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보에서의 축지법

림보에서의 축지법

$20.00
Description
“자기 피를 어디로 튀기고 싶은지 아는 사람”
2025 올해의 출판만화 수상 작가 만리포 첫 번째 에세이
만화가 만리포가 창작 커뮤니티 포스타입에 공개한 자전 만화 「돈덴」은 안정적인 플랫폼 연재 없이 동명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기민한 독자의 선택을 받았고, "자기 피를 어디로 튀기고 싶은지 아는 사람이 만든 만화"(조익상 만화평론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올해의 합정만화상’ 본상과 ‘올해의 출판만화’ 출판상에 선정되었다. 오는 여름 출간되는 만리포의 첫 번째 에세이집 『림보에서의 축지법』은 더운 날 들이켜는 찬물처럼 감각을 깨우는 문장과 무엇도 전범 삼지 않는 독창적인 사유로 여자에게 강요되는 규범에 정면으로 맞서는 자기 서사다. 일본과 한국을 무대로 한 열여섯 편의 에세이와 열네 점의 삽화를 수록했으며 소설가 박솔뫼와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이 추천의 말을 더했다.
저자

만리포

만화를그리고애니메이션을만들며지낸다.『돈덴』으로2025올해의출판만화출판상을받았다.

목차

입구
미국인의병
발바닥의역사
바닥난남자바닥나다
도토리는갈참나무의어머니
자살하지않는계단
원숭이발
창가에기대다시오지않을날들이오는것을본다
페이퍼잼
림보에서의축지법
가슴앞의매듭
코코넛우유그릇
속가
얼어붙은강이흐르고있다
원형극장
챌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기억의어두운계단을기어올라가며시작되는
매혹과공포,사랑과정치,인정과굴종의재발명
만화가이자애니메이터인‘나’는애니메이션을만들기위해이주해온도쿄에서만난남자나카무라에게마음을송두리째뺏긴다.‘나’의존재를근간부터흔드는연인나카무라,그와함께하며‘나’는난생처음후회할위기에처한다.나카무라의맨팔을껴안고나란히걸을때면아무것도두렵지않다가도,습관처럼데모에나가는‘나’를향해“원래사람들은역사에휩쓸려목숨을잃기도하는거야.그걸어떻게바꿔?”라고말하는그에게머리끝까지분노가치미는‘나’.이사랑의저변에진동하는계급차와정치적간극을어찌해야할까?팔레스타인집회에서이스라엘남자에게외쳤듯이‘나’는나카무라에게부끄러움을알라고말할수있을까?어릴적“인간으로취급되는인간과인간취급을못받는인간이존재한다는사실이두려웠”기에이를소화하기위한놀이를발명했던것처럼‘나’는나카무라와의관계에서도사회의은유망을찢어던지는연극을시작한다.윗사람과아랫사람,주인과개,부모와아기역할을오가며모든것에새의미를부여하는연극의말미에서두사람을기다리는것은무엇일까?이계단을다내려가면무엇이시작되나?

“그저어찌할바를몰라계단을네발로오르던때의감각이
몇십년만에찾아오는것을기진맥진한채로바라볼뿐이다”박솔뫼소설가
이책의또하나의무대는‘나’가성장한한국의도시다.알몸으로바닥을기어다니다어른들에게발각되곤했던어린‘나’는선생과부모를포함한주위어른으로부터늘훈육이필요한존재로대해졌다.너덜너덜해질때까지혼나온몸이화끈거리면서도‘나’는내심이들이자길차별하는게아니라알아본것일수도있겠다는착각을하고만다.온순한여성성의미덕에서벗어날때마다거칠게교정되던‘나’와달리마스큘린했던쌍둥이는집안의기준이자모범적인여자아이인것처럼대해졌으며,계단에서몸을날려‘나’가성장기내내연습할도약을미리해치웠다.시간이흘러쌍둥이가자신의성정체성을고백했을때‘나’는검정색매니큐어를칠했다고흠씬혼나던순간을떠올린다."너는니남성성을다지기위해나를이용했어!"
『림보에서의축지법』의시간은특정한장면을이어붙인콤필레이션필름이상영되듯하나의기억이다른기억을불러내며흐른다.“너네는나를어떻게생각해?”묻자우르르자리를뜨던여자애들.식탁밑에기어들어가‘낙태를할수있어야해!’곱씹던‘나’.줄넘기줄에묶여매력적으로신음하던어린포로들.‘나’에게시계보는법을가르쳐준엄마.물장구치고허우적대는시간속에서‘나’를흔들어추동하는것은바뀌어가고,‘나’는이좋은눈물을어른이될때까지아껴흘렸던것을아쉬워하며과거의플래시백을보고있다.의미를알수없던표정은돌연전혀다른얼굴로되돌아오고만다.무심히빌었던소원이기묘한방식으로이루어지는‘원숭이발’전설처럼.

“불안과두려움,우울과불쾌에관한
집요하고탁월한자기추적의에세이”최현숙작가
인류학자어니스트베커는세상에잘적응한,이른바‘정상적인’사람들이삶에서감당할수있는만큼만받아들이고그너머를차단하는태도를‘페티시화’라는용어로설명한다.가족을꾸린사람은가정을중심으로눈앞의세계를재배열하며,어떤이는자신과합치되는입장을가진집단을찾아그속에편입됨으로써세상에속했다는감각을그러쥔다.이처럼세계를잘게분할해소화가능한몫만취하고나머지를외면하는일이페티시화라면‘나’는바로그페티시화에서툰사람이다.이성질은‘나’를사회참여적인성향으로밀어올리는동시에불안을낳았다.튀어오르는공에대한공포,전세계에만연한착취와차별에대한공포,기습적으로찾아와‘나’를주저앉히는미래에대한공포.‘나’라는공을끝없이팽창시키는세상의바람을바닥내기위해‘나’는온몸을움직인다.나아가자신을가장깊이상처낼타인을곁에둠으로써공포를다루는제3의방식을만든다.파멸도안주도거부한채,솟아나는감정을제거하거나미화하지않고붙들어응시할때『림보에서의축지법』의세계는더이상입맛에따라소비되는대상이아니라하나의진실한전체로서모습을드러낸다.“동작의요점포착에서멈추지않고,불가능한스텝을밟으며풍부한잔상을남길때”애니메이션이앎을내포하게되듯이‘나’는잔해처럼남은기억에움직임과생명력을불어넣음으로써현재를재정의하고모종의앎을얻는다.본능을밀어붙이면서도그에수반되는계급적긴장을바로응시하며사랑과정치에대한자기만의이론을구축하는독보적인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