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녀석들 (나연만 장편소설)

빛나는 녀석들 (나연만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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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때부터 내 눈에는 대머리만 보이기 시작했다.”
완벽한 발모제를 찾기 위한 탈모인의 빛나는 여정
『돼지의 피』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등 흡입력 강한 이야기와 독특한 소재로 주목받은 나연만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2023년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한 작가는 신작에서도 변함없는 재치와 풍자로 독자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빛나는 녀석들』은 탈모인 ‘고영길’의 비애로 시작한다. 모두가 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리던 2002년 초여름, 대머리라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했던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굳게 결심한다. 직접 발모제를 개발하겠노라고. 치열한 노력 끝에 한 제약 회사의 연구원이 된 그는 발모제 연구에 매진하고, 마침내 성공적으로 발모제를 완성한다. 그러나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세상에 내놓기 며칠 전,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며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변하고 만다.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 특유의 신랄한 블랙코미디가 ‘탈모’라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소재와 만나 더욱 예리하게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리고 전작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에서 선보인 맛깔난 충청도 방언이 이번에도 등장하는데, 등장인물의 말맛과 지역 감수성을 불러일으켜 마치 내 앞에서 대화하는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발모제를 둘러싼 수많은 공방 속에서 가장 완벽한 발모제를 만들기 위한 고영길의 분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저자

나연만

저자:나연만
2020년경상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까치」로데뷔했다.『2021신예작가』에「앞니」이후,소설집과문예지등에소설을발표하고있다.장편소설『여섯번째2월29일』『충청도뱀파이어는생각보다빠르게달린다』『빛나는녀석들』,에세이『충청의말들』을출간했다.2023년교보문고스토리대상에서장편소설『돼지의피』로최우수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1.꿈★은이루어졌다
2.부작용
3.바뀐경호팀장
4.가설과미신
5.고엽제
6.베트남전쟁
7.아버지의소원
8.송팀장의비밀
9.납치
10.지아이제인
11.발모
12.내가사람을죽이다니
13.구출작전세가지
14.감금
15.오스본3세
16.부작용의핵심
17.카드번호의비밀
18.그럼에도희망을
19.갱도에서
20.응우옌짜이
21.삼대700
22.탈출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머리털이나기전에내인생은없어.”
전부를걸고만든발모제,그리고부작용

당신에게빛나는순간이있는가?여기,한남자에게는남들과는조금다른,빛나는순간이존재한다.기쁘거나감동적이거나눈물나도록벅찬순간이아니라실제로빛이눈부셨던순간.바로자신의비어버린머리를마주한순간이다.

“근데네옆에계신분은누구……혹시삼촌이야?”
응?누가삼촌이란말인가?나는주변을둘러보았다.우리주위에는죄다또래밖에없었다.고개를돌리다가도로변반사판에비친어떤남자의모습에시선이고정됐다.그는머리가휑했는데,생긴게나와매우닮은것이신기하게느껴졌다.내머리숱은어떤지궁금하여손을올렸더니,반사판속남자도똑같이손을올리고있었다.나는소스라치게놀랐다.그것은나자신이었다.(17쪽)

평범한대학생이던‘고영길’에게는이날의사건을계기로중대한목표가생긴다.탈모를치료하기위한발모제를개발하는것.또래보다늙어보인다는오해를받고,소개팅한여자에게참담한말을들으며탈모인으로서갖은수모를겪은고영길은“머리털이나기전에는내인생은없”(20쪽)다고굳게마음을다잡는다.그렇게발모제를완성하기위해혼신의노력을기울인고영길은결국성공적으로약을개발하고회사를대표해신약출시발표까지마친다.노력의결실을두눈으로확인한고영길은헛헛한마음으로길게휴가를내고자신의고향청주로향한다.그리고그곳에서자신과같은탈모인인아버지를만나자신이개발한약을건넨다.자신이개발한약의부작용은전혀예상하지못한채말이다.

“영길아,나근데왜머리털이안나냐?몇시간만지나면올라온담서.”
“어?그러고보니까아직기미가없네유.아부지약언제드셨더라?”
나는아버지의머리를쓰다듬었다.머리는마치갓뽑은벤츠에광택제라도바른것처럼광이났다.
“어제저녁에먹었잖여.너보는앞에서먹었구먼.”
그럼열두시간은지났다는얘긴데.그렇다면민둥산같은머리에도최소한솜털은돋아나야했다.
“그뿐이아녀.그나마있는털도빠지고있다니께.”(37쪽)

충격적인부작용에다급해진고영길은서둘러복귀해부작용에대해연구한다.발모제를먹은사람중자신의아버지와같은증상이나타난사람은단한명,아버지의친구인박씨아저씨뿐이다.두사람의공통점은의외로많았는데,우선태어나자란곳이청주로같았고,심지어태어난날이같았으며,베트남전에참전했다는사실이같았다.무당까지만나며부작용을일으킨요인을소거해나가던중,두사람이참전한베트남전에서미군이뿌린고엽제가부작용의원인일거라는설이유력해진다.그길로고영길은아버지와함께베트남을향한다.베트남전에쓰였던고엽제를구하기위해서.

흉터로얼룩진우리의과거,
머리카락을잃고마주한불편한진실

발모제의성패를걱정해서든,아버지의부작용을치료하기위해서든영마음이좋지못한고영길과달리아버지고팔수는의외로덤덤했다.그런그가베트남으로향하는비행기에오르자이제껏고영길도보지못한무거운표정으로입을연다.자신의어두운기억이자상처로남은베트남전의이야기를말이다.

“나도한국에와서는몇달동안미친놈처럼하늘만바라보고지낸겨.트라우마였지.그때는그런말하는사람이없었어.그냥마음이약해서그랬다고혔고,나도그런줄알았던겨.그래서나는잊기로한거여.사실은잊은게아니라누르고있었던거지.세월이흐르니거기에시간의무게가더해져잊을수있을것같더라.그런데잊힌게아니었어.작아졌을뿐.밀도는더높아진거여.네가베트남얘길꺼내니까마침때가온것같았다.사죄를할날말이여,나때문에희생된사람들한테.내살아봐야얼마나더살겄냐.”(78쪽)

민간인을죽인것도모자라베트남인들에게씻지못할고통을안겨준한국군의과거를읊조리는아버지의모습에고영길도덩달아엄숙해진다.머리카락이다빠진아버지가자신의소원이라며,라이따이한(베트남전쟁에참전했던한국인남성과베트남여성사이에서태어난혼혈인)을위한복지재단을만들어달라는부탁에도고영길은순순히응한다.
사건은그런아버지가의문의러시아집단에게납치되면서시작된다.불의의습격을받은고영길일행은그들이고영길의발모제를노린다는것을파악하고,배후에국가를넘나드는엄청난존재가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자신의꿈과같았던,인생전부를걸었던발모제개발의완성앞에서과연고영길은어떤선택을내리게될까.무사히아버지를구하고부작용을해결할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