딩 르포르타주 | 반양장)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소비 경쟁 시대의 K-웨딩 르포르타주 | 반양장)

$20.00
Description
소비주의, 기후위기, 가부장제, 외모지상주의, 지역불균형…
그 한가운데에서 결혼식을 치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완벽한 하루를 위해 설계된 소비의 함정
사랑에 가격을 매기는 산업, K-웨딩을 해부하다
‘결혼 적령기’에 놓인 세대의 낮은 혼인율, 그리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에 대한 뉴스가 연례행사처럼 보도된다. 한편에서는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웨딩 서비스를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웨딩 산업도 규모가 줄어들 것 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웨딩 산업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물가상승률을 훌쩍 웃도는 속도로 오르고 있다. 패션 업계의 실상을 고발하고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해 온 저자 이소연은 결혼식을 앞두고 받아 든 긴 소비 리스트 앞에서 질문을 던진다.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자리를 위해 끝도 없이 소비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은 결혼식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이들과 웨딩 업계 관계자 수십 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저자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의 결혼식 문화를 분석한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는 순간 깨닫는다. 결혼식이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방식 그대로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주도권을 잡고, 개인은 파편화되어 소비자로서 의무가 부여된다. 결혼식도 이러한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각 단계에는 끝없는 선택지가 펼쳐진다. “인생에 한 번뿐”이라는 특별한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결혼식 준비는 1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되어 마치 정해진 길이 있는 듯 예비부부를 몰아간다.

“우리는 좁디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모두 같은 모양의 열쇠를 얻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한다. 결혼을 위한 프러포즈, 프러포즈를 위한 대행 업체 계약, 상견례용 원피스 구매, 예물·예단 리스트는 시작일 뿐이다. 하객을 초대하기 위한 청첩장, 청첩장을 만들기 위한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 촬영을 위한 드레스 대여, 드레스 대여를 위한 숍 투어, 숍 투어를 위한 메이크업 예약, 메이크업 예약을 위한 테스트 메이크업, 테스트 메이크업 할인을 받기 위한 패키지 계약⋯⋯. 끝없는 소비의 항연, 그 중간 어딘가에 우리의 소중한 결혼식이 놓여 있다.”(25~26쪽)

더 큰 문제는 웨딩 업계가 사람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착취한다는 데 있다. 결혼식은 개인의 삶에서 뜻깊은 의례이며 큰 지출을 감행할 만큼 정성스레 준비하는 행사다. 그래서인지 예비부부들은 여러 불합리를 겪고도 문제 삼지 못한다.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지 못해 휘갈기듯 남긴 스케치를 보고 드레스를 결정해야 하며, 남은 기간과 상관없이 무조건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청첩장에 약도라도 추가하려면 추가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연봉만큼의 큰돈을 지불하면서도 예비부부들은 정확한 계산서를 받아볼 수도 없다. 정확한 내역 대신 끊임없이 날아드는 추가금에 대처하기도 급급하다. 웨딩 업계의 소비자 기만적인 구조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반한다. 이러한 구조는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 그리고 마치 해답일 것만 같던 법적 규제와 공공 예식장 등의 정책이 정말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저자 이소연은 이 책을 통해 자신 또한 마찬가지로 품어왔던 의문들을 해소하고자 한다.
저자

이소연

사람으로태어나소비자로자랐다.다시소비자에서사람으로돌아가기위해고군분투하며글을쓴다.미디어스타트업뉴닉과중고거래플랫폼당근에서6년간에디터로일하며기후위기와여성인권,중고거래와지역사회에대한글을썼다.문명전환종합지《사상계》,생태전환매거진《바람과물》의편집위원으로활동하며불평등,인권,환경문제를다루는다양한목소리가지면에실릴수있도록노력해왔다.사랑하는것들을지키기위해책상에만앉아있을수없다고생각해해양환경단체시셰퍼드코리아활동가로활동하며스쿠버다이빙을통해바다깊은곳에버려진폐어구를수거하는정화활동에도참여하고있다.「TEDx」,「세상을바꾸는시간」등강연과방송,환경교육을통해기후위기,그린워싱의현실과패스트패션의허와실을알리는일을이어가고있다.2025년에는BBC100Women에인터뷰에참여했다.저서로는패션산업의실태를고발하고제로웨이스트의생활실천담을담은『옷을사지않기로했습니다』,기후위기를지구의문제가아니라인류생존의문제로바라본『기후위기?인류위기!!!』(공저)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1결혼준비의풍경들
뒤틀린결혼식의시작과끝
프러포즈대신해드립니다
꼭해야하는것은아니지만꼭해야하는,브라이덜샤워
웨딩박람회에가다
청첩장은만들지않기로했습니다
스드메의세계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
특명,최고의드레스를골라라
합리적소비라는착각
새하얀웨딩드레스에숨겨진어두운비밀
예물·예단은과연전통일까
돈넣고돈먹는청첩장모임야바위의늪
어디에서결혼할것인가
공공예식장의배신
추가금공격의창과방패
정부규제는예랑과예신을구원할수있을까

●2결혼식의주인공은정녕신부인가?
‘예신’이되면생기는일
수상할정도로완벽히해내는여성들
여성시간의식민화
‘예신’이‘경단녀’가되기까지
몸에대한혐오를시작으로완성되는웨딩드레스
신부관리패키지의족쇄
보이는대상으로서의신체
무기력한신부가아름답다
결혼은거래일까사랑일까?
가방순이와부케순이의숙명
자본화된결혼식의진짜비극
“살을못빼서죄송해요”
‘조리원동기’와‘돌준맘’의등장
“0원으로스드메졸업했어요!”다단계에빠진예비신부
소셜미디어는어떻게우리의감정을지배하는가

●3결혼식은죄가없다
공동체가무너진자리에뿌리를내린자본
결혼식이드러내는,한국사회의진짜모습
나다운결혼식이라는착각,취향의함정
더많은선택지는우리를행복하게할까
최선의‘신붓감’‘신랑감’을찾아서
웨딩플래너가처한숙명
결혼식을하지않으면모든문제가해결될까
이혼식을위한피부관리는없다
반복의미덕
풍요의시대,‘낭비’의재정의

●4그럼에도결혼
사실우리모두‘이모님’이필요했다
은혜갚을결혼식
어떻게‘결혼’할수있을까
좋은결혼식을만드는단한가지방법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K-웨딩이드러낸한국사회의민낯
비교와경쟁,실패에대한불안이만든
‘정답’을향한집단적폭주의현장을담다

『수상할만큼완벽한결혼식』이들여다보는것은웨딩산업의구조적문제만이아니다.저자는결혼식을준비하면서한국사회의오랜문제들이결혼식안에고스란히응축되어있음을발견한다.인구와자원이모두수도권으로쏠리며발생하는지역불균형,과도한생산과소비가초래하는각종환경문제,계급간양극화까지결혼식은이모든것을한번에드러낸다.그중에서도가부장제질서가반복된다는점은주목할만하다.여성은결혼준비에서부터가사관리의주체로자리매김해프로젝트를완벽하게해낸다.웨딩촬영일정을조정하거나,청첩장모임장소를예약하고,기한에맞춰비용을결제하는크고작은업무들은주로여성의몫이다.이러한역할은결혼이후더욱공고해진다.식자재구매계획을세우고,아이의학원을알아보고,각종가족행사일정을짜는일부터“남편의감정치료사이며,자녀들의생애기획을맡은매니저이며,가족의통장을굴리는금융관리사”의역할까지.
게다가결혼식은완벽주의가극에달하는사건이기도하다.‘결혼적령기’에놓인이들은이미오랫동안완벽주의에노출되어왔다.높은성적,인서울대학,대기업……,자본주의와경쟁사회가만들어낸과제수행구조속에서사람들은완벽하게임무를완수하라는압박을받는다.결혼,임신과출산,양육도마찬가지다.부지런하고꼼꼼하게모든과제를해내야만‘좋은부부’가된다는믿음속에서,그기준에도달할수없다는감각은결국시도자체를포기하게만든다.결혼식은이제정상성의경로를충실히따라온이들과생애과업을시도조차않겠다는이들을가르는분기점이되었다.
이처럼결혼식은사회질서를다시한번체화하는시간이된다.이사실은현재의결혼식문화를재고하고새로운형태의결혼식을상상할필요성을역설한다.남들이가는길을따라결혼식을준비하다보면,혹은끊임없이재생산되는완벽한장면들을보다보면,어느순간그장면들은당연한정답처럼느껴진다.그러나그정답이정말‘나’의것인가.주어진경로를따르는것과경로를스스로선택하는것사이에는분명한차이가있다.이책은독자들이그차이를인식하고,자신의시선에서결혼식을바라볼수있는계기가되어준다.


SNS가부추기는소비경쟁시대
축복의의례에서전시와비교의장이된결혼식

한국사회에서결혼식은어느덧“자본과취향이기호로변환되어전시되는장의완벽한예시”가됐고의례로서본래의기능과역할이희미해졌다.결혼식장규모와위치,식사,신랑신부의턱시도와웨딩드레스등어느하나평가에서벗어나지못한다.그리고하객들은결혼당사자들의‘취향’을통해그들과부모님의사회적위상과자본력을자연스럽게읽어낸다.게다가결과물들이SNS에게시되어,나를잘아는사람들부터전혀모르는사람들까지본다고생각하면완벽한장면을연출하고자하는마음은당연하게느껴진다.그러나거기에만지나치게집중하다보면정작주인공으로서결혼식을온전히즐기지못한다.

“어깨너머로흘러내린머리카락,눈물로무너진메이크업,어느하객의아이보리색원피스,친하다고생각했던친구의축의금액수가너무나도신경쓰였다면,그것들로인해의례로서의결혼식에몰입을방해받은것이라고볼수있겠다.”(260쪽)

사실결혼식의의미를잃어버린건하객들도마찬가지다.단순히친구를축하한다는마음만으로는부족하게느껴진다.브라이덜샤워를해줘야할지,청첩장모임에참석해야할지를고민하고,친분의정도와청접장모임여부에따라적정한축의금액수를계산하고,적당히격식을차리면서도신부와신랑보다눈에띄지않을‘하객룩’을준비해야한다.게다가‘가방순이’와‘부케순이’를부탁받게된다면신경써야할부분은비교할수없이늘어난다.결혼당사자들이열심히준비한결혼식에폐를끼치지않으려소비했던것들을생각하다보면이것저것평가하지않을수없다.축하와축복이라는본래의목적은잊은채로말이다.
특히나많은사람들에게결혼식은처음부터끝까지오롯이자신의힘으로준비하는첫주요의례이다.저자가결혼식에주목하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이때의경험은이후삶의대소사에고스란히이어진다.결혼식을준비하며익힌방식대로끊임없이타인과비교하고,그럴듯해보이는상품들을소비하고,순간순간을전시하게될것이다.마치정답이있는것처럼인생의단계들을통과하다보면정작그삶을살아가는‘나’는희미해진다.

“결혼식이끝나면화이트,아이보리,크림색사이의벽지를고민하며인테리어디자인과가전구매를위한여정을떠나게될것이다.다시는오지않을,그야말로인생에한번뿐인아이의백일,첫돌,두돌을기록하기위한아이옷대여와스튜디오예약을위해발품을팔게될것이다.‘완모’를위해새벽5시알람을맞춰두고일어나유축하고,언어학습을위한최적의발달기를놓치지않기위해영어유치원을찾아보고,유기농재료만을활용한이유식큐브를직접만들어얼리거나합리적인가격으로공동구매를찾아보고,그러면서도피부와체중관리를놓치지않을것이다.”(189쪽)



‘인생에한번뿐’인,‘좋은게좋은것’이라는,‘남는건사진’이라는,
마법같은주문들에대항하는작은반란!
완벽함너머,‘나다운’결혼식의가능성을찾다

‘나답다’는말만큼뻔한말이있을까.그럼에도불구하고저자는‘나다움’을고민해야한다고말한다.물론그과정은순탄하지않다.불필요한건사지않겠다며제로웨이스트의생활을실천중인저자는진짜욕망과유도된욕망의경계를긋는일의어려움을누구보다잘안다.게다가‘진정성’이라는함정에빠지기는얼마나쉬운가?허례허식뿐인결혼식이싫다고하면서도새로운형태의결혼식을기획하기위해강박관념에시달렸다는저자의고백은그어려움을잘보여준다.틀에박히지않은결혼식을향한다짐이어느새또다른완벽주의가되어버리고만다.
소셜미디어는이러한혼란을더욱부추긴다.많은사람들이일상을공유하고,정보는소화할수없을만큼흘러넘치고,타인과의거리는가까워지며,비교는더욱쉬워진다.잘꾸며진장면들을볼수록“‘남들만큼만’하려는마음과그중에서도내가조금은더잘나보였으면하는욕심”이더해지며소비경쟁은심화된다.

“이런콘텐츠들은또다른예비신부들의잠못이루는밤,어둠속빛나는인스타그램화면에찾아가어스름한욕망으로스며든다.한번도바란적없는욕구가순식간에우리모두의몫이되어버린다.일상의단면을소셜미디어에공유하고그것을다른사람이기꺼이관찰하고소비하게둠으로써,우리는왜곡된욕망을가장가까운친구들의머릿속에집어넣고있다.”(35쪽)

그럼에도저자는의례가가진힘을포기하지않는다.저자는‘나다운’결혼식을만들기위해스스로세웠던기준을제시하며독자들에게도자신만의기준을만들어보길권한다.새로운시작을축복할소중할기회를놓치지않았으면하는마음에서다.‘이모님’이없던저자의결혼식에는친인척들이옷입기를돕고,친구가머리를매만져주고,부모님의친구들이축가를불렀다.공동체가만들어가는결혼식은여전히가능했다.사실결혼식을치른이들또한이미알고있었다.가장기쁘고오랫동안기억에남는건화려한장식도,완벽한사진도아니라자신의앞날을축하해주던‘사람’들이라는사실을.

“너도나중에해보면알건데정말사람이다더라고.서운한것도,너무기쁜것도결국다사람이야.준비할때는스드메다뭐다너무피곤하고,다하기싫고,이게다무슨의미가있나싶었거든.결혼식당일도너무정신없을거라고하도얘길많이들어서별로기대도안됐어.근데결혼식을마치고나니까결국엔사람들이내결혼식에이렇게축하해주러왔다는게너무고마워지더라.당일에노래가틀리고,뭐사회가어떻고,이런건그냥아무것도중요한게아니더라고.”(2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