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피 (생명이 나한테 기생하고 있어 징그럽게 | 양장본 Hardcover)

화목한 피 (생명이 나한테 기생하고 있어 징그럽게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생명이 나한테 기생하고 있어. 징그럽게.

애증만으로 끊어낼 수 없는 혈연이란 이름의 오래된 유대.
가족이라는 불완전한 굴레에 관한 서늘하고도 애달픈 심리극.
윤탐 작가의 신작 소설 〈화목한 피〉가 모노스토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조카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차가운 계곡이 흐르는 깊은 산속 펜션에 모인 한 가족. 형에게 가해진 아버지의 폭력적인 훈육을 보며 어린 시절부터 늘 불안과 긴장 속에 살아온 나는 아버지와 형의 만남에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또다시 긴장한다.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의 저녁 식사 시간. 서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아버지와 아들은 위태로운 대화가 이어지고, 마침내 오랫동안 곪아 왔던 상처와 아픔이 드러난다.

〈화목한 피〉는 격정적인 폭발도, 드라마틱한 파국도 없이 잔잔하고도 서늘한 문장으로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리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예리하게 그려낸다. ‘혈연’이라는 신화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화목한 피〉는 '가족'이라는 불완전한 굴레에 관한 지독하고도 애달픈 심리극이다.


[모노스토리]
모노스토리는 이스트엔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하나의 이야기, 단 하나의 울림’이라는 컨셉으로 한 편의 단편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소개해 짧지만 깊이 있고, 가볍지만 밀도 있는 단편소설의 매력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모노스토리의 작지만 선명한 목소리에 독자들의 세계가 진동하고 확장되기를 희망합니다.
저자

윤탐

소설을쓰고다른것들도종종하지만,글만쓸수있길바란다.
장편소설『이후의숲』을썼고,단편소설앤솔로지『마이구미』에「스노볼」을수록했다.

목차

화목한피_07
작가의말_83
작가인터뷰_87

출판사 서평

〈화목한피〉는오랫동안대립해온인물들이갈등의근원을마침내직면하고,그동안애써모른척했던심연의상처를드러내는이야기다.소설은평생을권위와폭력으로자식을지배하려했던아버지,폭력속에서존재가치를상실한형,그리고그둘사이에서질문하지않음으로써스스로를방어해온나사이에켜켜이쌓인지독한감정의지층을하나하나따라가며혈연이란틀안에서부딪히고상처입으며살아온이들의모습을서늘하게펼쳐낸다.

차가운계곡이흐르는깊은산속의펜션을배경으로펼쳐지는이야기는과거와현재를교차해가며가족내폭력과결핍이구성원의삶을어떻게잠식하고파괴하는지보여준다.자식의비극적인사고이후제대로키운다는명분으로자식에게가해지는폭력을정당화했던아버지.그폭력의희생양이된형은결국자신의자식에게도폭력을쓰고만다.나는그러한‘혈연의악순환’를대물림하지않겠다고다짐하지만,그방법은비혼주의와자녀거부라는극단적인방식일뿐이다.

소설은우리가‘가족’이라부르는관계가과연상호이해와사랑의결과인지,혹은‘혈연’이라는허울로서로를묶어두는또다른방식의억압인지집요하게파헤친다.그렇다고단순히가족의불합리함또는해체를이야기하지는않는다.작품후반,“우리는그래도남은평생볼사이잖아요”라는형의대사는상처를주고받아도,서로를이해하지못한채세월을보내도가족이란단순히애증이나충돌로끊어낼수없는정체성의일부임을드러낸다.균열이분명존재하지만,동시에혈연이란이름의오래된유대또한지워지지않음을보여준다.

결국〈화목한피〉는가족을신성시하지도,완전히부정하지도않는다.대신섬세한관찰과정제된문장으로가족이라는관계가얼마나불완전한지,그리고그불완전함속에서도어떻게든삶을이어가게만드는힘이무엇인지묻는다.사랑과불편함,유대와상처가복잡하게얽혀있는공간.누구에게나익숙하지만여전히이해하기어려운그장소로독자를데려간다.

잔잔하지만차갑게스며드는이소설은‘가족’이라는말속에우리가감히들여다보지못한잔혹한진실을조용히드러내며오래도록마음에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