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어디까지독해질수있으며,동시에얼마만큼숭고해질수있는가
남과북,삶과죽음의경계선위에서길어올린가장투박하고정직한성찰
모든이들의삶은저마다의무게를지닌채흐르지만,어떤삶은유독잔인한선택의기로앞에홀로버려지곤한다.북한에서전교1등을놓치지않으며작가를꿈꾸던소년이,아버지가정치범으로몰려사망하는순간마주해야했던세상은더이상고향이아닌지옥이었다.출신성분과연좌제라는보이지않는쇠사슬은소년의미래를송두리째앗아갔고,그척박한땅에서허락된것은아무것도없었다.생존을위해홀로압록강을넘고,대한민국을거쳐뉴질랜드의푸른바다를마주하기까지저자김강우가걸어온길은그자체로거대한사선(死線)이었다.
많은이들이방송과영상을통해그의사연을접하며눈시울을붉혔던이유는단순히국경을넘나든서사의자극성때문이아니다.남한의화려한불빛아래서도,이국땅의평화로운풍경속에서도끝내자유를온전히누리지못하고매일밤홀로깊은소외감과부채감에뒤흔들려야했던한인간의고독을보았기때문이다."3년안에꼭데리러오겠다"는,어쩌면무모했을지모를어머니와의약속.그약속은매일밤그를흔드는지독한형벌이자,동시에그를살아숨쉬게하는유일한존재이유였다.결국그는모두가탈출하려는그차갑고어두운압록강물살을향해다시제발로걸어들어가는무모한선택을감행한다.
약속을지키기위해다시지옥으로걸어들어간22일
차가운법정의죄수복너머로증명해낸인간의존엄
이책은단순히국경을뒤흔든탈출의기록이아니다.보위부의도청과추격을피해산속을구르고,어머니의비명소리를들으며피눈물을흘려야했던22일간의치열한여정은,한청년이자신의삶에서가장소중한가치를지켜내기위해신을향해던진처절한질문에가깝다.누군가는무모하다고했고,누군가는미쳤다고했다.하지만거창한이념이나정치적명분보다단하나뿐인어머니를구해야한다는아들로서의본능이,그지독한공포를이겨내게만들었다.
그러나기적적으로어머니의손을잡고다시남한땅을밟았을때그를기다린것은따뜻한안식이아닌,국가보안법위반이라는차가운현실과10개월간의독방수감생활이었다.사선을넘어도달한자유의영토에서죄수복을입고법정에서야했던역설적인순간.저자는법을어긴사실에대해서는고개를숙이면서도,한인간으로서,그리고아들로서내린그날의선택에후회는없다고담담히고백한다.그단단한목소리는우리에게법과제도의잣대너머에존재하는‘인간의도리’와‘사랑의경계’가어디까지인지를서늘하게묻는다.
경계는단절의선이아니라,새로운세계로나아가는시작점이다
오늘의절망을견디며홀로걷는이들에게건네는담담한위로
작가는이책을통해거창한체제고발이나자극적인수기를보여주려는것이아니다.그보다는벼랑끝의무력함속에서도끝내자신의존엄을잃지않았던한청년의발자취를통해,'살아낸다는것'의진짜의미를독자들과나누고자한다.출소후신용불량자라는최악의바닥에서에어컨설치기사로일하며정직한땀방울로삶을다시일궈내고,끝내배움의열망을포기하지않아늦깎이대학생이된그의현재는잔잔하지만거대한울림을준다.
그가이처절한여정끝에깨달은삶의메시지는명확하다.인생의가장어두운밤일지라도,스스로포기하지않는다면길은결코끝나지않는다는것이다.책의마지막장을덮을때쯤독자들은그날의공기와숨결을기억하기위해담담하게남겨둔흔적들과마주하게된다.화려한수식어를배제한이투박하고정직한고백은,작가자신과닮은외로움을안고살아가는이들에게,그리고소중한것을지키기위해눈물겨운용기가필요한이세상모든이들에게가만히다가와묵직한구원의손길을건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