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언어로새긴역사의상처:문학은어떻게폭력을기억하고형상화하는가
콜롬비아를생각하면안데스소녀들의미소,보고따고원의아침안개,혹은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께스의마술적리얼리즘이생각날수있다.하지만,50년넘게지속된내전,무장게릴라조직과마약카르텔,납치와살인,정치적폭력과무수한실종자들이생각나기도할것이다.최근에는마약과관련한갈등이다시부각하고있다.
콜롬비아현대사를관통하는폭력의역사가있다.이나라의폭력은단순한정치적갈등이아니라,내전,게릴라조직,우익민병대,마약카르텔을거치며사회전반에내면화된현재진행형의현실이되었다.이맥락에서,문학은공식기록이담지못하는개인의감정,기억,침묵의순간들을포착하는핵심역할을수행한다.문학은폭력의사실을나열하는것을넘는다.문학은그폭력이남긴상처와흔적을탐구하며독자에게윤리적,사회적성찰의기회를제공한다.
콜롬비아에서문학으로학위를받고,오랜시간콜롬비아문학과문화를연구해온유왕무교수의『문학은어떻게폭력을기억하는가』는콜롬비아현대사와현대문학을가로지른다.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께스등콜롬비아현대작가여섯명의작품세계와그들의사유를들여다본다.
유왕무교수가이책에서다루는여섯명의콜롬비아작가는공통되기도하고차이가나기도한다.우선그들은각기다른문학적스타일과서사전략을구사한다.하지만모두콜롬비아사회에깊이뿌리내린폭력의기억을문학속에새기려는공통된의지를공유하고있다.이를통해역사적상처를성찰하고집단적기억을환기하려노력한다.
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께스는라틴아메리카의폭력성과권력구조를‘마꼰도’로은유했다.페르난도바예호는폭력의일상성과도덕적혼란을직설적으로묘사했으며,라우라레스뜨레뽀는광기서린현대사의어두운거울을비추었다.알바로세뻬다사무디오는자본주의폭력과민중의저항을통해집단기억을환기했고,에벨리오로세로는도덕적시선으로공동체내에내면화된폭력의일상화를고발했다.페르난도소또아빠리시오는사회적약자의목소리를통해억압적체제를비판했다.
문학적스타일과서사전략이서로다른콜롬비아작가여섯명은먼저,폭력을재현하며그폭력을어떻게기억하는지를보여준다.따라서유왕무교수의시선역시,‘폭력의문학적형상화’에서출발하지만,단지문학속폭력의묘사를분석하는데그치지않고,문학이폭력을어떻게기억하고의미화하는지탐구한다.
그런점에서이책은중요한메시지를전한다.첫째,문학은단순한허구나미학적장치에그치지않고,역사와인간경험의복잡성을재현하고재해석하는강력한도구다.둘째,‘폭력을기억하기’는단순히과거를떠올리는것이아니라그흔적을성찰하며오늘날윤리적책임을되묻는행위다.셋째,역사와문학은서로독립된영역이아니라상호보완적인관계에서때로는긴장과충돌을통해진실을탐구하는통로이다.
독자는폭력이남긴상처와그에얽힌인간적경험을깊이이해하며문학이제공하는성찰의통로를따라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를함께사유할것이다.궁극적으로폭력의기억과형상화를통해인간과사회가스스로성찰하고,다시금삶의가능성을모색할수있음을보여주고자한다.
재현을넘어역사적증언과저항의실천이되다:
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께스의역사소설
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께스는마꼰도라는신화적공간을통해폭력의반복성과권력구조를은유적으로드러내며라틴아메리카의역사적현실을환상과상징언어로재구성한다.제1장은그의주요작품,특히『낙엽』,『아무도대령에게편지하지않다』,『백년의고독』을중심으로그의문학이콜롬비아의폭력적인역사와어떻게유기적으로연결되는지를살펴본다.가르시아마르께스의문학은단순한허구의산물이아니라,콜롬비아현대사를관통하는구조적폭력,정치적갈등,그리고외세자본의착취를서사적으로재구성하고비판하는역사적증언의역할을수행한다.
작가는‘마술적리얼리즘’이라는독특한기법을통해공식역사에서소외되고잊힌민중의기억을복원한다.그의작품은19세기말의‘천일전쟁’부터20세기중반의‘라비올렌시아(LaViolencia)’시대,그리고미국계다국적기업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UFC)에의한경제적착취와‘바나나농장학살사건’에이르기까지구체적인역사적사건들을서사의중심축으로삼는다.
가르시아마르께스는문학을통해과거의비극이현재의사회적모순과단절되지않았음을역설하며,역사를현재와이어진살아있는실체로인식하는‘진정한역사의식’을구현한다.그의작품속인물들이겪는고독은개인적감정을넘어,폭력과망각의순환에서고립된라틴아메리카의집단적정서를상징한다.궁극적으로그의문학은억압된진실을폭로하고,민중의목소리를되살리며,왜곡된역사에저항하는강력한예술적실천으로평가된다.
펜으로저항하는작가,페르난도바예호:도시폭력소설의등장
제2장은페르난도바예호의소설『청부살인자의성모』를통해콜롬비아사회의폭력,제도적붕괴,그리고이에대한문학적저항을분석한다.소설은1980년대이후마약카르텔의근거지로변모한도시메데인을배경으로,죽음이일상화되고공권력이마비된현실을적나라하게고발한다.
핵심주제는다음과같다.첫째,도시폭력소설장르인‘노벨라시까레스까(novelasicaresca)’의등장은농촌에서도시로이주한빈민층이형성한소외된공간에서폭력이일상화된시대적배경을반영한다.둘째,메데인은부유한‘아래도시’와범죄가만연한‘위쪽도시(메다요)’로분리되어있으며,국가의부재속에서마피아가실질적지배자로군림하는사회구조적붕괴를보여준다.셋째,청부살인자들은살인을저지르면서도성모마리아에게기도하는역설적인신앙심을통해기존종교와도덕체계의와해를드러낸다.넷째,하층민의속어인‘빠를라체(parlache)’의사용과소비지향주의문화는기존질서에대한도전이자,미래가부재한사회에서순간적쾌락에집착하는인간소외현상을상징한다.
바예호는자신과동일한이름의1인칭화자를통해현실을있는그대로증언하며,이는부조리한사회에대한강력한문학적고발이자변화를촉구하는윤리적실천으로평가된다.
실천하는지성,라우라레스뜨레뽀:탁월한역사의식과현실참여적문학관
제3장은라우라레스뜨레뽀의삶과작품,특히소설『광기(Delirio)』를다루고있다.유왕무교수는,작가의탁월한역사의식과현실참여적문학관을조명하며,그녀가콜롬비아의복잡한사회문제를문학적으로어떻게형상화했는지설명한다.또한콜롬비아의마약카르텔등장과폭력의심화,상류층의가부장제와젠더권력문제,그리고소비사회의병리적현상등다층적인사회적혼란을소설의배경및핵심주제로다룬다.궁극적으로주인공아구스띠나의광기가개인적인문제를넘어사회적억압과부조리한현실에대한윤리적저항임을밝히고,이작품이콜롬비아현대사의어두운단면을비판적으로투영하는역사적문학임을강조한다.
저자는,“라우라레스뜨레뽀는광기와부조리로얼룩진사회현실을배경으로인간정신균열과회복불가능한흔적을문학적상상력으로풀어내며폭력의심리적후유증을탐구한다.”고말한다.
전환시대의갈등과미래:이성과다원주의에기반한새로운사회질서
제4장은알바로세뻬다사무디오(AlvaroCepedaSamudio,1926-1972)의생애와그의유일한장편소설『저택(Lacasagrande)』(1962)을살펴본다.바랑끼야그룹의핵심인물이었던세뻬다사무디오는윌리엄포크너와어니스트헤밍웨이의영향을받아라틴아메리카문학의근대화를이끈실험적작가였다.
『저택』은1928년콜롬비아에서발생한‘바나나농장노동자학살사건’을문학적으로재구성한작품으로,두개의축을중심으로전개된다.첫째는봉건적가부장제에서자본주의로이행하는과도기속한대지주가문의내적붕괴다.이가족서사는전통을상징하는‘아버지’와‘장녀’의보수세력과,자유와변화를갈망하는‘장남’과‘삼녀’의개혁세력간의이데올로기적대립을통해콜롬비아사회의구조적모순을압축적으로보여준다.특히‘삼녀’의심리적저항은성(性),근친상간,죽음이라는세단계의금기위반을통해권위주의체제를해체하려는급진적시도로분석된다.
둘째축은노동자파업이라는역사적사건그자체다.소설은외국자본(UFC)에종속된경제구조속에서발생하는노동착취와인간소외의문제를고발한다.작가는다중시점의파편화된서사,실제공문서삽입등객관적서술기법을통해단일한진실을거부하고,국가권력에은폐된역사를다층적으로복원한다.
결론적으로『저택』은증오와폭력이반복하는‘힘의문화’가개인과사회를어떻게파멸시키는지보여주며,이를극복할대안으로대화와다원성에기반한‘이성의문화’를제시한다.이작품은단순한역사재현을넘어,사회구조적모순에대한날카로운비판과미래사회에대한성찰을담은라틴아메리카문학의중요한성취로평가된다.
고통받는민중의기억을복원하다:에벨리오로세로의작품세계
제5장은에벨리오로세로의소설『군대들』을중심으로콜롬비아의복합적인폭력현실과그문학적형상화를다룬다.소설은정부군,좌익게릴라,우익준군사조직,마약카르텔등다양한무장집단(‘군대들’)에의해평범한시민의삶이어떻게파괴되는지70세은퇴교수이스마엘의시선을통해섬세하게추적한다.
핵심적으로,이작품은폭력의가해자를특정하지않음으로써모든무장세력이민중에게가하는고통의본질이다르지않음을고발한다.작가는개인의내밀한욕망(에로티시즘)이전쟁이라는거대한폭력앞에서무력화되고죽음으로변모하는과정을그리며,폭력이일상화되고사회전체가무감각해지는비극적현실을비판한다.
산호세라는허구의마을은콜롬비아전역에서자행되는폭력의축소판으로기능하며,학교,병원,교회등사회기반시설의붕괴는국가의부재와미래의상실을상징한다.로세로는파편화된시간구조와주변부인물의시선이라는문학적전략을통해전쟁의혼란과희생자들의내면적고통을효과적으로재현한다.궁극적으로『군대들』은잊힌역사를기억하고,폭력에대한사회적무관심에경종을울리며,문학을통한치유와성찰의가능성을제시하는강력한사회적증언이다.
침묵을문학으로바꾸는작가:침묵하는사회의대변인
제6장은페르난도소또아빠리시오의대표작『쥐들의반란(Larebeliondelasratas)』을살펴본다.이소설은1950-1960년대콜롬비아보야까지역탄광을배경으로,산업화의미명아래자행된노동착취의참혹한현실을고발한다.작가는15일간의탄광체험을바탕으로허구와사회적증언의경계를넘나들며,억압받는노동자계층의삶을생생하게그려낸다.
소설의핵심주제는구조적불평등,노동의비인간화,그리고체념에서폭력적저항으로이행하는집단적각성이다.작품은평화롭던농촌마을‘띰발리’가탄광개발로인해환경이파괴되고,노동자거주지와외국인주택가로나뉘는불평등한공간으로변모하는과정을섬세하게추적한다.주인공‘루데신도’는더나은삶을꿈꾸며광부가되지만,‘22048번’이라는숫자로불리며인간으로서의존엄을박탈당한다.
소설은부패한지역권력과외국자본이결탁하여노동자들을억압하는사회구조를적나라하게폭로한다.결국노동자들은비폭력파업으로저항을시작하지만,회사의냉담한반응과국가권력(경찰)의폭력적인진압에직면하며파업은유혈‘반란’으로격화된다.주인공의죽음과마을전체를집어삼키는불길로끝나는열린결말은,혁명의실패가아닌억압에맞선투쟁의필연성과지속성을암시한다.『쥐들의반란』은특정지역을넘어전세계노동자들이직면한보편적문제를다루며,침묵하는이들의목소리가되어사회정의를촉구하는문학의사명을강력하게제시하는작품이다.
‘부엔비비르총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중남미연구소HK+사업단은‘21세기문명전환의플랫폼,라틴아메리카:산업문명에서생태문명으로’라는프로젝트를수행하고있다.본사업단은라틴아메리카뿐만아니라세계곳곳에서생태문명으로의패러다임을전환하기위해투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