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수도, 신도안 (계룡산 터에 묻힌 조선 개국의 수수께끼)

운명의 수도, 신도안 (계룡산 터에 묻힌 조선 개국의 수수께끼)

$17.00
Description
이 책은 1393년 조선이 계룡산 남쪽 신도안(新都案)에 착공했다가 이듬해 중단한 신도(新都) 건설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실제 역사에서 이 공사는 착공 약 10개월 만에 하륜을 비롯한 성리학 관료들의 상소로 중지되었고, 조선의 도읍은 한양으로 확정되었다. 현재 그 자리에는 다듬어진 주초석만이 남아 있다.

작품은 두 개의 시간선을 교차시키는 구조를 취한다. 과거선은 조선 개국기의 신도안 건설과 그 중단 과정을 다루며, 무학대사·태조 이성계·정도전을 각각 천(天)·지(地)·인(人)의 삼재(三才)로 배치한다. 도읍이 한양으로 결정된 날 밤 이성계의 꿈에 산신이 나타나 신도안은 미래를 위해 남겨 둔 땅이라고 이르는 장면이 과거선의 분기점을 이룬다.

현재선의 화자는 사회학자 박지명(朴智明)이다. 쉰 초반의 그는 저출산·고령화, 경제적 양극화, 정치 교착, 분단, 생태 위기, 계층 이동성의 경직, 국제 관계의 격변이라는 일곱 가지 위기를 진단해 왔으나, 정확한 진단이 현실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한계에 부딪히고 강단을 떠나 계룡산에 든다. 한편 그의 강의를 들었던 젊은 정치인 이윤은 무소속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서서, 청와대와 외교부·국방부를 신도안으로 이전하자는 의안을 발의한다.

서사의 중심 질문은 신도안 공사가 왜 중단되었는가에 있다. 작품은 이를 정치적 실패나 풍수적 오판으로 단정하는 대신, '완성하지 않음' 자체를 하나의 선택으로 읽어 낸다. 미완(未完)은 결핍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남겨진 여백이며, 후천(後天)을 위해 유보된 결단이라는 관점이 전편을 관통한다.

이름의 구조가 작품의 설계 원리로 작동한다. 智明이라는 사람의 지혜가 知命이라는 하늘의 명을 아는 단계로 나아가고, 그 앎이 마침내 地名이라는 하나의 땅 이름으로 내려앉는다. 知命은 『논어』 위정편의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에서 온 이름이자, 작중 인물이 개발하는 인공지능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인공지능은 최종적으로 빈 화면을 출력한다.

저자는 주역과 풍수를 길흉 판단의 도구가 아니라 관계와 책임을 읽는 해석의 기술로 다룬다. 산신은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의 책임을 인간에게 되돌려 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청동 거울에 새겨진 열두 자의 명문 "山不答 非無知也 待知止心者"가 이 주제를 압축한다.
구성은 프롤로그 「버려진 도읍의 새벽」으로 시작해 제1부에서 제5부에 이르며, 에필로그 「다음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역사 기록과 설화, 현대의 사회 분석과 기술 서사를 결합한 한국형 오컬트 역사 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저자

정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