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윌리엄스 단편선

조이 윌리엄스 단편선

$20.00
Description
이 책의 앞표지는 총 17가지로, 책에 수록된 17편의 단편 제목 중 하나가 무작위로 기재돼 있습니다.
“원자로 물속 바닥엔
다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빛이 빛나는 거 아세요?”

미국의 문학 애호가들에게서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작가 조이 윌리엄스의 걸작 단편선. 국내에는 단편 한 편만이 소개되었던 윌리엄스의 진면목을 최초로 선보이는 책이다.

윌리엄스는 소설 속 인물들이 믿는 신념과 의미를 거침없이 파괴한 뒤, 그 폐허와도 같은 곳에서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순수해진 웃음과 슬픔과 분노를 번갈아 끄집어낸다.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이 세상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에도 무기력해지지 않고, 오히려 마치 필터를 벗겨낸 듯 더 선명해진 감정들을 공중으로 쏘아 올린다. 마치 마술사가 텅 빈 모자 위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듯한 이 신묘한 움직임은 그녀가 막 활동을 시작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윌리엄스의 무심한 유머는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어서, 제프 다이어는 “윌리엄스의 소설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유머 감각이란 걸 가져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공허의 어둠을 통해 인간의 모든 감정과 가능성을 더욱 증폭해 내고, 거기서 다시 시작하기를 권하는 그녀의 단편들은 특히 이 세상의 무의미함을 스스로 감지한 독자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어 줄 것이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어느 꼬마가 던진 질문은 마치 윌리엄스가 우리에게 던진 것처럼 보인다. “원자로 물속 바닥엔 다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빛이 빛나는 거 아세요?” 그 이상하고 위험한 빛이, 이 책 속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저자

조이윌리엄스

JoyWilliams,1944~

소설가.1944년미국메사추세츠주첼름스퍼드에서태어났다.1968년『파리리뷰』에첫단편「후퇴TheRetreat」를게재하면서데뷔했고,1973년장편소설『영광의상태StateofGrace』를발표하며첫번째책을출간했다.이후2025년현재까지다섯권의장편소설과일곱권의단편소설집,두권의논픽션을발표했다.펜/맬러무드상,미의회도서관상미국소설부문,리아상단편소설부문,미국문예아카데미에서수여하는스트라우스리빙상단편소설부문등다양한상을수상했다.2008년미국문예아카데미회원으로선출되었다.현재애리조나주투손과와이오밍주래러미에서거주중이다.

목차

1.돌봄TakingCare
2.스케이트타는사람들TheSkater
3.푸른남자들TheBlueMen
4.망치Hammer
5.방문권한TheVisitingPrivilege
6.어머니들의감옥TheMotherCell
7.딸들TheGirls
8.정원일하는소년TheYardBoy
9.소풍TheExcursion
10.겨울의화학적성질WinterChemistry
11.농장TheFarm
12.탈출Escapes
13.마지막세대TheLastGeneration
14.귀한손님HonoredGuest
15.대머리황새Marabou
16.자선Charity
17.부식Rot

출판사 서평

세상속공허와싸우지않는,
그곳이내고향임을아는사람들을위한소설집

거의모든이야기는공허와싸운다.중요한무언가가결핍되거나박탈당한빈터에‘그것’을다시채워넣으려는시도,그것이여러문학작법서가말하는‘스토리텔링’의핵심이다.이런이야기들은인과율을숭상한다.원인과결과가짝을이루고,그결과가의미를만들어내는이야기만이사람들을납득시키기때문이다.즉,대부분의이야기는인간이‘삶’이라는것을이해할수있도록가상의형태를그려주는작업이다.
많은사람들은이런이야기를좋아한다.사는데도움이되기때문이다.이세상은내가이곳을이해하고있다는환상없이살아가기에는너무나도척박한곳이다.의미도앞뒤도찾을수없는사건들은삶을하나의구조물처럼여기고싶어하는사람들을위협한다.그런사건들은탑처럼쌓아올려지지않고,마치정신없는동물이싸놓은똥무더기처럼점점이흩어져있다.인생이,쌓여가는게아니라여기저기떨궈지는것뿐인지도모른다는두려움,의미없음의두려움.사람들은대개‘없음’을두려워한다.그래서거의모든이야기는공허와싸워온것이다.

조이윌리엄스는그유구한흐름에저항해온독특한작가,말하자면공허의전도사중한명이다.그녀의소설에서인과율은힘을빼앗긴다.그중가장압도적인기교를선보이는작품은그녀의초기작「소풍」이다.이작품의주인공소녀는자신의미래를환영처럼목격하면서도거기에심취하지않는다.그녀는미래의자기모습을보지만,그환영은주위에펼쳐진다른풍경들보다더특별하지않다.그녀에게미래란지금의일부일뿐이고,다시말해모든미래는그녀의현재에이미흡수되었고,따라서인과율은작동하지않는다.이단편에서가장아름다운순간은과거의그녀와미래의그녀가마치이중노출된영상처럼하나의장면안에서겹치는순간이다.거기서윌리엄스는소녀-그녀가영원히현재만을살아가고있음을,그러나그각각의현재안에소녀-그녀의온생애가다들어있음을하나의장면묘사만으로완성해낸다.아무런설정설명없이오직장면전환과비유만으로이루어진「당신인생의이야기」를생각해보라.윌리엄스는아예불가능해보이는그작업을첫단편집에서해치운작가다.(「소풍」이처음수록된그녀의첫단편집은1985년에출간되었다.)

하지만윌리엄스는이런과감한기교를여러글쓰기도구가운데하나로만여겼다.「소풍」이그녀를대표하는단편가운데하나로꼽히는건그녀의일관된주제의식을가장선명하게드러내보이기때문이다.단편소설속에서시간이란무엇인가,무엇이어야하는가에대해윌리엄스는이렇게말한바있다.
“단편소설의매력은등장인물의삶에서과거와미래가만나는순간을포착하는데있다고생각합니다.대개는현재의끔찍한사건을통해모든것이명확해지면서도동시에모든것이멈춰버리는순간이죠.플래너리오코너는이를은혜로운순간이라고표현했는데,그은혜는받아들여지거나거부될수있습니다.바로그순간이그녀의작품세계를좌우하는전환점이었죠.정말아름다운표현이라고생각합니다.그보다더좋을순없죠.저도비슷한맥락에서이야기를쓰고있습니다.이등장인물들에게는더이상쌓아갈기반이없죠.앞으로그들이하는모든일은방금그순간에일어난일과비슷할것입니다.”

어떤문학안에는아무것도없다
조금도근사하지않은우리의삶밖에는

불교의가르침에따르면,오로지현재속에머물게되면과거와미래가꾸며내는모든상념이사라진다.이것을윌리엄스식으로말하면,인과가만들어내는모든두려움과욕망은현재의고통안에서말살된다(‘은혜로운순간’).즉,윌리엄스가말하는‘오로지현재속에머물기’는자발적으로얻어낸깨달음이아니라골절사고이후의보철물처럼등장인물들의내면에불현듯삽입된것이다.하나의(짧을수도있고지속된것일수도있는)비극이그들의시야에균열을일으키고나서야,그들은이세상이합당한법칙에따라돌아가지않는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그때부터그들은아무것도이해할수없는공허속을,영원한현재의연속체를살아가야한다.예를들어「대머리황새」의주인공은한밤중에울리는전화벨을들으며그전화가과거의불행한소식을다시전해주기위해울리고있다고확신한다.“전화가울리고또울려댔지만굳이받을필요는없었다.그녀는응하지않았다.해리가죽었다는사실을알게되는순간이다시시작되게할수는없었다.미래가어떤과거를간직하게되면그때부터그과거는현재로변한다는사실을마음속가장깊은곳까지받아들이는날이찾아온다해도,그다짐만큼은결코변하지않을터였다.”

그러나윌리엄스가위대한작가로꼽히는가장큰이유는,이공허속을살아가는사람들이허무에잡아먹히지않는다는사실을다양한형태로알려주기때문이다.그들은공허한세계로옮겨간뒤에도여전히‘인간적으로’살아가고있다.그들은환상속에서살때처럼울고웃는다.특히웃음은윌리엄스가지닌최고의기술가운데하나다.전혀웃긴상황도아니고,아무도웃기려고하지않지만,윌리엄스는그런상황속에서마술처럼빚어낸유머들을독자들에게깜짝선물처럼내놓는다.그녀의글을읽고무표정한코미디의대가버스터키튼을떠올린사람이많은것도그때문일터다.「망치」의주인공은죽은남편이딸의입을빌어‘사실은한번도당신을사랑한적없었다’고털어놓는순간어처구니없어하다가과거의망령에서벗어나고,「정원일하는소년」의주인공은‘뭔가끔찍한것을보고정신이나간’고사리화분을들고다니며화분과이야기를나눈다.「부식」의주인공은남편이집벽을허물고거실안에들여놓은고물자동차를보면서중얼중얼소원을빈다.에메랄드반지갖고싶어.아들갖고싶어.포르셰카레라갖고싶어.
물론이단편선에는그밖의감정들도가득하다.초현실적인섬뜩함이돋보이는「딸들」,사춘기의정신적열병을폭발시킨「겨울의화학적성질」,‘휴먼드라마적감동’을기어코완성해내는「자선」……윌리엄스는서로다른분위기를선보이는단편들을고루써냄으로써인과율의환상밖으로내팽개쳐진인간들의무지개같은감정들을모두그려낸다.그녀의공허한세계가비워낸것은‘여기에의미가있다’는환상일뿐,세계자체의에너지는(심지어더욱순수해진형태로)여전히남아있는것이다.만약우리가세상을이해(함으로써장악)하려들지만않는다면,그때우리는본래부조리한그땅에서비로소용감하게울고웃을수있을것이다.
이세상의사랑과정의가어떤모습을하고있는지안다고자부하는사람들은윌리엄스의소설이무슨소리를하는지모르겠다며고개를젓겠지만,애초에그녀의소설은그들바깥에존재하는사람들,스스로를의심하게된사람들을위해쓰인것이다.이책은지상도지옥도아닌곳,즉아무런목적도없는연옥이어떤곳인지알고있는독자들을위한복음이다.

詩에는무슨근사한얘기가있다고믿는
낡은사람들이
아직도살고있다.詩에는
아무것도없다
조금도근사하지않은
우리의生밖에

-오규원의시「용산에서」중에서