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기

배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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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다음은 당신 차례입니다.

‘배치기 대회’라는 거대한 메타포 속에 유머러스하게 녹여낸
현대인의 경쟁과 실패, 연대와 위로
지치고 상처 입은 루저들을 위한 웃기면서도 슬픈, 다정한 우화
2026 모노스토리 단편소설 공모전 당선작 다섯 편 중 한 편인 이동현 작가의 소설 〈배치기〉가 모노스토리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우황청심환을 과다 복용한 채 정체불명의 배치기 대회에 참가한 데니스 봉. 첫 상대인 기자 양반이 기권하며 손쉽게 승리를 거둔 후, 대기실에서 아이돌 연습생, 변기 회사 비서, 누리꾼 소년 등 저마다 실패의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어지는 경기도 재채기 덕에 운 좋게 승리한 데니스 봉은 8강전에서 이 대회 3회 연속 우승자 명현지를 만난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그녀를 향해 데니스 봉은 거침없이 뛰어올라 그녀와 배를 부딪친 뒤 바닥에 착지하는데.

이동현의 〈배치기〉는 기묘한 소설이다. 서로 배를 맞부딪쳐 승부를 가리는 배치기 경기 방식의 묘사는 당황스럽고, 하나 같이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인물들은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소설은 이 기이한 설정을 능청스럽고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가 결국 있을 법한 하나의 세계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현대인의 경쟁과 실패, 연대와 위로를 ‘배치기 대회’라는 거대한 메타포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녹여낸다. 실패한 루저들을 바라보는 연민과 애정의 시선이 가득한, 얼핏 주성치의 영화가 떠오르는 〈배치기〉는 지치고 상처 입은 현대인을 위한 웃기면서도 슬픈, 그리고 다정한 우화이다.

〈배치기〉는 2026 모노스토리 단편소설 공모전 당선작으로 “B급의 희극적 감성으로 구축한 기이하고도 독창적인 세계”, “앞으로 어떤 세계를 더 만들어낼지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의 뚜렷한 개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모노스토리]
모노스토리는 이스트엔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하나의 이야기, 단 하나의 울림’이라는 컨셉으로 한 편의 단편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소개해 짧지만 깊이 있고, 가볍지만 밀도 있는 단편소설의 매력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모노스토리의 작지만 선명한 목소리에 독자들의 세계가 진동하고 확장되기를 희망합니다.
저자

이동현

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극작과예술전문사과정에재학중이다.2023년제3회넥서스작가상우수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장편소설『벌룬업』,청소년장편소설『젠젠다,시간이빨라지는주문』이있다.

목차

당선소감_07
배치기_13
작가의말_83
작가인터뷰_87

출판사 서평

이동현의소설〈배치기〉의중심에는'배치기대회'가있다.참가자들이서로배를부딪쳐승패를가리는대회다.참가자들은사뭇진지해보이지만어딘가우스꽝스럽고,경기장은남루한컨테이너며,게임의규칙은허술하기만하다.우승의대가도보잘것없다.어딘가미심쩍은이‘배치기대회’를접한독자는처음에는어이없는난센스라고느낄수있다.하지만소설을읽을수록점차깨닫게된다.소설속세계가오늘날우리가참여하는수많은경쟁의지극히황당하고도구체적인상징과은유라는것을.

취업,승진,주식투자,자격증과스펙의축적.현대인들이끊임없이매달리는경쟁은모두‘노력과그에따르는성취’라는합리성에기반하는것처럼보인다.하지만자세히들여다보면우연,타인의선택,시대의흐름에의해그결과가매우쉽게좌우되기도한다.〈배치기〉는이러한아이러니를사실적으로재현하는대신희극적장치와판타지적상상력으로과장되고우스꽝스럽게펼쳐낸다.주인공은경기에서계속승리해결국우승까지하지만,자신의실력으로제대로이긴경기는단한번밖에없다.상대의기권과어이없는어부지리가이어졌을뿐이다.서사는의도적으로인과를무력화한다.능력은결과를설명하지못한다.이러한반복은현대사회가끊임없이주입하는능력주의서사를희극적으로풍자한다.

소설의결말에서우승한주인공은이름도새겨지지않은플라스틱트로피만을얻는다.허망한이순간주인공은머릿속으로장황하고거창한우승소감을생각하지만실제로는단한문장만을독자들에게전한다."다음은당신차례입니다."이문장은승자의선언이라기보다는,마치계주에서바통을넘기는사람의말에가깝다.삶이라는경쟁은끝나지않고,어쩌면우리는끊임없이이어지는장면을통과할뿐이다.그렇다면중요한것은우승이아니라서로가다음장면으로넘어갈수있도록길을열어주는일이다.

〈배치기〉는승리의소설이아니다.실패의극복과성공보다는실패를함께견디는이야기를보여준다.서로를이겨야만하는경쟁의세계안에서조차타인을응원할수있다는믿음,승리보다오래지속되는공동체에대해상상한다.오늘날우리가궁금한건오로지하나다.어떻게혼자살아남을것인가?하지만〈배치기〉는조금다른질문을던진다.우리는어떻게함께패배할것인가?이기묘한소설이이에대한명확한답을주지는않는다.하지만우리는어쩌면쉽게알아차릴수있을지모른다.경쟁속에있을지라도서로를향한애정과연민이있다면적어도오래기억에남을응원과위로를전할수있다는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