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의다양한문제를파고드는네편의서평
‘특집리뷰:기후·에너지·식량위기,그리고AI라는해법
바둑으로보는AI시대와빠른과학의문제점까지,
폭넓은질문들에답하는‘리뷰’
《서울리뷰오브북스》19호(2025년가을호)의특집주제는‘기후·에너지·식량위기,그리고AI라는해법’이다.오늘날기후,에너지,식량위기라는문제는인류가직면한각각다른위기가아니다.특히AI기술은그위기의한요소이자해법과혁신의도구로여겨진다.
책임편집을맡은권석준편집위원은“지구의평균기온은2015년파리기후협약에서제시한경계지점―산업화이전대비1.5도이내의상승폭―을이미2024년말에넘어섰고,(……)날로뜨거워지는지구는지금까지도그래왔지만앞으로는더더욱기후는물론,식량,에너지,더나아가일상생활까지비가역적으로바꿀가능성이크다”고말한다.이처럼급격한기온상승으로인한기후위기는식량시스템과에너지시스템에심각한혼란을초래하며,이는기후위기를단순한환경문제가아니라문명의지속가능성을위협하는총체적위기로바라보아야함을알려준다.이러한상황속에서AI기술은인류가직면한위기를극복하기위한혁신적도구로주목받고있지만,데이터센터에막대한에너지가필요하고그과정에서탄소배출이크게늘어난다는점에서해결수단인동시에위기를심화시킬위험도안고있다.
권석준은“기술의겉모습이아닌,이미진행중인기후·에너지·식량의위기,그리고그것이기술의진보에미칠복잡한상호작용에주목해야할지모른다”고말한다.이에《서울리뷰오브북스》의편집위원들은특집주제‘기후·에너지·식량위기,그리고AI라는해법’을통해기후위기의다양한면모와교차점을살핀다.
네편의서평은각각‘식량시스템의문제’,‘AI기술과기후의미래’,‘에너지의미래’,‘감축과적응의필요성’이라는주제를이야기한다.농업과학자남재작은방대한통계와데이터를토대로식량시스템의문제를점검하는바츨라프스밀의『음식은넘쳐나고,인간은배고프다』를,에너지공학자김선교는디지털전환과생태전환을연결해성찰하는김병권의『AI와기후의미래』를,탈성장연구자김현우는100%전기에너지로전환된미래를살펴보는사울그리피스의『모든것을전기화하라』를,국제학자오형나는감축과적응을통해기후위기를대처해야한다고말하는로버트핀다이크의『적응하라기후위기는멈추지않는다』를리뷰한다.
리뷰코너에서는각기다른문제의식을담은책들을선별해독자에게소개한다.리터리시연구자김성우는알파고와이세돌의대국이후의바둑계를들여다본장강명의『먼저온미래』를읽고,AI와기술개발이일으키는불안감에대한반론을제기한다.만화가선우훈은근대의괴물들과얽힌사건을파헤친이산화의『근대괴물사기극』을통해괴물들이과학의탈을쓰고우리의일상과점점가까워지고있음을지적한다.편집위원유정훈은다양한법적도구들을소개하는워드판즈워스의『법은어떻게생각하는가』를읽고,법이어떻게생각하는지를염두에둘때극단적인사고에서벗어날수있음을강조한다.이밖에도이마고문디코너에서는편집위원김홍중이헝가리의영화감독미클로시얀초의시네마를통해,과학인류학자브뤼노라투르의초기사상속에담긴‘반복’과‘부활’의메타포를살핀다.디자인리뷰코너에서는북디자이너최진규가《사건으로서의출판:열린과정으로서의출판물》이라는전시를통해서느꼈던‘열린출판’에대한사유를공유하고,북&메이커코너에서는인터넷서점알라딘에서최근에진행한‘21세기최고의책’선정과정에대한담당자김재욱의이야기가실렸다.
특집리뷰:기후·에너지·식량위기,그리고AI라는해법
“2025년여름은앞으로인류가겪을여름중가장시원한여름일지모른다.아니,이제는사계절이라는개념도희미해질지모른다.(……)어쩌면현시점에서우리가정말관심을가져야하는것은많은이들이열광하는기술의겉모습이아닌,이미진행중인기후·에너지·식량의위기,그리고그것이기술의진보에미칠복잡한상호작용일지도모른다.”
―권석준,「편집실에서」중에서
기후위기는단순한환경문제가아니다.에너지시스템과식량체계전반을뒤흔들며인류의생존기반을위협하고있다.이제는보다적극적인행위와노력이절실하다.이를위해서는무엇이기후위기를촉발하는지,기후위기가에너지와식량문제를어떻게악화시키는지,그리고우리는어떻게대처해야하는지등다양한질문을던져야한다.이러한물음에답을모색할수있도록,인상깊은네권의책을소개한다.농업과학,에너지공학,탈성장연구,국제정치학등서로다른분야의전문가들은저마다다른책을읽고비평하면서도공통적으로기후위기가단순한환경문제를넘어식량·에너지체계,경제성장,국제협력의틀까지근본적으로흔들고있다는사실을지적한다.누군가는한국적맥락에서식량시스템을다시검토해야한다고말하고,또다른이는기술낙관론에치우친사회에생태전환이필요하다고강조한다.어떤연구자는탈성장을배제한전기화담론에문제를제기하고,또다른학자는불확실성이심화되는세계속에서감축뿐아니라적응투자가절실하다고지적한다.이들의논의는각기다른자리에서출발했지만,결국기후위기에대응하기위해서는에너지와식량,기술과사회,감축과적응을동시에사유해야한다는공통된맥락으로모아진다.
“스밀의메시지는한국에도유효하다.다만그실천방식은낮은자급률,복잡한공급망,그리고필연적인식량외교의필요성을고려해재설계되어야한다.”남재작(농업과학자,한국정밀농업연구소소장)은「숫자로해부하는식량시스템의모순」에서바츨라프스밀의『음식은넘쳐나고인간은배고프다』를다룬다.남재작은방대한데이터를기반으로식량시스템을해부하는스밀의시도를추적하며,식량시스템의모순과위험성을발견한다.다만,스밀의관점을식량자급률이낮은한국에그대로적용하기에는무리가있음을밝히며,자급률이낮을수밖에없는국가의시각에서식량시스템을분석한글이나오길기대한다.
“디지털혁신담론에가려졌던기후·생태문제를AI의폭주속에서재조명함으로써,저자는기술만능주의에근본적질문과함께또다른중요한전환의메시지를던진다.”김선교(에너지공학자)는「혼탁한시대,AI만능론에균형추를놓다」에서김병권의『AI와기후의미래』를논의하며,AI기술이에너지효율향상에기여할수있지만동시에막대한전력소모를촉진할수있다는양면성을지적한다.그는세계적으로앞서있는디지털기반을바탕으로빠른전환속도를자랑하는한국이,동시에에너지집약적산업구조와낮은재생에너지비중이라는구조적한계를안고있다고짚는다.따라서한국이지속가능한미래로나아가기위해서는기술낙관론에만의존하지않고,디지털전환과생태전환을균형있게병행하는전략이필요하다고강조한다.
“‘모든것을전기화하라’는요청만큼중요한것은기후와에너지의모든것을미래지향적으로,동시에현실적으로생각하고토론하라는것이다.”김현우(탈성장과대안연구소소장)는「낙관주의자의플레이북으로충분할까」에서사울그리피스의『모든것을전기화하라』를살펴보면서,100%전기에너지전환을통해서만지구기온상승을조절할수있다는그리피스의주장과그주장을뒷받침하는다양한샌키도표데이터에주목한다.그러나탈성장을배제하고성장하는경제를추구하는그리피스의낙관적인길에김현우는의문을표한다.
“여러계산을통해제한가능성이낮다면그냥‘어쩔수없지’라고체념하는대신‘적응에착수해야한다’고주장한다.”오형나(국제학자,경희대학교교수)는「기후재앙에대비해감축하고적응하라」에서로버트핀다이크의『적응하라기후위기는끝나지않는다』를통해,인류는기후위기가미치는영향이나기후변화의방향에대해정확히알지못하며이러한불확실성이기후대책을방해하는요인임을밝힌다.나아가,불확실성속에서기온상승을제한하는것에만투자하는것은무책임하며,적응에도적극적으로투자해야한다고강조한다.
리뷰:책으로세상을보다
리뷰에서는인간과사회를둘러싼다채로운질문을톺아보는책들을소개한다.리터리시연구자김성우는소설장강명의『먼저온미래』를살펴보며,다가오는AI시대를받아들이는자신만의사유를소개한다.만화가선우훈은SF작가이산화의『근대괴물사기극』을읽고,괴물에는당대사람들의두려움과욕망이투영되어있다고말하며,미래의괴물은다른누구도아닌우리자신일지도모른다고지적한다.윤리학자엄성우는최훈의『개와고양이의윤리학』을통해개와고양이를대하는인간의모순된윤리를짚어낸다.본지편집위원이자변호사인유정훈은워드판즈워스의『법은어떻게생각하는가』를통해,다양한법적사고도구를소개하고법적인사고가왜필요한지설명한다.생물학자전방욱은이자벨스탱게르스의『다른과학은가능하다‘느린과학’선언』을읽고,지속가능한미래를만드는유일한선택지로서느린과학을소개한다.중문학자이두은은에마누엘라코치아의『메타모르포시스』에서말하는‘메타모르포시스’의개념을통해탄생과죽음의정의를비틀고,나아가가정(家庭)의패러다임에갇힌생태를끝없이유랑하는행성으로사유하고자한다.역사학자홍종욱은심지연의『장덕수연구』를통해,대한민국의반공민주주의의숨은설계자장덕수를재조명할것을제안한다.
“나는인간이만들어가야할새로운가치의핵심에‘탁월하지않아도함께잘살수있는사회를구축하기’가있다고믿는다.”김성우(리터리시연구자)는「인공지능의유토피아,인간의디스토피아」에서소설가장강명의『먼저온미래』를다룬다.김성우는알파고대국이후급변한바둑계의풍경과저자의문제의식을흥미롭게받아들인다.하지만“바둑과문학과같이사뭇다른특성을가진영역간비교가다소느슨하다는점,‘가치가이끄는기술’에대한대안의제시에있어지나친단순화가엿보인다는점은아쉬움으로남는다”고말했다.
“나의일부가괴물이라는것을우리가깨달을때비로소우리는미래에도달하는것일지도모른다.”선우훈(만화가)는「현대인간고백록」에서SF작가이산화의『근대괴물사기극』을소개한다.선우훈은근대의괴물들이과학의발달로사라진것이아니라,오히려과학적근거를생존전략으로삼으며우리곁에한층가까워지고있음을지적한다.그는이제괴물이미지의공간에머무는것이아니라우리일상속에스며들었으며,머지않은미래에는인간존재자체가괴물의한단면을드러내게될것이라고말한다.
“개는우리의친구인동시에식재료가될수있는가?‘집사’들은정말로고양이의자유를지켜주고있는가?”엄성우(윤리학자,서울대학교부교수)는「개와고양이,그들은누구인가」에서『개와고양이의윤리학』을다룬다.반려인구1,500만시대에“우리에게가장친숙한개와고양이를통해길들여진동물의윤리를철학적으로성찰하는책”이라고평가하며,“인간-동물관계의구조적불균형에주목해그관계를새롭게구성하는데필요한철학적상상력을얻을수있을것”이라고말한다.
“이책이제시하는법적사고의흐름을따라가다보면그런양극단의주장이문제해결에도움이되지않는다는점에전보다쉽게동의할수있을것이다.”유정훈(본지편집위원,변호사)은「법은어떻게생각하고사람은어떻게반응하는가」에서워드판즈워스의『법은어떻게생각하는가』를읽는다.유정훈은책에서소개하는다양한법적사고도구에담긴법경제학적사유가무엇인지설명한다.이를통해법의핵심이특정행동을허용하거나금지하는것이아니라,사람들이자신의행위가유발하는대가를인지하도록하고대안을선택하도록만드는것이라고말하며,극단적인사고는문제해결에도움이되지않음을짚는다.
“느린과학은결국과학이다른집단들과새로운방식으로연대할수있는지를묻는민주적실천의제안이다.”전방욱(생물학자)은「빠른과학실천에대한숙의」에서이자벨스탱게르스의『다른과학은가능하다,‘느린과학’선언』을소개한다.전방욱은지속가능한미래를만드는유일한선택지로제시되는느린과학의길을걷기위해서는연구자가자신이만들어낸결과에책임을지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